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과 이름 조윤범 /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출처: 신동아 12월호)
신혼부부들은 아마 유명한 이탈리아제 유모차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라스칼라'라는 유모차의 이름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오페라극장 이름을 따온 것이다. 그 회사가 만든 다른 유모차의 이름을 보면 증명이 된다.
'베르디'나 '푸치니'가 그것이다. 그들은 스칼라 극장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사람들이다. 베르디의 수많은
오페라가 그 극장무대에서 막이 올랐으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푸치니의 유명한 오페라 '나비부인'도 스칼라에서 초연되엇는데 이 공연은 실패했다. 너무 크게 실패했기
때문에 푸치니는 다시는 스칼라극장에서 공연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의 고집을 아무도 꺽지 못했는데,
그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의 스칼라 상연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을 때 그가 사망함으로써 결국 그의
결심은 지켜졌다.
요즘 어떤 사람이 얼마나 유명한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인터넷 검색창에 그 이름을 쳐보는 것이다. 문서가
많이 검색되는 만큼 유명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 내 이름을 검색창에
쳐보는 것이 내 취미가 되었다. 많이 나올 때는 역시 흐뭇하다.
인터넷 검섹창의 '비발디'
그러다가 심심해서 작곡가 비발디의 이름을 쳤다. 너무나 유명한 이 작곡가, 당연히 맨 처음으로 검색될 줄
알았는데 결과는? '비발디 파크'가 먼저 검색된다. 갑자기 수영장 사진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비발디라는
이름을 붙인 상호응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우리 집 근처에는 '비잘디 부킹 노래방'도 있다. 음, 왜 하필
이면 비발디일까? 사람들이 놀러오는 곳에 유난히 비발디라는 이름이 많이 붙어 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음악은 '사계', 그렇다. 봄,여름,가을.겨울에 모두 놀러오라는 뜻이다. 너무 개인적인 생각일까? 이보다 더
설득력있는 이유가 잇을까? 컴퓨터 소프트웨어에도 음악용어는 많이 사용된다. 당연히 음악을 위한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음악용어이고, 또 다른 분야의 것에도 적용되어 있다. 일단 음악 소프트웨어를 보자.
수많은 대중음악 작곡가가 미디(MIDI) 작업을 하는 '케이크워크'는 프랑스의 작곡가 드뷔시의 피어노곡
'골리웍의 케이크워크'에서 따온 말이다. 좀 우스꽝스럽게 생긴 아이를 '골리웍'이라 불렀고, 그런 아이가
학교에서 상으로 케이크를 받아 우쭐거리며 걸어가는 걸음걸이를 '케이크워크'라고 했다. 아주 짧은 피아노
곡으로 '어린이의 세계'라는 작품집에 들어있는 재미있는 소품이다.
'피날레'는 코다뮤직에서 만든 악보사보 프로그램이다. 음악용어로는 모든 음악을 끝내는 마지막 악장을
말하는데, 이를 만든 회사 이름인 코다도 역시 음악용어다. 코다는 한 악장이 끝날 때 마무리를 하는 부분
으로 피말레라는 용어와 형제뻘이다. 그 밖에도 경쟁사의 소프트웨어인 '앙코르'도 두말할 나위 없이
음악회장에서 흔히 듣는 단어이며, 또 다른 제품인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의의 국민적 작곡가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그는 '핀란디아'라는 음악을 만들어서 국가의 영웅이 된 거장 작곡가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는 핀란드가 아닌 영국회사다.
음악소프트웨어가 아닌 경우에도 이런 시도는 종종 있다. 오래전 매킨토시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중에
코플랜드(C opland)라는 소프트웨어도 있었다. 윈도 같은 시스템, 즉 매킨토시의 시스템( MacOS)의
어는 버전 이름이다. 코플랜드라는 작곡가를 알고 있었던 나는 미국에서 워넉 흔한 이름이라 많이 사용
되나보다 생각했는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이 시스템의 테마 디자인을 바꾸어주는 프로그램 이름이
아론(Aaron) 이었던 것이다. A를 두개 사용하는 'Aaron'이다. 아론 코플랜드, 미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받는 유명한 작곡가다.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 발레 서부극 '빌리 더 키드' '엘살롱 멕시코'
등으로 수많은 현대 음악가와 영화음악가에게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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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와 '듀엣'
아파트 이름에도 음악용어는 자주 사용된다. 더 나은 삶과 문화생활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여유와풍요'
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더 샵(#)'은 음정의 반올림이라는 기호다. 우리나라 전화기에 있는
'우물 정(井)'자와 같다. 삶의 질이 한층 더 올라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칸타빌'은 '노래 하듯이'라는 뜻의 '칸타빌레'와 마을 '빌리지'의 약어인 '빌'이 합쳐진 것이다.
'칸타빌레'는 아파트 외에 다른 분야에도 많이 쓰인다. '마에스트로'라는 양복의 이름을 보자.
'마에스트로'는 예술의 거장을 뜻하는 말이다.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방송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도 여기서 따온 이름이다. 음악세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마에스트로'와 '비르투오소' 를
구분해 사용한다. 전자는 음악의 모든 지식을 갖춘 거장, 후자는 연주를 완벽하게 하는 기교가를 말한다.
'돌체'라는 시계는 '아름답게 연주하라'는 뜻의 음악용어 돌체에서 따온 것이다. 우리가 보는 악보에
'dolce' 는 자주 등장한다.
어떤 결혼정보업체는 두 명이 함께 연주한다는 뜻의 '듀오'라는 단어를 상호로 쓰고 있다. 흔히
사용되는 '듀엣'은 두 명이 노래를 부른다는 뜻이고, 악기를 연주할 때는 '듀오'가 맞다. 세 명이 연주한다는
뜻의 '트리오'는 이미 우리 어머니 세대부터 주방세제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오디오 역시 클래식 음악에 관련된 이름들을 사용해왔다. 왜냐하면 가장 고음질을 요구하는 소비자는 클래식
애호가이기 때문에 이미지를 그 쪽에 맞춘 것이다. 오디오 ''에로이카' 는 베토벤 교향곡 3번의 제목이다. '
영웅'이라는 뜻의 이 제목은 원래 '나폴레옹 교향곡'이었다. 자신이 존경해 온 영웅 나폴레옹에게 헌정하기
위하여 그런 제목을 붙였지만, 나중에 그에게 실망해 그냥 '영웅'이라고 고쳐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다른 이야기도 있다. 처음에 '나폴레옹'이라는 제목을 붙여 놓았?는데, 어떤 동 많은 귀족이 이 곡을
돈을 주고 사겠다고 해서 제목을 바꾸었다는 설이다. 나는 후자를 믿는다. 그게 더 인간적이니까.
나 같았으면 그 귀족의 이름을 붙였을지도 모른다.
국내에서 생산된 오디오 '쾨헬'은 작곡가나 작품의 이름은 아니었다. 모짜르트가 작곡한 작품을 정리한
음악학자의 이름이다. 그래서 모짜르트의 작품번호에는 앞에 'K. ~번' 처럼 그의 이니셜이 붙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쾨헬넘버라고 부른다.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은가. '커피 칸타타' 나 '브라보 콘' 등 먹을거리
에도 음악회장에서 들을 수 있는 이름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