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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포츠 이력
2015.09.19 장유경
나의 활달한 성격과 군인 출신 이력으로 사람들은 내가 무슨 운동이든 다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
학교 교직원 체육 행사가 있는 날이면 내가 교직원 중 나이가 상당히 많은 그룹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종종 나를 운동 좀 하는 그룹으로 편성하여 짝을 지어놓곤 하기 일쑤다.
그래서 늘 동분서주 하고 아는 체 목소리를 높이다 보면 실제 실력을 들통 내기보다 경기가 먼저 끝나서 늘 상 운동 잘 하는 그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실은 내가 제대로 할 줄 아는 운동은 거의 없다.
팔 다리 가늘고 힘없던 중학교 때 체력장을 하면 매달리기는 “0초” 포탄던지기는 기본점수인 12미터를 간신히 턱걸이 했고, 100미터달리기를 23초 정도에 끊었을 정도로 순발력은 떨어졌다.
그러나 하나 잘하는 종목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오래달리기 이었다.
중학교 때 처음 체육선생님으로부터 마라톤 선수로 나가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더랬다. 그러나 난 운동엔 별 취미가 없어 단번에 거절하였다.
그 제의를 수락했더라면 라면만 먹으며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던 어떤 선수처럼 나도 이름을 날릴 수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오래 달리기 잘 하는 실력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근근이 사관학교에 붙고 기본적인 체력을 위해 아침마다 하는 구보를 그리 힘들지 않게 잘 할 수 있었던 가 싶다.
어릴 때부터 한번쯤은 수영을 배우는 요즈음과는 달리 우리는 어린 시절 강가나 바닷가에 살지 않고서는 수영복입고 수영장가서 수영을 배운다는 것은 좀체 생각도 못해 본 일이었다.
다행히 나는 사관학교에서 수영을 처음 접할 기회를 갖았는데 학생 중 2/3정도는 물에 뜨고 잘 할 수 있는 반면 나를 포함한 1/3은 물에 뜨지 조차 못해 진도에 따라가지 못하였고 수박 겉핥기식의 수영시간은 그렇게 지나가버렸다.
그 다음으로 사관학교에선 테니스를 가르쳐주었다.
1년간 교양으로 일주일에 두 시간 이상은 배울 수 있었는데 난 그 시간이 왜 그리 싫던지 테니스 시간만 되면 교관의 눈을 피해 테니스장 구석 큰 플라타너스 나무로 몸이 가려지는 벤치 구석에 앉아 그 시간을 지루하게 때웠으며 겨우겨우 시험 칠 때 만 서브 넣는 시늉 정도만 하고 말았다. 지금처럼 철이 좀 들어 운동 하나를 배우기 위해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를 알았더라면, 또 테니스가 얼마나 귀한 운동인지 알았더라면 그 귀한 시간을 그리 헛되게 보내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 때 열심히 배우고 방과 후 자유 시간에도 테니스장에 나가 벽치기 열심히 하던 친구들은 아줌마가 되어서도 아마추어 테니스 전국대회까지 나가고 여전히 잘 치더구먼,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 다음으로 내가 접한 운동은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두 번째 부임지였던 청평에서 접했던 수상스키였다.
호반의 도시답게 멋있는 청평호 주변에 여름이면 수상스키를 가르쳐주는 곳이 많았다. 청평병원은 자그맣고 근무하는 장교들이 많지 않아 병원 안에 여자인 간호장교들의 숙소와 행정장교들의 숙소가 가까이 있었고, 사병들의 중대장 역할을 하는 행정장교 조대위와 나이 대가 맞고 둘 다 객지 생활하는 처지여서 일과 후 종종 어울리게 되었다. 수상스키를 타러 다닌다기에 따라 가 보았더니 보트와 연결된 줄에 매달려 물 위에 떠서 물을 가르며 달리는 모습이 그럴싸해 보였다. 그러나 수영도 못하는 내가 해 볼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수영하고 상관없어, 아주 쉽다니까, 이렇게 청평에 있을 때 한 번 해보기라도 해” 하며 하도 권하여서 한번 도전해 보았다.
구명조끼와 물에 뜨는 재질인 스키를 양발에 신고 물에 풍덩 들어가면 스키와 구명조끼의 힘으로 양다리와 몸이 물에 동동 떠 있게 된다. 보트와 연결된 줄을 잡고 보트가 막 달리기 시작할 때 그 힘으로 상체를 일으키면서 두 다리 힘의 균형을 잘 잡아 물결을 잘 타면 되는 것이었다.
