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합지졸(烏合之卒) 국민의힘 선대위
며칠 전 창원시 합포구 진전면 소재 적석산으로 등산을 갔다.
출렁다리 옆 넓은 바위에 앉아 도시락을 펼쳐 점심을 먹고 있는데 까마귀 다섯 마리가 주위를 맴돌았다. 네 마리는 바위 뒤편 나무위에 앉아 있고 한 마리만 내 곁으로 조심조심 접근을 했다.
나는 가지고 간 떡을 조금 잘라 까마귀에게 던져 주었다. 그랬더니 나무위에서 눈치를 살피던 까마귀 네 마리도 갑작스럽게 날아와 먹이 쟁탈전을 벌렸다. 그 중에서 덩치가 큰 놈이 먹이를 가로채 날아 가버렸다.
얼마 후 밥을 일부러 조금 남겨 바위위에 올려놓았다. 그랬더니 보이지 않던 까마귀 10여 마리가 순식간에 모여들어 이전투구를 벌렸다.
까마귀는 잡식성이다. 음식물 찌꺼기, 열매, 곡식 낱알, 벌레, 죽은 동물의 사체 등 가리지 않고 먹는다.
옛날에 장례를 치를 때는 산으로 음식을 가지고 가서 문상객을 접대했다. 그때 단골손님으로 찾아오는 새가 까마귀였다. 문상객이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산에 버려두면 살금살금 다가와서 먹었다.
마을에 초상이 나면 제일먼저 찾아와 초상집 어귀 나무에서 기웃거리는 새가 까마귀이다.
까마귀의 울음소리는 저음이면서 여운이 길어 언짢게 들린다.
우리 조상들은 까마귀를 흉조라 여겨 울면서 집 주위를 맴돌면 ‘퇴퇴’ 침을 뱉았다.
사실 까마귀는 조류 중에서 최상위권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새다.
까마귀를 훈련시키면 앵무새나 구관조처럼 여러 가지 소리를 흉내낸다.
그리고 까마귀들은 고유의 표현으로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다른 까마귀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도 한다.
새끼가 자라서 활동성이 강해지고 어미 까마귀가 쇠약 해 지면 먹이를 물어다 주는데 이것을 보고 은혜를 갚는 새로 여겼다. 고사 반포지효(反哺之孝)는 여기서 유래되었다.
동료가 죽으면 이틀 동안 금식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는 죽은 동료가 무언가를 잘 못 먹고 죽었을 수도 있으니 같은 불행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지혜의 소산이라고 이야기 하는 조류학자도 있다.
그렇게 상위 지능을 가졌다는 까마귀에게 먹이를 던져주면 그 행동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하등 동물의 행태가 된다.
난장판에 무질서의 극치를 이룬다.
겨울철 보리밭에 앉아있는 갈까마귀 떼의 모습을 보면 제멋대로이다. 나는 모습 또한 난잡하다. 기러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까마귀의 무질서와 산만한 것을 일컬어 烏合之卒(오합지졸)이라 한다.
烏 : 까마귀 오, 合 : 합할 합 之 : 갈지 卒 : 병사 졸
직역하면 까마귀를 모아 놓은 것 같은 병사다.
숨은 의미는 까마귀 떼와 같이 조직도 안 되고 훈련도 없이 모인 무리라는 뜻으로, 어중이떠중이를 비유하는 말이다.
烏合之卒(오합지졸)의 출전은 후한서(後漢書) 경엄전(耿弇傳)에 기록되어 있다.
왕랑이 한나라 성제의 아들 유자여를 사칭하고 한단(邯鄲)에서 스스로 천자라 칭하며 황제가 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경엄의 부하 손창(孫倉)과 위포(衛包)가 왕랑에게 귀순하려고 공모했다.
그러자 경엄이 칼자루를 굳게 잡고 엄숙하게 말했다.
“자여(子輿, 왕랑)는 도둑일 뿐이고 병졸들은 모두 항복한 포로들일 뿐이다. 내가 장안(長安)에 도착하여 나라에서 조직한 어양과 상곡의 군대를 이끌고 태원, 대군에서 수십 일만 왔다 갔다 하면서 경기병으로 기습하여 까마귀를 모아 놓은 것 같은 무리들을 깔아 버리면 마치 마르고 썩은 것들이 부러지듯이 될 것이다. 너희가 상황을 알지 못하고 그에게 간다면 머지않아 멸족의 화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弇按劒曰, 子輿弊賊, 卒爲降虜耳. 我至長安, 與國家陳漁陽上谷兵馬之用, 還出太原代郡, 反覆數十日, 歸發突騎以轔烏合之衆, 如摧枯折腐耳. 觀公等不識去就, 族滅不久也.)
