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267616335428D67024)
용대리 가는 길
이유채
바다가 어루만진 속살까지 탱탱한 몸
배 밑창 숨 내리고 멀미 하냥 하는 사이
코 꿰어 끌려나온 너, 판화처럼 내걸린다
푸르게 일어서는 그 물결 다 지우고
맨살을 발라내고 환부 저리 드러냈나
금강송 장대에 누운 성스러운 순교자
세상의 길이란 길 바람으로 말리던가
지렛대 그 위에서 떠나보낸 푸른 그늘
피부에 와 닿는 불빛 눈 비비며 바라본다
버릴 것 다 버리고 가쁜해진 몸피인가
아픔마저 사라진 곳 닻을 내린 덕장에서
에움길 육탈의 시간 마른 등짝 묵직하다
ㅡ 2014년 중앙시조 백일장 9월 당선작ㅡ
* 당선자 프로필 : 1947년 인천출생.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 생활.2003년부터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들을 교재로 혼자서 시조습작함.
* 심사평 : 詩나 時調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오래 인내하며
잘 익어 향기 짙은 작품을 내놓는 일이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활짝 꽃피우는 그 소중한
임무수행을 위해 불볕더위를 견디며 자신을 갈고 닦는 창작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9월의 장원은 이유채의 「 용대리 가는 길 」에 돌아갔다. 용대리에서 황태덕장을 떠올리는
착상이야 새롭지 않지만 황태가 익어가는 과정을 생(生)에 대한 사유(思維)와 깨달음으로
묵직하게 풀어낸 점이 믿음을 샀다. 시조가 그려내는 이미지는 선명하고 감각적이어야 하고
발걸음은 날개를 단 듯 가볍고 활달해야 한다. 글자 수만 맞춘다고 좋은 시조가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종장의 긴장과 이완의 율격미와 농축미가 떨어지면 시조는 맛과 멋을 잃는다.
자유시와의 차이점을 깨우치는 것이 좋은 시조로 가는 지름길이다 .
< 심사위원 : 시조시인 권갑하, 이달균 >
* 누구의 강의도, 가르침도 없이 2003년부터 혼자서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敎材로 무한정진하며
절차탁마의 자세로 끊임없이 창작과 습작의 길을 달려오신 이유채 당선자님께 경의를 표하며
지도교수나 지도강사 없이 독학으로도 우리의 정통시가인 시조를 이렇게 아름답고 매끄럽게
쓸 수가 있구나 하는 깨달음과 용기를 갖게 합니다. 우리 카페의 시조사랑 회원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새로운 창작의 등대이며 빛이 보임을 암시하는바가 커서 오늘의 시조감상편에
동승시켜 봅니다. 감사합니다. ^^* ㅡ 치악산 그리메에서 詩泉 드림 ㅡ
첫댓글 집념이 대단하신 분이로군요 감사합니다^^
당선자의 나이 57세부터 시조를 공부했으니 근 9년을 독학을 하셨군요. 그것도 일간지의 신춘문예 당선작을
교재로 습작 하였다니 대단한 의지와 집념의 선생님이십니다. ㅋ ㅋ 한마디로 독학의 승리입니다. 톰, 회장님도
그럴 생각이 없으신지요? ㅋ ㅋ
어쩌면 문예가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 소질을 타고 나는 것 인가 봅니다.
스포츠나 예능계통도 소질과 자질을 타고나야 하지요. 더구나 문학은 나이가 들어서 취미삼아 하는 분들도
있지만 문학이야말로 타고난 소질이 없으면 사실 힘들지요. 그 자질을 언제부터 갈고 닦느냐가 성패를 좌우
하는 열쇠가 아닌가 생각 합니다. 섣불리 덤벼들면 사이비를 면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사이비를
면하려고 분골쇄신 하고 있답니다. ㅋ ㅋ (위 당선자 이유채님은 다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여 문학의
기본은 갖추셨는데 퇴직후 내면에 숨은 자질을 계발하여 절차탁마의 시간을 지나 오늘의 당선을 이루었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