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6일 주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청소년 주일)
교회는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주일을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 대한 신앙 고백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초기 교회 때부터 이어져 왔다. 삼위일체 대축일이 보편 전례력에 들어온 것은 14세기, 요한 22세 교황 때이다.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이는 미사를 시작할 때 사제가 삼위의 이름으로 교우들과 나누는 인사입니다. 은총과 사랑과 친교의 원천이신 삼위일체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미사에 참여합시다.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어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8,16-20
그때에 16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
17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하였다.
18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르셨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19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20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2024년 청소년 주일 담화
“희망 속에 기뻐하십시오”(로마 12,12 참조)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지난해 8월, 저는 우리나라의 청소년과 청년 1,200여 명과 함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37차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였습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의 발걸음은 리스본으로 향하였고 그곳에서 교황님을 만나 함께 기도하고 아름다운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파견 미사를 마치시며 대한민국 서울을 2027년 전 세계 젊은이들이 다시 만날 ‘은총의 땅’으로 발표하셨습니다. 또한 2027년을 향한 여정 중에 맞이하는 2025년 희년에 로마에서 열리는 희년 청년 대회에 우리를 ‘희망의 순례자’로 초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희년은 히브리인들의 큰 축제에서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은 안식년을 일곱 번 보내고 그 이듬해를 희년으로 지냈습니다. 희년에는 땅을 일구지 말고 노예를 해방하며 땅과 집을 본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레위 25장 참조). 이는 하느님께서 직접 모세에게 이르신 말씀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희년에 담긴 ‘희망’을 발견합니다. 휴식과 해방으로 표현되는 희년의 의미는, 세상을 창조하시고 사람을 에덴동산에서 살게 하신 하느님께서, 또한 사람을 사랑하시고 행복하게 살도록 만드셨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셨기에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은 행복을 향한 희망이 됩니다.
저는 ‘희망을 담은 희년’이 내년 한 해만이 아니라 우리 청소년의 하루하루 일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 여러분과 희년 준비의 마음가짐 몇 가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먼저, 환경에 대한 관심과 보전을 위한 실천입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이레째 하루를 쉬신 것처럼 히브리인들은 7년마다 토지를 한 해 쉬도록 내버려두면서 가난한 이들과 들짐승이 먹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땅에서 나는 소출은 땅 주인의 소유이고, 해마다 경작해서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은 요즘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너무도 당연한 생각일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소유의 대상이나 이익을 얻는 도구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는 터전입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안락하게 하여 주었지만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도 가져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환경 오염의 가해자이며 피해자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안에서 소비의 모습을 돌아보고 환경 지향적으로 바꾸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습관화하는 것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보전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희년의 정신입니다.
다음은, 용서하는 마음입니다.
히브리인들은 희년을 맞아 노예를 해방하고 빚을 탕감하여 주었습니다. 해방과 탕감은 하느님께 거저 받은 자비의 인간적인 실천입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입시와 취업 등 진로에 대한 불안, 가족과 친구 등 관계에 대한 불안으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골짜기를”(시편 23[22],4) 홀로 가는 듯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을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여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는 합니다. 용서는 부족함이나 어려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행위이며, 그 대상에는 자신도 포함됩니다.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은 충분히 노력하고 있고 세계 어느 나라 청소년들보다도 열심히 미래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면 됩니다. 여러분 자신을 긍정하고 용서하기 바랍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이시고, 늘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마지막은, 기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희년을 앞둔 올해를 ‘기도의 해’로 선포하시면서, 기도의 가치와 필요를 깨닫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신자들은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인격적으로 가까워지고 이를 통하여 하느님의 뜻이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게 합니다(마태 6,10 참조).
저는 청소년 여러분에게 기도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러나 기도는 방법이라기보다는 하느님과 이루는 관계입니다. 하느님께서 청소년 여러분과 늘 함께 계심을 인식하고, 그래서 순간순간 그분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하느님의 이름을 부를 때에 여러분은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기쁨과 희망을 얻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희망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희망이신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어디에 있든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여러분의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희망을 간직한 여러분의 모습이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희망과 기쁨이 될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의 꿈과 도전에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뜻도 함께 담기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여러분이 희망을 품고 전하는 모습이 바로 희년을 살아가는 삶입니다.
