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는 우리 반 여학생이다. 처음으로 만나 자기소개를 하던 날, 나나는 어머니가 일본사람이라 일본어를 할 줄 안다며 장기자랑으로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하기도 했다. 매사 긍정적인 생각으로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수업시간에도 열심히 집중하며 듣는 매우 모범적인 아이다. 그런데 동생은 좀 다르다. 3학년 남동생과 1학년 여동생이 있는데, 그 중 3학년 남동생이 학교에서 알아주는 말썽꾸러기다. 올해만 들어 벌써 두 번이나 학교에서 무단으로 나가 모두를 걱정시키고, 겨우 찾았을 때에도 들어오지 않겠다고 떼를 쓰며 울었던 아이다. 그런 동생을 둔 나나는 어떤 마음이 들지 궁금하였다. 누나로서 가지고 있는 어려움도 있을 거고,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누나로서 동생을 이해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교사 : 나나야 동생은 한 명이가?
나나 : 아니요, 두 명 요, 여자 한 명 남자 한 명이예요. 남자 동생은 3학년이고, 여자 동생은 1학년이예요.
교사 : 엄마 진짜 힘드시겠다.
나나 : 네.
교사 : 엄마는 언제 힘들어 하시데?
나나 : 동생들이 떼를 많이 써요. 동생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을 제대로 못하고 응~~ 한다든지 울던지 해요.
교사 : 그래?
나나 : 네. 응~~ 이렇게 한다든지 말을 안 하고 굳는다던지 그래요.
교사 : 1학년 동생도?
나나 : 네. 그래도 둘째가 제일 심해요.
교사 : 왜 그렇게 하는 것 같아?
나나 : 성격이 한 번 하려고 하면 꼭 하려고 하고 뭘 하면 꼭 일등하려고 하고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교사 : 그것 때문에 엄마랑 싸워?
나나 : 그것 때문에 싸우는 건 아닌데 엄마가 듣기 싫은 말을 계속해요. 응~~ 이러고 말도 하고 움직이지도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하고.
교사 : 뭘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데?
나나 : 요괴워치 같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고 스마트폰 게임도 혼자만 하려고 하고.
교사 : 많이 해?
나나 : 아니오. 정해진 시간만큼만 하려고 하는데 더 하려고 하고, 게임할 때에도 반드시 일등만 하려고 하고 지면 이 게임 이상하다면서 리모컨을 휘두르든지 화를 내요.
교사 : 그래?
나나 : 울기도 하고 방에 가서 혼자 숨기도 해요.
교사 : 왜 숨는 것 같아?
나나 : 부끄럽거나 엄마나 동생이나 나를 보기 싫을 때도 있고 화가 나서 못 참게 숨기도 해요.
교사 : 동생이 그렇게 할 때 나나 마음은 어때?
나나 : 아파요.
교사 : 왜?
나나 : 동생이 계속 일등만 하자고 하자고 할 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안 됐다 싶을 때도 있어요.
교사 : 동생의 행동이 그러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불쌍해 보이기도 하는 구나.
나나 : 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가슴속에 담아 놓고 말을 해야 하는데 그게 표현이 안 되고 계속 응~~ 으로 표현이 되는 거예요.
교사 : 아~. 동생이 표현하고 싶은 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떼를 쓰고 그러는구나.
동생이 왜 표현이 안 될까?
나나 : 그건 잘 모르겠는데. 요새는 마음에 품고 있는 말을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교사 : 아 그래? 치료나 상담 같은 걸 받은 거야?
나나 : 상담을 한 번 받았는데, 말도 하기 시작하고 진정도 하기 시작하고 많이 바꿨어요.
교사 : 그래, 정말 잘 됐다. 나나 이야기 들으니 생각나는 시가 있는데 한 번 같이 볼까?
내 동생
김혜령(거창 위천초 4년)
4학년 교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갑자기 사라진 동생
어디로 갔을까?