처음엔 다리의 힘이 너무 세게 주며 일어서면 뒤로 넘어지고, 다리 힘이 조금만 약해서 보트 쪽으로 몸이 당겨지면 앞으로 곤두박질 쳐졌다. 이거 되겠나 싶은 생각이드는 반면 다리에 어느 정도의 힘을 주어야 될지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물위에 서서 배가 이끄는 데로 호수를 한 바퀴 돌게 됐을 즈음 오래전 심한 고열로 고막이 터져 앓았던 중이염이 재발하여 만성중이염이 되었고 더 이상 물속에 들어갈 수 없어 나의 수상스키 이력은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군인이었던 나는 장교로서의 기본체력 점검을 위해 1년에 한번 체력장을 해야 했다. 아기를 낳아 1년쯤 지난 시점에 체력장을 하니 늘 “0”초였던 매달리기는 25초 만점으로 좋아진 반면 늘 1등을 고수했던 오래달리기는 달리면서 뒤에서 누군가 자꾸 나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 돌아보면 아무도 없곤 하여 1등의 자리를 내어 주게 되었다. 나를 잡아당긴 건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엉덩이 무게였다. 그리하여 잘하던 오래달리기도 막을 내렸다.
아이를 키울 즈음 아이가 세발자전거에서 네발자전거로 다시 보조바퀴를 뗀 두발자전거로 옮겨 탈 때 아이의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주며 새삼 나는 자전거를 배워보지도 못했고 형제들이나 이웃집 자전거를 빌려 타 보는 기회도 가져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고, 아이와 함께 나란히 강변을 달려볼 생각으로 큰맘 먹고 내 전용 자전거도 구입하였다.
학교 운동장에서 혼자 연습하기도 쉽고 한쪽으로 기울어져도 발을 뻗으면 발이 닿을 알맞은 크기의 자전거를 구해 처음 타보니 좌로 우로 기우뚱 기우뚱 거리고 사람이 근처에 있으면 박아버릴까 봐 더 잘 안되기는 해도 좀 연습하다보면 얼굴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면서 스카프 날리며 강변을 달릴 수 있으리란 생각에 운동장 굵은 모레에 넘어져 긁힌 상처에 약 바르며 미소 지었다.
그러나 자전거를 산지 며칠 지나지 않아 그만 아파트입구에 자물쇠로 잘 채워둔 자전거가 통 체로 사라진 것이었다. 나의 강변 달리기의 꿈과 함께
아이는 그 이후로도 자전거 타기 연습을 계속해 잘 달리나 난 그것이 자전거 이력의 전부가 되어 지금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자전거 타기는 꿈꾸지 못한다.
제대 후 늦게 학교선생이 된 나는 단체연수로 1박2일의 하이원이라는 곳에 처음 가보게 됐다. 다른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여러 번 다녀갔으니 그곳에서 단체로 스키를 배울 사람들은 진작 배웠고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단체 연수 업무 외엔 삼삼오오 수다로 나머지 시간을 때웠지만 나는 다음에도 또 이곳엘 오게 된다면 매번 수다로 시간을 보낼 수는 없겠기에 마흔 다섯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체육을 전공한 선생님의 도움으로 스키를 처음 배우게 됐다. 스키를 빌려 신고 좌로 걷기, 우로 걷기, 팔 젖기, 속도를 내고 멈출 때의 동작 등을 급히 익히고 초보 코스부터 시작하여 중급까지 올라가 타고 내려 올 수 있었다. 처음 탔지만 좀 더 쉽게 익히고 탈 수 있었던 건 오래전 수상스키를 탔던 몸의 기억이었는지도 몰랐다.
흰 눈 위를 두 다리로 서서 미끄럼타고 내려오는 스키는 새롭고 스릴있는 경험이었다. 물론 끝난 후엔 두 다리 엄청 후둘 거리고 삭신이 쑤시는 고통이 따랐지만 말이다.
그전에는 학교에서 연수 장소로 자주 갔다던 하이원을 그 이후 5년이 넘도록 한 번도 가질 않아 다시 스키를 신어보지 못했다. 아직은 나 스스로 스키장을 찾을 정도로 매력에 푹 빠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골프가 한참 붐이 일었다. 연배가 비슷하고 같은 여자였던 교장 교감샘과 기타 몇몇이 같이 배워 필드에도 나가고 “우리도 골프를 한번 쳐 보자.”며 단체로 할인해서 연습장도 선불로 끊고 “사모님 어깨 힘 빼세요.”소리도 들으며 레슨도 받았다. 어느 정도 공이 거리가 나가게 되자 연습장에서 공치기 연습은 지루해져서 실전에 나가게 되었는데 직장생활을 하는 우리들은 주말에 가려면 매우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갈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아서 가까운 6홀이나 9홀 작은 골프장을 몇 번 다녀 보았는데 썩 흥미롭진 못했다. 비용을 좀 지불하고서 정규 필드에 나가보았으나 하루 종일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운동량은 충분치 않고 잘하지 못하는 공치기가 스트레스를 날리기 보다는 더 스트레스를 받게 했으며 잘하기 위해서 연습을 더 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었고 제일 부담은 비용이어서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그 즈음 한 일 년 정도 열심히 함께 운동하였던 선생님들 모두 다 슬금슬금 그만두고 있던 차에 나도 그만 두었으며 선배가 물려준 중고 골프채와 가방이 고스란히 창고에 들어간 지 3년이 넘었다.
스포츠 이력으로 따지자면 승마 이것도 속할 듯싶다.
