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새해에는
2020년 올해는 경자년(庚子年) 쥐띠의 한해이다. 내년도 2021년은 무슨 띠인가. 신축년(辛丑년) 흰소띠의 해인 것이다. 흰소뿐 아니라 흰까마귀 흰뱀 흰것은 깨끗함과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겠다. 우리네 삶도 백짓장 같은 앞날들을 스스로 그리다가 찢고 다시 그리다가 또 찢는다. 내 인생으로 내 스스로가 직접 그려나가는 앞날도 그리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부모에게 스승에게 누구에게도 내 그림을 대신 그려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다. 무릎 끓고 사정을 해도 대신 만들어 주겠다고 나서는 사람 아무도 없다. 나만이 오롯이 만들어 나가야 하는 망망대해 같은 백짓장만이 본인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나홀로 왔다가 혼자만의 작품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썼다가 그리다가 지우고 찢고 계속 이런 과정이 우리네 삶이다. 정답은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없는 운명적인 숙제이며 과제가 아닐까. 되돌릴 수도 반납키도 불가한 불가항력적인 끝도 모르는 막막한 뱃길이며 산행길이렸다. 한마디로 고행(孤行) 고행(苦行)고행(呱行)인 것이다. 어디든지 외롭게 홀로(孤) 가야하며 힘든(苦) 것은 나의 몫이며 웃는 날보다 울고(呱) 있는 날도 많으리라. 그래도 우리네 인간들의 생각은 어떨까. 80억 인구 누구나가 거의 같은 기대와 생각일터이다. 2020년 경자년 보다는 새해인 2021년도 신축년이 더 평탄한 길을 힘들지 않게 항상 웃음만이 가득한 한해가 되기를 기원하고 있을 것이다. 대입시를 앞두고 있는 자식을 가진 부모는 합격하기를 빌고 빌고 또 빌고 있을게다. 취직을 못한 젊은이들은 원하는 기업체에 취직하기만을 여기저기 품삯을 팔고 다닐거다. 결혼을 40살이 되도록 짝을 찾지 못한 노총각 노처녀들은 어떤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주장을 하기도 한다. 아울러 결혼한 남녀들도 자녀출산도 첫번째 과제가 아니다. 이들의 부모인 우리들 노객들의 생각과는 180도 차원이 다르다. 아무리 세월이 바뀌었다 하여도 어느 편이 옳고 그름 자체를 따지기도 지겹다. 지하철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때 젊은 세대의 생각은 내 자리는 내 것이라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장유유서(長幼有序)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 뜻은 커녕 시대착오적인 노털들이라며 자리양보는 언감생심이다.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정도의 노인네에게 관심도 없다. 스마트폰에 넋이 나간 모양이다. 무엇을 그렇게 볼 것이 많고 배울 것이 그리도 많은가. 영어단어 한글자는 커녕 씨잘 데도 없는 허접한 유튜브 게임 만화 놀음 친구들과 카톡등으로 아까운 시간을 쏟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모양새이다. 걸을 때에도 밥먹을 때도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어디든 언제든 눈동자와 마음은 폰에 꽂혀있다. 세월따라 세대간의 차이도 유행도 생활상도 인생관도 바뀐다지만 이렇게 모든 것이 다르다. 자신들의 손주들은 엄청 사랑하며 금떵이보다 더 귀하게 여기고 있는 노객들은 어떤가. 한마디로 싸가지도 없는 젊은 녀석들로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란다. 신축년 새해에는 세대를 초월하여 서로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세상이 오기를 기원해 본다.
