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홍동 산1번지
표고 757.8m, 비고 118m, 둘레 2,046m, 면적 276,280㎡, 저경 757m
분화구가 없고 남북으로 다소 긴 등성마루에 봉우리가 솟아 있다. 분화구가 없는 오롯한 원추형이 이 오름의 특색이다. 계곡을 낀 서쪽은 급사면을 이루고, 이 계곡은 시오름 북쪽에서 발원, 시오름~고근산 서쪽을 돌아서 강정교를 거치는 아끈내의 상류이다. 정상부에 산림보호표지판이 있는 오름
시오름은 한라산 남쪽 자락 깊은 숲 안에 틀어박혀 있다. 어지간한 관광지도에는 나오지도 않는다. 큼지막한 지도에서 발견되는 시오름은 중산간의 외딴 점 하나로 표시된다. 지도에 도로를 상징하는 선이 없다는 것은 차편으로는 접근이 안 된다는 뜻이다. 가장 가까운 도로가 한라산을 에우는 1115번 지방도로(산록도로)인데, 지도에서만 봐도 멀다. 물론 걸어서 가도 멀다. 시오름은 해발고도 650m 언저리에 자리한다. 해발 650m면 우리가 중산간이라고 부르는 지대와 겹친다. 그러나 시오름이 들어선 자리는 우리가 아는 중산간과 모습이 다르다. 위치는 중산간이어도 모습은 한라산이다. 한라산이 품은 깊은 숲 안에 시오름이 위치하고 있다. 시오름 스스로 한라산의 깊은 숲을 이룬다. 관광자원으로 개발되기는커녕 제주 사람의 발길도 좀처럼 닿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은 한라산에도 상처를 냈다. 한라산 아랫도리를 따라 병참도로를 건설했다. 물론 제주 사람이 동원됐다. 한라산 병참도로는 하치마키 도로라고 불렸다. 하치마키는 머리띠다. 한라산에 머리띠를 두른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해발 800m 한라산 자락을 따라 기다란 흉터가 생겼다. 옛날의 군사도로는 세월이 흘러 트레일로 거듭났다. 2012년 산림청이 조성한 한라산 둘레길이다. 무오법정사에서 돈내코까지 13.5km 이어진 한라산 둘레길 동백길코스는 2017년 현재 한라산 둘레길 여섯 개 코스 중에서 제일 먼저 완성됐다. 지금은 돈내코 탐방로까지 걸어가야 동백길이 끝나지만, 2014년까지만 해도 무오법정사에서 약 7km 떨어진 시오름 근방에서 산록도로 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왔다. 그때 시오름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시오름은 한라산 둘레길 덕분에 선으로 이어졌다. 무오법정사에서 시오름 가는 길은 울창한 오솔길이다. 웃자란 나무들이 하늘을 가린다. 여름에는 그늘이 져서 좋고 가을에는 단풍이 흥건해 좋다. 야자수 매트가 깔려 있어 걷기에도 좋다. 한라산 둘레길은 오름과 상관없이 걷기에 좋은 길이다. 지금은 코스가 연장되면서 시오름을 지나친다. 일부러 방향을 틀어야 시오름을 갔다 올 수 있다. 2016년 6월 서귀포 치유의숲이 개장하면서 시오름 가는 길이 새로 났다. 서귀포 치유의숲은 제주도청이 산림청의 치유의숲 사업을 본떠 조성한 휴양시설이다. 면적이 1.7㎢에 이르고, 운영 중인 산림치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서귀포 치유의숲 맨 꼭대기에 시오름이 있다. 서귀포 치유의숲 어귀 방문자센터에서 시오름까지 왕복 3시간이 걸린다. 치유의숲에서 시오름 가는 길도 울창하다. 그러나 널찍히디. 한라산 둘레길과 달리 그늘이 많지 않다. 대신 높이 20m가 족히 넘는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빚는 풍경이 장관이다. 사려니숲길에서 만났던 거대한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여기 치유의숲에도 있다. 개장한 지 얼마 안돼 덜 알려져있다. 오름 가는 길 중에서 가장 이국적인 풍광의 길인 듯싶다. 시오름의 표고는 757.8m이고 비고는 118m이다. 막판 오르막 계단이 가파르다. 그러나 정상 전망대에서 한라산이 조망된다. 전망을 확조하려고 전망대 아래 나뭇가지를 쳤다. 연초록 원시림 너머에 우뚝선 한라산이 손에 닿을 듯하다. 시오름은 사실 정상의 한라산 전망을 빼면 딱히 내세울 게 없는 오름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오면 끝이다. 흔한 굼부리도 보이지 않는다. 숲에 숨어 있어 시오름의 전경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시오름은 원뿔형 오름이다. 정상이 뾰족하다는 뜻이다. 오름이라면 으레 정상에 굼부리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시오름은 굼부리가 없다. 강력한 폭발이 없었거나, 폭발 이후 지질활동으로 굼부리가 덮었기 때문이다. 시오름처럼 정상이 볼록한 오름을 숫오름이라고 부른다.시오름의 한자 이름이 웅악이다. 시오름이라는 이름도 숫오름에서 변화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시오름에서 내려오는 길. 그늘진 숲에서 깜짝 놀랄 장면을 조우했다. 엄청남 규모의 천남성 군락지였다. 천남성이 바닥을 덮은 숲이다.
1. 일시 : 2020. 5. 24(일)
2. 코스 : 정상 650m 원점회귀, 가멍오멍숲길 1.9km(왕복), 놀멍치유숲길 2.1km(왕복)
3. 실거리 : 8.0km
4. 소요시간 : 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