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창립기념일은 6월 20일, 그러나 20일이 토요일인 관계로 19일(금)에 오창 공장에서 체육대회가 예정 되어 있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행사는 취소 되고 19일 쉬는 날로 결정이 된다. 작년 이맘때는 화담숲을 갔었는데 말이다. 그 와중에 토요일 1박 2일로 디오님이 백두대간 자전거 종주의 원대한 꿈을 품고 첫 라이딩을 같이 하자고 콜이 온 이상 이참에 그 동안 국토완주 도장을 찍지 않은 구간인 오천자전거길(105km)과 금강 종주(146km)를 가보기로 한다. 이 두 곳을 경유해 구례에서 디오님과 호영님을 약속한 시간에 만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할거 같아서 목요일 퇴근 후 부랴부랴 준비해서 동서울발 수안보행 시외버스를 탔다.
수안보에 도착하니 10시, 서둘러 터미널 근처 숙소인 게스트하우스 같은 모텔을 찾아 짐을 풀고 나니 저녁을 안 먹고 출발한 터라 시장기가 느껴져 사발면 하나를 먹어본다. 5년전 수안보에 들른 이후로 처음이어서 늦은 시간이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 돌아본 거리는 인적은 드물고 도로 양쪽에 화려한 불빛만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일찍 출발 할 요량으로 AM 5:30에 알람을 설정해 놓고 잠을 청해 보았지만 뒤척이다 깨어보니 창 밖에서 빗소리가 들리는게 안닌가~~ 비가 온다는 소식을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창문을 열어보니 큰 비는 아니었지만 일찍 출발 하기로 한 나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핸드폰으로 날씨를 검색해 찾아본 결과 6시 이후로 비가 잦아 든다 길래 따뜻한 원두커피와 토스트로 가볍게 아침식사를 하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본다. 비가 거의 그칠 무렵 7시가 다 되어서 길을 나선다.
비에 젖은 촉촉한 대지 위로 예쁘게 피어난 꽃과 푸른 들판은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으며, 그 사이로 귓가의 시원한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하는 페달링은 이른 아침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수안보에서 1시간 정도 달려 오천자전거길 첫 시작 구간인 행촌교차로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예전 국토 종주 했을 때 이곳을 지나 이화령고개를 넘은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오천자전거길 3번째 인증센터가 위치한 백로공원이다.
금강종주의 첫 시작점인 대청댐이다.
오천자전거길 마지막 인증구간인 합강공원을 먼저 가야 했으나 거리상으로 대청댐을 먼저 경유한 다음 금강종주 경로에 있는 합강공원을 가는게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다.
공주보 근처에서 라이딩을 멈추고 숙박 할 곳을 찾아야 했지만 내일 일정을 무리없이 소화 할라면 오늘 최대한으로 많이 가야 했기 때문에 다음 인증센터가 있는 백제보까지 가보기로 욕심을 낸다. 백제보에 도착 했을 쯤 이미 어둑어둑 해졌으며 인증 도장을 찍은 후 그제서야 숙박할 곳을 찾아 보았다. 핸드폰 빳데리도 5%정도로 거의 남지 않아 심적으로 많이 쫄렸지만 다행히 전방 5km 정도에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고 네이버에서 알려준다. 일단 영업을 하는지 전화를 걸어 확인 해보고 네이버 길찾기를 이용해 핸드폰이 방전 되기 전 신속하게 그러나 조심스럽게 찾아갔다. 대행이 아닐 수 없다.
9시 정도에 숙소에 도착, 씻고 옷가지 등을 빨래한 후 주인한테 얻은 사발면 2개 중 하나로 저녁을 한다. 오늘 라이딩(222K) 하면서 점심때 대청댐 가기 전 물냉면 하나 먹은게 전부 여서 사발면으로는 턱없이 부족 했지만 할 수 없었다. 근처 자전거로 10분 정도 이동거리에 식당이 있다는데 더이상 자전거는 타기 싫었고 숙소가 위치한 곳이 한적한 곳이라 근처 가게도 없었다.
게스트 하우스 숙소는 깨끗하고 좋았으나 늦게 찾아 온 뚱땡이 친구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자는둥 마는둥 하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어제 남은 사발면 하나 먹고 금강 종주 나머지 구간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이른 아침 라이딩은 언제나 상쾌하다.