2020년 12월 20일 무 무 최 정 남
주혁아
주혁아 고맙구나 역시 강원도 설악산 동해바다 강원도 감자바위의 의리가 생각된다 지금 곧 입금시킬거야 환율은 오늘 기준이면 되겠지 그런데 동생이 난소암이라니 엄청 놀랬겠구나 의술이 날아가는 새도 잡는 세상이니 별일이야 없으리라 그런데 독감주사등도 거기는 약국에서도 직접 접종해주는 게 가능하던가 백신을 접종키 시작이니 조금 안심은 되지만 절대 방심은 금물이아닌가 주혁아 ! 술에 쩔어서 등산배낭도 몇개씩
잃어 버린 이 나그네 정신 쬐끔 차리고 있다 여튼 여러모로 고맙구나 서로가 마음의 위안이 되는구나 햇살이 환한 그날이 오리라 그순간을 기대하면서 안녕
동기회 취소
이번달 동기회가 취소되어 안타깝기만 하다 어쩌겠는가 보지는 못해도 마음은 항상 성대약대12회 동기 여너분께 있지 않는가 앞으로도 하루 500명 미만일 때에나 가능할 것 같다 모두 건강에 서로 유의하자 그리고 주소 변경된 동기는 지금 곧 주소를 올려라 년말년시의 아쉬움 쬐끄마한 선물로 위안을 하려고 한다 바다 건너 미국시민 동기는 마음으로만 전하리다 부산 삼천포 기러기들도 보내거라 미안타만 참석율 10%미만자는 제외할거니 눈부라리지 마라 앞으로 참석을 적극 생각해라 앞으로 우리들의 해뜨고 지는 해돋이 해넘이 몇번 보겠는가 겨우33년3개월뿐이지 아니한가 성대약대 입학한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가 57년이다 이 세월도 눈깜짝인데 33년은 半깜짝이렸다
2020년 12월 16일 무 무
낙엽이 우수수
바람에 날리며 발길에 채인다. "사~각 사~가 ~ 악 ~~~" 짓밟히는 낙엽의 비명소리인가. 아니면 안녕히라는 인사말이던가.
세찬 비바람에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운가 보다. 새빨간 단풍잎과 샛노오란 은행닢 그리고 참나무 오동나무 등등의 낙엽이 되어 휘날리며 생(生)을 마감하고 있다. 인생도 언젠가는 낙엽처럼 사라져 버리는 신세가 아닌가.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우리네 노객들도 어디론가 사라져야 하는 순간이 오겠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모습에 가슴에는 멍울이 서릴게다. 100년을 살든 1년이면 낙엽이 되든 무엇이 다른가.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그 모습 그 모양이 어느 날 사라질 터이다. 봄이면 다시 또 파아란 봉우리로 태여나서 푸룬숲을 이루리라. 차가운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을이 오면 낙엽이 되어 또 바닥에 딩굴게다. 언제까지 이려나. 이 노객의 마음도 저 뿌연 뭉개구름 속으로 휩쓸리고 말리라. 아쉬움을 가슴속 깊이 간직한채로 말이다.
2020년 11월 20일 무 무 최 정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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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후퇴 피난길에 나선 피난민들의 삶을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눈보라가 엄청 버붓는 날 1951년 1월4일이다 .객차 지붕 위에까지 새하얗게 피난민들로 발디딜 틈도 옴짝달싹도 할수가 없다 . 드럼통 속에 아버지는 맏아들 나를 가슴에 품어주시고 오버코트로 감싸 주시던 순간이 지금도 흑색필름으로 돌아가고 있다 .남쪽 하늘 아래 아무도 아는 이 없고 낯설고 물설은 망망대해가 아니었을까. 오롯이 공산당이 싫어서 자유를 찾아 남으로 남으로 물밀듯이 떠밀려 온곳이다 .계룡산 밑의 어느 헛간에서 남한의 생활의 시작이다. 누님 둘 남동생 하나 그리고 장남인 나와 부모님 여섯 식구이다 .먹을 것은 고사하고 잠자리도 얼어붙은 차디찬 맨땅이다 .들판에 얼어붙은 양배추 떡잎을 겉보리와 희멀건 죽을 끓여 주신 내 오마니가 생각난다 .그것도 일곱살배기 장남이라고 흠뻑 많이도 바가지에 담아주신다 .누나들의 시샘 불만의 목메임에 아랑곳 아니하시던 내 오마니이다 . 외국은 커녕 비행기 한번 못 태워드린 불효식이다 .