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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피고 회사(KT)는 민영화 과정에서 인건비 비율을 축소하기 위해 명예퇴직을 통한 인원감축과 인사평가 등급별 연봉인상률을 적용하는 고과연봉제(이하 ‘이 사건 고과연봉제’)를 실시했다. 이 사건 고과연봉제는 A등급을 받은 직원은 연봉6%를 인상하고 F등급을 받은 직원은 연봉 1%를 삭감하는 내용이다. KT는 명예퇴직 거부자, 민주동지회 회원(노조활동가), 114외주화 당시 전출거부자 등을 부진인력 대상자로 선정해 F등급을 줬다. 2010. 1. 1. 원고 근로자 A 등은 F등급을 받아 연봉이 삭감되자‘부당한 인사고과’라고 주장하며 삭감 당한 연봉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제1심은 ‘원고들은 부진인력에 대한 제재로 자신들에게 F등급을 부여했다고 주장하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근로자의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인사고과를 남용하여 ‘KT가 근로자 퇴출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부진인력 대상자 명단을 작성한 뒤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차별정책을 실시했다’고 판단했다. 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는 이상 이 같은 차별은 회사의 정체성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고 설시했다. KT가 불복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KT는 차별정책을 시행하였고,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자 A 등에게 부당한 인사고과를 했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 등을 오해하거나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상판결의 쟁점은 두 가지이다. 우선 사용자가 행하는 근로자에 대한 인사고과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이다. 다음은 사용자의 인사고과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경우 인사고과의 공정성을 판단함에 있다. 대법원이 구체적인 이유를 설시하지 않고 원심 판결을 인용했으므로 원심 판단을 검토한다.
대상판결은 사용자의 인사권 가운데 인사고과의 공정성을 다툰 점에서 특징이 있다. 인사고과는 근로자의 근무성적과 능력을 평가하여 근로자의 직무 유용성과 잠재적 유용성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사용자의 인사평가권 행사이다. 사용자의 인사권은 근로계약에 따라 사용자가 행사하는 노동력에 대한 처분권한을 말한다. 사용자의 인사권을 둘러싼 다툼은 주로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 및 징계의 정당성 여부이다. 대법원은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는 법리를 정립하고 있다.
다만 인사고과는 평가항목과 기준, 점수배분 등에서 사용자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보나 전직’과는 달리 볼 수도 있다. 대상판결은‘사용자의 인사고과가 헌법,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정의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여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때에는 인사고과 평가 결과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어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다음은 인사고과의 공정성이다. 일반적으로 인사고과가 공정하기 위해서는 첫째 평정기준・절차가 법규를 준수하고, 둘째 실제로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두25695 판결은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불리하게 인사고과를 하고 그 인사고과를 근거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삼았다는 점(부당노동행위 여부)이 쟁점이었다. 판결은 ‘우선 조합원 집단과 비조합원 집단을 전체적으로 비교하여 두 집단이 서로 동질의 균등한 근로자 집단임에도 인사고과에서 두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가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이른바 ‘대량관찰방식’을 제시했다. 하지만‘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사용한 인사고과자료인 근로자들의 개인별 종합평가표, 개인별 최종합계표 등 평정결과가 기재된 모든 문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가 조합원들에 대하여 비조합원들에 비하여 불리하게 차별적으로 평정하여 인사고과를 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아쉬움을 남겼다.
대상판결은 집단적 차별사건에서 인사고과 부당성의 판단기준으로‘특정 집단에 속하는 근로자는 특정 집단과 나머지 일반 근로자를 전체적으로 비교해 두 집단 사이의 인사고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가 있었는지, 인사고과에서의 그러한 격차가 특정 집단을 퇴출하기 위한 사용자의 의사에 기인한 것인지를 증명하면 특정 집단에 대한 인사고과상의 평가 결과가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을 정도로 위법하거나 부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사용자는 특정 집단에 속한 근로자 개개인에 대한 개별적인인사고과의 평가 결과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정의 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그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다’는 대량관찰방식을 따랐다.
대상판결은 대량관찰방식으로 부진인력 대상자에 대한 집단적 차별이 존재하였음을 확인한 다음 그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했다. 원심은 증거인정을 통해 ‘2005년 부진인력 대상자들과 일반 직원들 간의 인사고과 등급 비율의 격차는 피고회사의 2005년 부진인력 대상자들에 대한 차별적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고, 이러한 차별은 피고 회사에게 부진인력들을 퇴출하거나 퇴직시켜야 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는 이상 그러한 차별처우가 피고 회사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것으로서 필요한 한도 내의 조치로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 회사의 2005년 부진인력 대상자 명단에기재된 원고 A 등에 대한 2009년 인사고과 F등급 부여에 의한 임금 삭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 제11조가 선언한 평등원칙, 헌법 제32조제3항이 근로조건의 기준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는 취지 및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이어서, 인사평가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한 인사고과라 할 것이다’고 판시했다. 이런 원심 판단에 대해 인사평가의 적법성 판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대법원이 확인했다.
대상판결의 의의는 집단적 차별에 대한 입증방법과 인사고과의 공정성 판단기준을 제시한 점이다. 또한 협력과 연대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만약 소송과정에서 내부고발이나 양심선언으로 회사 내부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근로자의 주장은 입증되지 못하여 위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두25695 판결을 따르는 제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어 근로자가 패소했을 것이다. 근로자에 관한 인사고과는 인사자료 내지 개인정보라는 명분으로 소송에 관련된 일부 근로자에 대해서만 제출하더라도 법원이 전체 근로자의 인사평정자료 제출을 강제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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