쭉쭉 뻗은 길이 끝없이 펼쳐진다. 어제 대청댐에서 세종보까지 찾아 가느라 시간도 지체 되고 고생한 터라 잘 정비 된 자전거 길이 반갑기만 하다.
오전 10시, 금강 종주 종착점인 금강하구둑 인증센터에 도착 했다. 이로써 개인적 일정은 모두 끝이 났다. 이제는 디오님과 호영님을 만나러 구례로 가야 한다.
구례로 가기 위해 금강 하구둑에서 약 25Km 떨어진 익산역으로 가기로 한다. 라이딩 중 준비해 간 물은 다 마셔 없고 허기도 져 가는 길 중간 중국집에서 이른 점심을 한다.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풀고 볶음밥 곱빼기로 허기를 면했지만 배는 부르지 않았다.
익산역에 도착 후 승차권을 끈고 보니 승차시간 까지 대합실에서 약 2시간 정도를 기다려야만 했다. 원칙적으로 전라선은 장항선과 달리 자전거 승차가 안되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지만 가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갔고 다행히 무사 통과 후 안도 할 수 있었다.
구례구역에서 숙소까지 약 7Km, 섬진강 줄기 따라 잘 조성 된 자전거 길은 강 옆 시골 마을을 지나 아름드리 나무, 대숲 등을 지나게 된다.
드디어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 (Road to Nature, Gurye)' 시내에 도착!!
약속 시간보다 이르게 숙소에 도착 해서 씻고 빨래를 한 뒤 시원한 선풍기 바람과 함께 TV를 보면서 룰루랄라 쉬고 있는데 디오님이 6시 50분에 도착 하니 구례성당, 화엄사 가자고 카톡이 온다. 잠시라도 쉬게 만들지 않는다. 또 언제 만들어 준비 하셨는지 '백두대간 자전거 종주' 플랭카드도 가지고 와 내심 깜짝 놀랬다. 디오님의 백두대간 자전거 종주에 대한 확고한 목표와 도전 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호영님이 오기전까지 성당, 절 등을 두루 다니면서 백두대간 자전거 종주 무사 기원을 해본다.
이른 아침, 디오님과 호영님은 전날 준비한 빵으로 난 냉수 한사발로 요기를 한 뒤 숙소 근처 이순신 장군 수군 재건탑에서 백두대간 자전거 종주 첫 출발을 알리는 조촐한 출정식을 한다.
천은사 가는 길 2% 경사도라는데 힘이 든다.
성삼재 가는 길은 길고도 높다. 그간 2일 동안 라이딩한 피로 누적 때문인지 오르막 중간 이후로 점점 뒤 쳐지고 두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다. 해발 850m 지점에서 심적 갈등을 하다 끌바를 하니 맘이 편해 진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바로 위쪽에 위치한 전망대에 들러 언제 또 다시 올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사진도 찍고 주위 경관에 눈도장을 마구마구 찍어댄다.
전망대에서 얼마 올라가지 않아 성삼재 정상에 도착~~
봉우리 하나 하나 넘을 때마다 준비 해온 '자전거 백두대간 종주' 플랭카드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기로 한다.
성삼재에서 급경사 다운힐을 거쳐 달궁 삼거리에서 곧바로 정령치로 약 5.5km 업힐 시작~~
정령치에서 다시 달궁 삼거리로 내려와 오도재 가는 길에 위치한 달궁 계곡에 들러 입수~~
4년전 권원장님, 웅짱님과 함께 찾아 백숙도 먹고 물장구 치던 그 계곡이다. 그때는 지금과 반대 방향으로 함양에서 지안재, 오도재 거쳐 정령치로 라이딩을 하였다. 이 곳을 지나는 동안 내내 생각이 났다. 지리산 계곡 깊은 곳에서 흐르는 물이라 그런지 화악산 계곡의 물보다 맑고 차가웠다.
달궁계곡에서 금계리까지 신나게 다운힐을 즐기며 내려온 뒤 다시 마지막 업힐 구간인 오도재까지 약 5km의 오르막이 시작 되었다. 한 낮의 더위를 온 몸으로 맞으며 페달링 하는 것은 쉽지 않았으나 디오님이 주신 포도당 사탕 2개를 먹고 나니 올라 갈만 했다.
