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밤

[최강달]

OCT-31-2014

시월의 마지막 밤

시월의 마지막 밤에 어떤 계획을 잡고 계신가요?

시월의 마지막 날이 의미를 가지고 다가오는 것을 모 가수의 노랫말 때문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것 같아요.

그것이 무엇일까요?

지난 토요일에는 일산올림픽검우회 회원들 간의 친목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야유회를 계획했는데요. 많은 회원들이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 주었어요.

정상을 바로 앞둔 곳에서 심학산은 산도 아니라는 의견들을 내었던 여러 회원님들을 속으로 원망해 가면서 오른 정상의 정자에서 바라 본 풍경은 정상에 오르면서 흘렸던 땀이 아깝지 않고, 산도 아니라고 했던 회원들에게 가졌던 좋지 않은 감정도 모두 다 날려 버리는 것 같았어요.

우리 회원님들이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같이 수련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물에 담아보아요.

산 보다 물이 좋아 산 아래에서 머물기로 한, 두 분을 따라서 같이 있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올라오지 않았다고 잔소리를 할 것이 뻔한 아내의 후환이 두려워서 마음을 고쳐먹고 약간 뒤늦게 달리기로 따라잡아요.

그랬더니 K사범이 저한테 축지법을 쓰는지 물어봐요. 얼마나 무서웠으면 뛰어왔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도 않아요.

정상에서의 막걸리 한 잔은 일미였는데요.

그 무거운 막걸리를 뱃속에 넣지 않고 끝까지 배낭에 넣어 짊어지고 올라온 총무와 클레오양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요.

장소를 섭외하고 행사가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여러 분이 애써 주셨는데요, 나중에 수고했다는 문자를 보내면서 다음에도 수고를 해 달라는 말을 했더니, <ㅠㅠ>하는 회신을 해 온 총무의 수고를 다시 한 번 더 치하하고 싶어요.

아울러 이날의 백미는 S회원님의 행사 후원에 있었는데요.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라 더욱 놀라움이 컸어요. 왜 지난번 춘계야유회에 억지로라도 자리를 같이하지 않았었나하는 후회도 있었고요. S회원님은 앞으로는 무조건 행사 참석 섭외 0순위가 되었어요.

장소를 옮겨서 진행된 2부에서는 피구가 있었는데요. 일부 검사님들이 너무 세게 공을 던져서 다음부터는 두 손으로 던지는 방법만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족구에 이어진 축구에서는 0.1톤이 조금 넘어갈 것처럼 보이는 K군과 불면 날아갈 것 같은 K양이 서로 부딪히는 상황이 생겨서 마음을 졸였는데요. 다행히 K양은 아무 이상이 없다고 어제도 열심히 수련을 잘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고 신경도 안 쓰고 있던 K군이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수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요. 관심을 가져주지 않은 것에 대한 반항심의 발로라고 무시해보려고 했지만 보이는 면적이 많아서인지 쉽지 않아요. 우리 모두 K군을 보면 괜찮은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빨리 낫게 하는 방법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요.

무엇보다도 도장이 아닌 야외에서 검우회 회원들이 만나는 것은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새로운 느낌이에요. 쾌쾌한 호구 냄새가 없는 상황에서 만나게 되니 상큼함도 있는 것 같고요.

앞으로도 이러한 모임을 자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아요.

어제는 본국검법의 拔劍발검 동작에 대해 오노군과 이견이 있었는데 오노군이 뭐라뭐라 설명을 해요. 그런데 하나도 귓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디에 나오는 내용이냐고 했더니 그림으로 나온다고 해요. 그러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설명을 해요. 목소리 큰 사람의 이론이 그대로 통하는 일이 없도록 劍理검리에 대한 체계화된 자료가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보아요.

검도의 용어에 대한 지나친 비유적 해설로 인하여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게 되어서 혼란스러움이 있다 보니 귀를 닫아버리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交劍之愛교검지애의 의미를 검을 나누면서 사랑을 키워간다 하는 식의 해석은 권장할 만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한동안 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려는 시도를 해 보았지만,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요.

나의 몸과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자세나 동작은 변견이 진돗개 흉내를 내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듯, 변견은 역시........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몸을 움츠려들게 하는 것 같아요.

인도에 쌓이는 은행잎을 밟으며 그 소리에 귀 기울여 봐요.

쓸쓸한 소리가 나는지, 행복한 소리가 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