명절 때마다 북녘 하늘을 향해 차렛상을 차리시곤 그토록 뜨거운 눈물을 쏟으시던 애닲음도 가슴을 옥죄이고 있다 .이북에 두고온 어머니를 부르며 목이 메이곤 하시던 나의 아버지이다 ." 내가 살아 생존에 통일이 되야 할텐데 그래야 고향산천을 찾아 갈터인데 ~~~ 그리고 내가 죽으면 너희들은 무엇을 먹으며 어떻게 살아갈 건가 " 네명의 어린 자녀들을 앞에 앉히고 눈물을 적시던 나의 아버지이다. 세월은 70여년이 흐르고 두분이 이 세상을 떠나신지도 50년이 훌쩍 지났다. 이산가족의 아픔은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삶의 굴곡이다. 말로는 표현키 힘든 아픔이렸다. 언제나 그런 날이 찾아 오련가. 내 아버지 오마니가 그토록 가고프고 보고파 하시던 고향산천을 찾을 수 있는 그 세월이 오려는지 생각만으로 가슴이 옥죄이고 먹먹할뿐이다. 한반도의 한민족이며 형제자매인 남과북이 통일이 되는 그날에는 부모님의 혼이라도 고향산천 하늘 아래 모셔드리오리다.
추억은 강물이 되어
아침이 되면 으례껏 한강가로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아침 기온이 영하(零下) 4℃를 오르내리는 날씨이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면 눈가에는 찬이슬이 맺히고 있다. 털모자와 털 목보호대를 휘감아도 발걸음은 더딜 수 밖에 없다. 물가에는 얼음이 얼어도 물오리와 민물가마우치들은 쉴새없이 바쁜 모습이다. 청담대교와 영동대교를 지나서 성수대교 밑의 강가로 들어선다. 서편에는 남산의 전망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 밑에는 장충단공원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1,4후퇴 피난을 나와 계룡산 밑에서 5년여의 세월을 보낸다. 아는 이 하나도 없고 아무도 찾지 않는 낮설고 물설은 타향살이 신세이다. 좌판기에는 양담배 몇가치 미제껌 몇통 오징어 서너마리 눈깔사탕 대여섯개 이것이 전부이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느티나무 밑에 맨땅에 앉아 책도 연필도 공책도 없이 칠판만 바라보곤 한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마이동풍으로 주린 배를 쥐여짜고 시간만 흐른다.
견디다 못한 아버지가 식구들을 데리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을 한다. 서울운동장 앞에서 우연히 처남을 만난 아버지이다. 지금의 중부시장 터에 판잣집의 생활이 시작된다. 서너평 단칸 판잣집에 여섯식구의 서울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5학년 2학기 때에 을지로 4가의 영희국민학교로 전학을 온 것이다. 중학교 1,2차 시험에 모두 낙방을 한다. 마지막으로 아버지 손에 이끌려 동북중학교에 입학을 한다. 입학시험은 고사하고 입학식도 한달여가 지난 늦은 입학이다. 이 순간이 없었으면 "최정남"이라는 인간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까.
하루 세끼 밥은 굶겨도 장남인 아들을 제대로된 인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념이었으리라. 중3때가 되어서야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깨닫는다. 대보름달을 바라보며 눈물로 맹세를 한다. " 공부를 열심히 하여 반드시 장학생이 되겠습니다. " 라고 가슴 깊이 나와의 약속을 다짐한다. 아마도 이 짧은 순간도 나의 앞날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아닐까. 하지만 서울고 입시에서 낙방을 한다. 동북중이라는 3류에서 대한민국 최고인 고등학교에 발을 디딘 것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았는가. 다시 갈곳은 동북고이다.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그나마 자그마한 위안이 되었으리다. 꿈은 현실을 도외시한 19세 풋내기를 받아줄리가 없다.