여기에 기록된 烏合之衆(오합지중)과 烏合之卒(오합지졸)은 같은 뜻이다.
오합지졸과 같이 형편없는 군대라는 뜻으로 '당나라 군대'라는 말도 있다.
우리 군의 기강이 해이해 졌을 때에 언론들이 당나라 군대라 비아냥거리는 기사를 쓰곤 한다.
초기 당나라 군대는 중국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역대 최강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강군이었다.
기병 전술의 발전으로 소수의 보병으로 다수의 기병을 제압하는가 하면, 북방 유목민들의 장점을 받아들여 기동력을 살린 경기병대를 출현시키고, 나아가 아예 사방에서 데려온 이민족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당시 동양에 존재하던 거의 모든 병종의 장점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병사들의 특전과 대우가 약해져 그들의 생활이 궁핍해지고 부터는 과거를 통해 출세하려고 군역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권력을 둘러싼 내부 암투와 반란 등으로 강력했던 당나라 군대는 오합지졸의 대명사가 된다.
'안녹산의 난'이 일어났을 때 당나라 군대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 하고 당나라의 수도 장안이 함락되고 만다.
당 현종은 난에서 살아 남기위해 양귀비를 포기한다. 결국 양귀비는 자결한다.
허무하게 무너진 군대는 부끄러운 군대라는 오명을 역사에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는데 폄하해서 ‘당나라 군대’라 부르게 되었다.
요즈음 언론 보도를 보면 국민의 힘 선대위는 전형적인 오합지졸 집단이다.
선대위원 각자가 대선에 관심을 집중하기 보다는 다음 지방선거 출마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개인기 자랑에 몰두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이 난투극을 벌려 두 사람 모두 선대위를 떠났다.
장재원 의원은 이날 사회 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당 선대위가 후보를 위한 선대위인지 자기 정치를 위한 선대위인지 기가 찰 따름”이라 적었다.
그리고 이 대표를 향해 “당 대표의 옹졸한 자기 정치가 선대위를 얼마나 이기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후보를 위해, 선대위 조직의 안정을 위해 조그만 억울함이나 답답함은 인내하며 구성원들을 다독거리면서 가면 안 되느냐?”고 날을 세웠다.
조 최고위원을 향해서도 “공보단장이라는 분은 어디서 함부로 후보 뜻을 팔고 다니느냐”며 “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려면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지 당장 사과할 일을 왜 하느냐”고도 했다. “적어도 앞에서 한판 붙었으면 뒤에서 영상 돌리는 짓거리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조의원을 질책했다.
대통령선거는 정권을 잡기위한 여당과 야당의 전쟁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통수권자는 사령관을 임명하고 그에게 전권을 준다.
전권을 부여받은 사령관을 조직을 정비하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을 조직의 리더로 임명한 후 전쟁을 수행한다. 전쟁 중에는 정보장교가 제공하는 정보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대응전략을 신속하게 세워 진퇴를 결정한다.
전쟁 중 하극상을 하거나, 명령에 불복종하거나, 배신행위를 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총살로 다스렸다. 군기를 바로 잡기 위해서다.
때로는 읍참마속의 전술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군기가 바로 섰을 때 조직의 사기가 높아진다.
그런데 국민의힘 선대위를 보면
조직은 오합지졸처럼 보이고,
전략은 당나라 군대를 연상하며
전술은 까마귀에게 먹이를 던졌을 때 볼 수 있는 아비규환 그 자체다. 그들에게는 대선의 승리 보다는 이후의 전리품이나 콩고물에 더 관심이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략과 전술을 수정하지 않고 지금처럼 허언과 헛발질을 계속한다면 결과는 비관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조직을 확장하는데도 정당의 이념과 정통과 정체성에 합당한 사람을 골라 입당을 시켜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 공연히 이념적 스펙트럼만 넓혀 정체성을 무시한 막무가내식 영입은 오히려 집토끼를 잃을 수 있는 개연성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은 정치인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높은 안목을 가지고 정치판을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첫댓글 오합지졸
정말 적절한 표현이구려
속이 시원하군요.
한덩어리가 되어도 힘들것을
완전 개판인 국민의 힘을 누가 지지하겠소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