1, 2, 3, 4, 5분 기다리다가
문을 열고
나타난 동생
다행히 빨리 와주어서
고맙다.
2009.3.5.
<숙제 다 했니?> 중에서
교사 : 이 시는 동생이 사라졌다가 나타나서 고맙다는 그런 내용이네. 혹시 이 시 읽으니 생각나는 거 있어?
나나 : 네. 옛날에 학교에 왔는데 동생이 학교 밖으로 도망간 적이 있어요.
교사 : 올해?
나나 : 네. 3학년 때 있었던 일이예요. 비오는 날이었는데 엄마가 선생님께 동생이 없어졌다는 전화를 받고 찾으러 나왔대요. 엄마가 집에서 나오는데 엄마는 못 봤는데 동생은 엄마를 보고 얼릉 공원 쪽으로 간 거예요. 엄마는 신호등 건너고 돌다가 동생을 찾게 되었대요.
교사 : 엄마가 한참을 준이를 찾은 거야?
나나 : 한참은 아니었는데 돌다가 찾았대요.
교사 : 아~. 넌 그 때 공부하고 있지 않았니?
나나 : 네. 집에 오는 엄마가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 했어요.
교사 : 아 그랬구나.
나나 : 정말로 조마조마했어요. 이중언어대회 말하기 연습하고 교실로 가는 길에 엄마를 만났어요.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다급한 소리로 준이가 없어졌다고 했어요.
교사 : 그 날 말고 다른 날 말하지?
나나 : 아니오. 그 날요. 그날 수학 시간이었잖아요.
교사 : 아~~, 쉬는 시간에 이중언어말하기 대회 연습하거 갔을 때 말이구나. 그 때 연습하고 교실로 돌아오면서 어머니랑 만나 준이가 없어진 줄 알았네.
나나 : 네. 수업을 해야 하는데 조마조마해서 수업조차 안 되는 거였어요. 그런데 엄마가 다른 선생님을 통해 준이를 찾았다고 해서 다시 안심이 되었는데 배신감이 들었어요.
교사 : 어떤 배신감?
나나 : 그때 엄마 핸드폰에서 사진을 봤더니 둘이서만 재미있는 거 하고 온 것이 있어서 배신감이 느껴졌어요.
교사 : 아, 너는 그 시간에 교실에서 조마조마하며 걱정하고 있었는데 둘이는 재미난 것을 했구나.
나나 : 네 어디 가서 둘이서만 그랬어요.
교사 :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난 것도 하고 하는 사진을 본 거야?
나나 : 네
교사 : (웃음)
나나 : 아빠한테 이르려다가 안 일렀어요.
교사 : 그게 왜 배신감이 든 거야?
나나 : 나는 이렇게 교실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때 준이는 학교도 안 가고, 나는 조마조마하고 있을 때 그 때 둘이서 맛있는 걸 먹었다는 것이.
교사 : 내가 이렇게 조마조마하고 있을 때 둘이서만 맛있는 걸 먹었다니 그래서 배신감이 들은 거구나.
나나 : 네. 저번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계속 배신감이 들었어요.
나나와 이야기를 주고받기 전에는 동생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참 재미가 있었다. 동생 때문에 힘들기만 할 거라고 생각한 나의 짧은 생각과는 달리 동생이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을 알아주는 누나의 모습이 참 의젓했다. 또한 말썽꾸러기 동생보다 말썽을 부리고 난 다음 혼자만 걱정하고 끙끙대고 엄마와 동생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는 것에 더 배신감 느끼며 속상해 하는 아이다운 모습에서 웃음이 나왔다. 또한, 나나의 동생이 마음속의 이야기를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나도 진심으로 기분이 좋았다.
나나와의 짧은 대화였지만, 나나와의 대화를 통해 나나 동생이 조금은 다르게 여겨졌다. 준이도 점점 자신의 마음속의 품어 둔 이야기를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