" 야, 정남아 ! 우리 이번에는 연세대학교로 마음을 바꾸자, 아무리 생각해도 서울대는 안될거 같다 " 라는 고등학교 졸업하는 날 세 녀석들이 중국집에서 한잔술로 반드시 우리들은 서울대에 들어가자고 굳게 약속을 한 동기들의 충고이다.
" 너희 두놈들은 그렇게 해라, 사내녀석들이 약속을 했으면 썩은 호박이라도 끝까지 찔러야 하는 것이다 " 이 말이 나 자신의 망상이며 과욕일줄도 모른 허망이었다. 두 친구들은 모두 연세대 상대와 화공과에 합격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당시 철없던 그 시절을 후회한 적은 없다. 재수까지 강원도에서 하면서 오롯이 서울공대만이 꿈이었다.
현실과 꿈의 장벽은 절망의 구렁텅이만이 기다리고 있다. 두번의 낙방의 고배는 어리석은 나를 내 자신이 받아들이기도 쉽지가 않다. 이 세상에 아무 곳에도 쓸모가 없는 내 몰골을 더 이상 용납키가 어렵다. 세차게 몰아치는 눈발이 시야를 가리며 엄청 퍼붓는 겨울날이다. 이제는 방법도 희망도 없다. 컴컴한 절벽만이 앞을 가로막고 있을뿐이다. 갈곳은 어디인가, 최후의 막다른 길도 생각을 한다.
" 정남아 !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이 서울공대보다 더 좋은 곳이다. 제발 성대 약대에 입학원서를 받아와라 " 큰 누님의 절절한 하소연이 마음을 흔든다.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 명륜동에 있다는 성균관대학교를 물어물어 찾아간다. 입학 경쟁율이 13 : 1이다. 서울공대는 2 : 1 정도였는 데 예상치 못한 날벼락이다. 이곳도 이제는 나를 받아주지 않을 모양새이다. 시험문제는 그리 어렵지가 않다.
1964년 2월 어느 날 합격자 발표날이다. 생각지도 않은 내 오마니가 함께 하시겠단다. 항상 말씀도 없으시고 야단 한번 큰 소리 한번 없으시던 오마니이다. 눈이 질펀히 쌓여 있는 합격자 발표가 붙어 있는 돌담벽이다. 서로 먼저 보려고 틈을 헤치고 고개를 쳐들며 기웃되기를 한참이다. " 四三三 최정남 " " 엄마 ! 내래 합격했시요 " 평안도 사투리가 거침없이 튀여나온다. 환한 미소로 아들 손을 꼭 잡으신다. " 정남아, 됐구나, 이제 아버지 한테 빨리 가자꾸나 "
한강의 찬 바람을 맞으며 남산을 바라보는 이 순간도 나의 오마니 아버지의 활짝 웃으시던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강원도 간성 산골짜기에서 재수를 할 때이다. 자취를 해야 하는 형편으로는 밥도 반찬도 찌개도 손수 만들어야 하는 형편이다. 총 각 녀석들에게는 식사준비 자체가 가끔 싫증으로 굶기도 한다. 난생 처음 펜팔을 수년간 주고받던 아가씨도 떠오른다. 같이 공부를 하는 강원도 친구 애인이 소개해준 순수함이 묻어나는 처녀가 아닌가.
" 남산에 정기 뻗쳐 장충단 위에 희망에 종이 우는 배움의 마을 정의에 길을 밝혀 민족의 등불 나날이 커나가는 대한의 동북 ~~~ " 동북중고의 교가도 가슴을 흔들고 있다. " 만고에 푸르른 저기 저 남산 유유히 흐르는 맑은 한강수 굳세고 예쁨은 우리의 마음 정성껏 배우고 힘껏 일하세 아~아~ 그 이름도 복되도다 우리 영희 길이~길이 빛나리라 우리 영희~ " 영희국민학교 교가도 새삼스럽게 뇌리를 스친다.
성수대교를 바라보노라면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경 성수대교가 붕괴되어 49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도 지울 수가 없다. 안전불감증은 오늘도 여전히 진행중인 대한민국의 현실이 아닌가.