“희망은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의 마음에 넣어 주신 행복을 바라는 덕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818항).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더불어 제39회 청소년 주일을 맞아 청소년들과 이들을 동반하는 모든 이에게 주님의 사랑이 풍성하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5월 26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김 종 강 주교
[내용출처 - https://cbck.or.kr/Notice/20242173?gb=K1200 ]
<여러분은 여러분을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는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8,14-17
형제 여러분, 14 하느님의 영의 인도를 받는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15 여러분은 사람을 다시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여러분을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는 것입니다.
16 그리고 이 성령께서 몸소,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우리의 영에게 증언해 주십니다.
17 자녀이면 상속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상속자입니다.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 상속자인 것입니다.
다만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을 누리려면 그분과 함께 고난을 받아야 합니다.
축일5월 26일 성 필립보 네리 (Philip Neri)
신분 : 신부, 설립자
활동 연도 : 1515-1595년
같은 이름 : 네리오, 네리우스, 비리버, 필리뽀, 필리뿌스, 필리포, 필리포스, 필리푸스, 필립, 필립부스, 필립뽀, 필립뿌스, 필립포, 필립푸스
이탈리아 중부 피렌체(Firenze) 태생인 성 필리푸스 네리우스(Philippus Nerius, 또는 필립보 네리)는 산마르코(San Marco)의 도미니코 회원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18세 때에 그는 산제르마노(San Germano)로 가서 사업 경력을 쌓으려고 노력했으나, 자신의 뜻과는 달리 신비체험을 하게 되면서 수도 생활에 정진하기로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1533년 로마(Roma)로 가서, 그곳의 어느 부유한 고향 사람의 두 아들을 가르치면서 은거 생활을 하다가 사피엔차(Sapienza)와 산타고스티노(Sant'Agostino)에서 철학과 신학을 3년 동안 공부했다. 이때부터 그는 길거리나 시장바닥에서 로마인들에게 설교하기 시작했는데, 신앙생활이 극히 미온적이었던 로마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1548년 성 필리푸스 네리우스는 자기의 고해신부인 페르시아노 로사(Persiano Rossa) 신부와 함께 ‘삼위일체 형제회’를 설립했는데, 이 수도회는 어려운 처지의 순례자들을 사목하기 위해 평신도들로 구성되었으며 ‘40시간’ 신심을 전파하였다. 그는 1551년에 사제품을 받자마자 고해신부로서 널리 알려졌고, 수많은 사람이 집단을 이루어 산 지롤라모 델라 카리타(San Girolamo della Carita)로 몰려왔다. 이곳은 그가 생활하고 있던 사제들의 공동체가 있는 곳이었다. 그는 수많은 개종자를 얻는 일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을 도와줄 사제들을 확보하는 일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들은 신자들을 오라토리오(Oratorio, 방)에 모아놓고 영적 권고와 고해성사를 주었기 때문에 ‘오라토리언’(Oratorians)이란 이름으로도 알려졌지만, 실제로 ‘오라토리오회’가 설립된 연대는 1564년이다. 이때 성 필리푸스 네리우스는 산조반니(San Giovanni) 성당의 주임신부였고, 다섯 명의 제자들이 사제품을 받았다. 이 새로운 수도회는 1575년에 공식 승인을 받았는데, 이때는 그가 이미 로마(Rome)의 명사로 널리 알려진 때였다. 성 그레고리우스 13세(Gregorius XIII) 교황은 그에게 발리첼라(Vallicella)의 산타 마리아(Santa Maria) 성당을 하사했는데, 그는 옛 성당을 철거한 후 그 자리에 '키에사 누오바'(Chiesa Nuova, 새 성당)를 짓고 오라토리오회의 본원으로 사용했다.
이즈음에 그는 ‘로마의 사도’로 알려졌고, 교황과 추기경은 물론 권력자들과 일반 시민들로부터도 큰 존경을 받았다. 그는 뛰어난 영적 지혜와 환시를 통해 부자와 가난한 자, 권력자와 힘없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도와주었다. 특히 그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탈혼과 환시 같은 신비체험을 수차례 경험했고, 기적까지 행했으며, 예언의 은사도 받았다. 1593년에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장상직을 내려놓았다. 1595년 5월 25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방문자들을 맞이하고 고해성사를 준 그는 그날 밤 건강 상태가 악화하여 주위에 모인 영적 아들들에게 십자가를 그어 축복한 후 선종했다. 그의 유해는 로마의 키에사 누오바에 안치되어 공경을 받고 있다. 그는 1615년 5월 11일 교황 바오로 5세(Paulus V)에 의해 시복되었고, 1622년 3월 12일 교황 그레고리우스 15세(Gregorius XV)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다.
오늘 축일을 맞은 필립보 네리 (Philip Neri) 형제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