업혀 다니는 山
금별뫼
동네에 큰 부잣집이 있었는데요
집 뒤에 산이 있어 뒷산이라 불렀는데요
조상처럼 근엄했는데요
근엄해도 노인 등에 업힌 꼬리표가 되었는데요
노인은 아들놈 자가용에 실려 갔는데요
뒷산은 노인을 모신 자식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하는데요
자식이 많은 덕분에 그들은 전국을 누볐다는데요
몇 달이 못가 고향으로 다시 내려오기 일쑤라는데요
산도 늙으면
아이처럼 등에 업히나요?
수틀
울을 친다
둥근 세상으로 뛰어들고 싶은데 오지 말라고 누군가 손을 젖는다 하늘은 허해서 기억이 자꾸 미끄러지고 채워보지도 못한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그만, 사랑까지 쓸려나갔다
白地에 반기를 드는 땅은 거칠어 설 곳이 없다 백지로 돌아간 맹세, 백지로 돌아간 수표, 백지로 돌아간 당신 …… 이름 없는 것들만 노닐 수 있도록 깔아 둔 명주 자투리, 무명天地에 황홀한 어지럼증이 휩싸고 돈다
바늘이 천지를 찌르자, 우뚝 시간이 멈추고 무명에서 싹이 튼다 팽팽하고 촘촘한 천지에서 발 딛는 소리가 퐁퐁, 한발 한발 건져 올릴 때마다 달이 뜨고 별이 뜬다
처음 지나갈 땐 세상이 숨을 텄다 두 번째는 꽃이 피고 세 번째는 열매 맺었다 마음을 비운 자들이 일궈낸 개벽세상,
기억에 머물렀던 당신이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