답답한 마음은 강물에 묻어버리고 가끔 즐겨부르곤 하던 노래 서너곡을 불러 본다. 겨울 아침 찬바람에 목은 잠겨도 목청껏 뿜어보련다. 잘 부르고 못 부름은 남의 얘기이며 부르는 나에게는 관심밖이다. " 안개낀 장충단공원, 두메산골, 삼각지로타리 " 세곡 모두가 배호가 부른 노래이다. 두메산골의 "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고향 찾아서 너 보고 찾아왔네 두메나 산골 도라지 꽃피던 그날 맹세를 걸고 떠났지 산딸기 물에 흘러 떠나가고 두번다시 타향에 아니 가련다 풀피리 불며불며 노래하면서 너와 살련다" 두번 다시 타향에 아니가련다라는 가사에는 목이 메여 눈물이 앞을 가린다. 무슨 이유일까. 아마도 70년이 흐르도록 고향산천 한번도 밟아 보지 못한 내 신세가 처량해서인가. 아니면 내 아버지가 통곡을 하시며 이북에 두고오신 어머니를 애닲이 부르지으시던 그 처절함이 앞을 가려서가 아닐까. 어서 빨리 통일이 되는 그 날이 오면 부모님의 혼(魂)이나마 모시고 가리다.
2020년 12월 5일 무 무 최 정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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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한강에서
2020년 12월에 올겨울 들어서 첫눈이 내린다. 겨울이면 으레껏 그토록 보아오던 눈발이 오늘따라 신기하고 엄청 반갑다. 무슨 이유일까. 가을이면 새빨간 낙엽이 바람에 흔들리고 발밑에 휩쓸리는 모습에도 애처러움이 가슴에 쌓인다. 매일 아침에 한강으로 발길을 옮기는 이 노객의 모습도 대견하다. 언제부터인가 삶에서 느끼고 스치는 순간순간의 하루도 어제와 다르게 새로웁다.
내일은 또 내일대로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다가올 것이 아닌가, 33년 3개월이 남은 세월이라도 흘러간 77년의 1/2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이다. 지난 세월이 눈깜짝이라면 앞으로의 남은 시간은 깜짝이라는 단어 두 글자도 못 미치는 순간이다. 하늘은 먹구름이 뒤덮고 눈빨은 시야를 가린다. 한강물 위를 스치며 날으고 있는 물오리 민물가마우치도 오늘따라 새롭다. 차디찬 물속을 거침없이 헤매고 치솟는 잽싼 몸놀림도 여전하다. 아침마다 한강가를 걷고 달리며 싸이클 페달을 밟던 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강물을 헤엄치고 물위를 날으는 물오리보다 못한 것이 인간의 생활이련가. 조금만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날리면 움츠리고 피하며 방콕만이 수단인 모양이다.
조금 더 세차게 엄청난 눈보라를 기대하며 강가를 거닐고 있다. 잠시 폰의 샷다를 누르는 찰나도 손끝이 매섭게 시렵다. 철없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밤새껏 앞마당에 수북히 쌓인 눈에 커다란 눈덩이를 굴리며 눈사람을 만들던 그때가 더욱 그립다. 장갑은 커녕 맨손이 시리고 저리고 빠알갛게 부어있는 손가락도 생각난다.
영동대교 근처의 감나무에는 아직도 빠알간 몇송이가 시야를 당긴다. 그토록 좋아하고 먹어대는 감이다. 자동차 매연에 휩쌓인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아침 여덟시가 넘은 시각이지막 희뿌옇고 거무스레한 구름이 저녁으로 착각케한다.
어제는 친구 몇명이 북한산둘레길 21구간인 우이령(牛耳嶺)입구에서 경기도 양주시의 교현리를 넘었다. 일명 김신조길이라는 곳이기도 하다. 약4.5Km로 보통 걸음속도로 걸으면 1시간정도면 걸을 수 있는 곳이다. 걷다 서다를 반복하니 약 4시간이 소요가 되었다. 그리고 연신내에서 한잔을 했으니 오늘 아침에는 해장국이 생각된다.