장애 아이들과 일반 아이들이 결연되어 있는 승마프로그램에 의료인으로 1주일 함께 가게 된 일이 있었는데 몽골까지 가서 승마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몽골사람들이 한명씩 인솔자가 붙었지만 우리 선생님들은 양쪽 고삐를 당기면 멈추고, 달리면서 우측을 살짝 당기면 우측으로, 좌측을 당기면 좌측으로 가고 엉덩이를 손으로 때리거나 발로 살짝 차면 달린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항만 듣고 말을 타게 되었다.
안장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천 조각을 이어 붙인 듯 조잡하게 만들어져 있었으나 말들은 매우 준수했다. 나는 일부러 내 덩치도 작은데 잘 달릴 것 같은 좀 큰 말을 골랐다. 그리고 영화에서 본 것처럼 눈도 마주치고 말도 걸고 그 말을 올라탔는데 타기 전 ‘나를 내동댕이쳐 버리면 어쩐다!’ 하던 걱정보다 타고 보니 말이 정말 지시를 잘 따라주었고 쉽게 적응 하였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제일 앞 중간 중간 몽골 인솔자들이 서고, 단체로 줄지어 말이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는 정도의 속도로 몽골의 초원을 두 시간 돌면서 앞서서 마구 달리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느라 매우 힘들었다. 내리기 전 200미터 정도였을까 잠시 달려갔다가 바로 돌아온 일탈이 전부였다.
그런데 두 시간 타고 말에서 내리니 부실했던 안장 탓에 엉덩이가 무지 아프고 말이 움직일 때 마다 안장과 엉덩이의 마찰을 줄이려 힘주게 된 양 허벅지 안쪽이 어찌나 아프던지 더 이상 타기가 쉽지 않았다.
이튿날도 말을 탈 기회가 있었는데 어기적거리며 겨우 탄데다 어제의 말은 다른 사람이 타버려 다른 말을 탔더니 이 말은 말을 엄청 안 듣는 거다. 달리기는커녕 걷기가 싫은지 제일 뒤쳐져 걷고 가리키는 방향도 무시하고 걷다가 자기가 먹고 싶은 풀이 나오면 풀 뜯고 있고 아! 어제의 말이 너무도 간절했지만 아픈 엉덩이와 다리로 다음날 또 다시 도전해보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승마가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다면 한번 배워 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으로 내가 접한 운동은 귀가쫑긋 임원들 사이 한창 배드민턴 붐이 일던 2년 전 나도 배드민턴을 친다면 같이 게임도하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학교에서도 배드민턴 붐이 일었다.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라켓에 운동화, 가방까지 선물도 받고 정말 잘 쳐보리라 레슨도 받고 기본 동작을 익히고 한창 재미가 있어지면서 몇몇이 어우러져 복식으로 게임을 시작하던 무렵 날아온 공을 나와 같은 편인 남자선수와 같이 받으러 달려가다가 그만 남자선수의 발에 내 발이 부딪히면서 발이 접질리고 말았다. 다행히 골절을 입거나 하진 않았으나 발목인대를 다쳐 아주 오랫동안 고생을 하였고 그 일로 배드민턴을 접었다.
뭐 그만한 일로 하던 운동을 그만두었냐고 사람들은 말할 것이나 발목을 다친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내가 좋아하는 산을 다닐 때면 시큰거리는 발목을 느끼며 배드민턴 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산을 못 다니게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배드민턴 가방도 창고에서 주인을 기다리며 잠자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잘하는 운동이 하나가 있긴 하다.
등산도 운동이라면 나는 등산에 있어서는 유일하게 대가의 수준에 속한다.
우리나라 안 가본 산이 없을 정도로 대학생 때부터 산을 혼자서도 산길을 찾아 걷고, 산장에서 혼자 밥을 해먹고 산에서 밤을 보내는 일을 수없이 해왔고 길게는 산에서 2박3일 정도 걸었으며 지금도 산이라면 열일 제쳐놓고 산으로 달려간다.
무엇보다도 산은 잘해야 한다는,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점수가 좋아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없고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아주 경제적인 스포츠여서 가장 좋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이유들이 아니어도 산엘 가면 사계절의 자연의 변화가 풀잎, 나뭇가지 하나하나에 오롯이 묻어 몸으로 전달해 오며 나도 그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편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하고 있는 운동은 단 하나 등산이지만 여러 스포츠 이력으로 어쩜 난 학교에서 운동 잘 하는 그룹에 속하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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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역시! 유경샘답게 스포츠 이력이 대단하십니다.
꾸준히 하든 안하든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저같은 게으름뱅이 입장에서는 경이롭네요. ^^;;
결국 운동이란 운동은 대체로 다 접해 보셨네요 ∼∼ ^^
늘 열심히 게시물을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부지런한 귀희님을 어찌 누가 게으르다 하겠어요???
신중하셔서 시작을 쉽게 않는 것이겠지요~~^^
귀쫑카페에 이리도 재미난글들이 많은줄 미처 몰랐어요ㅎㅎ 다들 자신의 이야기를 어쩜 이리 재미나게 펼쳐놓으셨는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재미나게 읽고 갑니다^^ 운동에 무관심한 저로서는 우리 장총무님의 화려한 스포츠이력이 무척이나 부럽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