한강에서 영동대로로 접어든다. 영동대교 남단 3거리에서 500여미터 근처의 뼈다귀해장국을 포장하여 집으로 향한다. 출출한 속을 뜨끈한 국물로 속을 달랜다. 오늘은 일요일로 싸이클을 타려던 마음을 눈길로 접은 것이다.
저토록 일렁이는 한강물이 강원도에서 발원하여 남한강과 북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본류로 합류하는 지점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한강물은 흐를터이고 강원도 주문진의 동해의 푸른물결도 여전할 터이다.
한강에서 거슬러 동해바다까지 헤엄을 치고 걸으며 쉬다가다를 반복하면 며칠이면 도착할까. 청담대교에서 주문진항까지는 195.4km의 거리로 승용차로는 2시간13분 통행료 약 12,000원 | 택시비 약 255,746원 | 주유비 약 24,443원이 예상된다. 배낭을 걸머지고 걸으면 몇일이나 걸릴텐가. 걷기나름이다. 하루에 5시간 20Km를 걷노라면 3일을 걷고 하루를 휴식한다면 약 13일 정도면 충분하리라.
주문진방파제 횟집에서 해마다 두세번 정도는 산행친구들과 연례행사처럼 찾던 곳이기도 하다. 강원도 설악산을 오르고 오색약수에 몸을 담구곤 하기도 한다. 홀로 산행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소주 서너병으로 가슴을 달래던 세월도 어제 같다. 오라는 사람은 없어도 대학입학 재수(再修)를 하던 강원도 산골짜기도 그림처럼 다가온다. 수년간 오가던 펜팔의 인연도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순간이다. 주고 받은 수없이 많은 편지들을 뒷뜰에서 태운다. 머리가 어지럽다. 잿더미로 변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시던 내 아버지의 그때 그 얼굴이 가슴을 적신다. 언제나 대견해 하시던 아버지이다. 할 말이 없으신 당신의 마음을 지금도 헤아릴 수는 없다.
50여년이 흐른 어느날 다시 사랑의 꿈과 희망의 물결이 거침없이 엄습하는 모양이다. 후려지는 빗줄기도 휘몰아치는 거센 눈보라 태풍도 거침없이 밀려오는 동해바다의 물결은 어쩔 수가 없지 않는가. 집채같은 파도에 휩쓸리듯 이 노객의 마음과 육체는 허공을 헤매고 있다.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된 한옥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봄이면 복사꽃이 활짝 피는 마을이 바로 그곳이렸다. 앞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뒷산에는 밤꽃 향기로 온 산을 뒤덮는다. 찬란한 햇살이 비추는 꽃이 피고 새가 우는 고즈넉한 마을이 마음을 뺏고 있다. 감나무에는 빠알간 거봉감이 줄기줄기가 휘여지도록 매달려 홍시가 되기를 기다린다. 고추밭에는 주렁주렁 아삭이고추가 밭을 메운다. 감자밭에는 연보라색 감자꾳이 입맛을 적시고 있다. 논에는 가을이면 벼이삭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땅콩도 도라지도 여인네의 손길을 마냥 기다리는 모습이다. 도와주는 이 아무도 없는 홀홀 단신의 생활 터전이며 고향이 아닌가. 힘든 세월을 말없이 끗끗이 지키며 견뎌온 곳으로 앞으로도 영원한 몸과 마음의 안식처일터이다. 태여나서 자라고 수백년간 자자손손 대대로 내려오는 조상의 핏줄이 흐르고 있는 곳일 것이다.
홀로 하얗게 산속에 피여있는 목련의 순수함과 고귀함에 넋을 뺏기는 순간이다. 그곳이 지금은 버릴 수없는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영원한 꿈과 사랑과 삶의 행복을 품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강원도 산과 동해바다가 오늘도 그립구나. 수십년을 배낭을 짊어지고 오르내리던 강원도 산천이다. 그토록 누구를 찾아 홀로 헤매고 기다리며 지칠줄도 몰랐다는 말이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그 누가 말을 했던가.
"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고향 찾아서 나 여기 찾아 왔네 달뜨는 고향 ~~~ 도라지 꽃 피는 그날 맹세를 걸며 떠났지~ 산딸기 물에 흘러 떠나가도 나는 다시 타향에 아니 가련다 ~~ 수수빝 감자밭에 씨를 뿌리며 너와 살려언다 ~~~ "
70여년간 꿈에 그리던 이북 고향산천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눈이 내리는 아침에 한강가에서의 사랑의 세레나데는 끝이 없을지어다.
2020년 12월 13일 무 무 최 정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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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영하10도까지 하강하고 있다. 어제보다도 온도계가 더 내려간 것이다.
한강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상징은 무엇인가. 남산 북한산의 백운대와 인수봉 비내리는 영동교 123층롯데타워 아차산(용마산)이다. 한국의 대명사인 한강도 서울을 상징하는 명소가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 추가하면 老客으로 최정남약사를 추가하면 어떤가. 매일 아침 한강가를 어슬렁거리며 헤매는 중독자이다. 영하의 날씨에 찬바람이 부는 날이면 SKI GOGGLE을 눈의 보호막으로 걸친다. 노객들은 거의 모두 綜合病院 院長이렸다. 고혈압 당뇨 심근경색 관절증 뇌경색 녹내장등등 만물상이나 다름없다.
추운 겨울이면 찬바람에 온몸의 혈관이 수축되기도 한다. 따라서 혈압이 오르고 심장에도 녹내장 모든 질병이 나락으로 곤두박질 할 수도 있으리라. 북극의 빙하지대를 향하는 마음으로 온통 방한복(防寒服)으로 중무장이 필수조건이다. 마지막 한가지 눈을 찬바람에서 보호해야하다. 바로 스키용고글이다.
오늘도 영하의 강추위에 꼴사납기도한 스키고글에 의지할밖에 방법이 없다. 내일도 모레도 한강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흐르는 물결을 동해바다 주문진항의 밀려오고 있는 파도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언제나 마음의 고향으로 꿈을 꾸기도 하면서~~~ . 휘황찬란하게 온누리를 비춰주고 있는 것은 어떤가. 바로 내가 가장 사랑하고 있는 써니(SUNNY) 즉 태양(SUN)이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그리고 천체에 수많은 행성들을 지휘 감독하며 자연순환의 법칙대로 천체를 비춰주는 주인공이다. 태양은 천체의 모든 존재가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단 하나뿐인 유일신이다. 누구나 모두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불멸의 여신일테이다. 나 혼자만이 소유하고 평생을 사랑할 수는 없는 존재인가. 마음속에 보고싶고 갖고 싶은 것은 무었일까. 세찬 찬바람이 온몸을 움츠리게 해도 님을 향한 일편단심은 변할 수가 있으리까.
2020년 12월 15일 무 무 최 정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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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보를 보면 고기압 저기압을 알려주고 있다 고기압은 밝은 햇살로 맑음이다 저기압은 구름이 뒤덮고 비와 눈이 내리기도 한다 고기압만 계속되면 모든 게 말라 비툴어 황량한 사막화가 올기다 저기압층에서 퍼붓는 비와 눈은 만물의 생명수가 아닌가 너와 너의 마누라는 고질(高質)인가 고질(痼疾)인가 선택해라 나는 당연히 저기압(低氣壓) 과 같은 저질(低質)이다 삶은 자신만의 생각과 의지와 행동으로 사는 것이거늘 인생의 정답은 없다 나의 삶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다 너는 너대로 네 마누라는 그 여인대로 살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자신만의 삶의 정답이요 철학이다 누구에게도 강요치 말고 무엇을 더 바리자도 원치도 마라 인간은 언제나 미완성 미물(黴物)인 것을~~~
경기고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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