오도재에서 다운힐로 내려가니 얼마 가지 않아 지안재가 나타났다. 몇 년 전 찾았을 때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안았지만 도착한 지안재는 한국의 아름다운길 100선에 드는 명소인 만큼 포토존 주변으로 자동차로 찾은 관광객, 오토바이족, 자전거족 등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다.
이제는 집에 가기 위해 고속버스가 예약 되어 있는 남원으로 가야 했지만 몇 개의 봉우리를 넘다 보니 몸도 많이 축나고 더군다나 한 낮의 높은 수은주는 라이딩을 고되게 만들었다. 마침 지안재에서 남원 가는 길 중간 인월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고 적절한 시간에 동서울로 가는 좌석도 몇 개 남아 있어 이곳에서 라이딩을 끝내고 일찍 집에 가는 것으로 백두대간 자전거 종주 첫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어제 간절히 기원 했던 백두대간 첫 자전거 종주가 무사히 끝이 났다. 그러나 3일동안 누적 라이딩 거리가 400km 이상이 되고 반복 된 업힐과 다운힐로 인해 손가락이 저리고 젓가락질이 힘이 들 정도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부작용도 생기게 되었다. 그동안 새로이 자전거를 구입한 후 화천 파라호, 가평 화악산 등 다큐팀에서 힘들게 라이딩 하였지만 앞으로 한동안은 예능팀에서 유유자적 라이딩을 하고자 한다.
첫댓글 달리기는 상위 1%
자전거는 상위 2%
당구는 상위 3%
후기는 상위 4%
인간성 상위 5%
몸매는 상위 6%
식사는 하위 90%
혼자 라이딩 하면 식사는 거의 챙겨 먹지 못하는거 같아요. 왜 그럴까요~~
왠지모를 비장함이 느껴집니다^^
디오님 합류 전에도 이렇게 많이 타시다니~
잘 챙겨 드셔요
컵라면 하나로는 많이 부족해 보여요 ..소 한마리 정도는 잡아 드셔야 될 듯 ㅋ
비장함 그런거 잘 몰라요~ㅎ
피곤하면 먹는거고 뭐고 빨랑 씻고 쉬고 싶은 맘만 있습니다.
길을잘 몰라서 어디메부터 어데까지 가셨는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다니셨구나.. 합니다
비온다음날 아침 라이딩이 좋아 보입니다
강인한 체력과 용기가 부럽사옵니다
후기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해 나기 전 이른 아침 라이딩이 그 날 일정 중에서 제일 좋았던거 같아요.
멋진 후기 글과 그름같은 사진에 놀랍니다.
아...달궁계곡~
덕규님, 상위 0.1% 인정!
그곳을 멤버만 바꿔서 자전거 타고 또 갈 줄 생각도 못했는데... 4년전 젊고 싱싱한 그때가 많이 생각 났드랬죠.
와~~ 달린 거리도거리지만
그많은 자전거길을 훤히 꿰고있다는게 더부럽습니다.
비상식량과 조그만 보조배터리 필요성이 느껴지네요..
구간 인증이 꼭
전장 정복하는 느낌이드는거 저뿐인가요..? ㅎㅎ
네이버 길찾기 조력을 많이 받았습니다.
무게, 부피 줄일라고 보조 베터리 안가져간 걸 많이 후회 했죠~~
222.2
덕규님 다운 숫자.
300 으로 한 큐에 일타쌍피 때리는 줄 알았죠.
섬진강길 조금하고 제주일주 남았나요 ?
부지런하게 따라 붙여보겠습니다.
파라호 멤버 정도만 된다면 쉽지 않겠지만 하루 300k 가능 할거라 생각 되요.
맞아요. 섬진강 일부와 제주...그리고 충주댐, 안동댐~~
대청댐도 외진 곳에 있어 도장 찍으러 가기 힘들었는데.. 댐 도장 찍기가 젤 힘든 듯 해요.
비온 다음 땅이 더 굳어진다는 속담과
세찬 혹한을 지나 보면 푸르름을 더 잘안다는 성현의 말씀에 따라 새로운 울트라 캡짱 라이더로 다시 태어나셨어요.. 이대로 쭈욱 가보세요~~~
아니 3박4일동안 루시님을 독수공방 시켰단 말이에요?
아니? 어떻게 그런~~~
루시님 좋았었겠다~~~ ㅋ
집사람 좋아 하는 줄 어찌 아셨을까요.
프란님은 귀신 이십니다~~ㅎㅎ
덕휴님은 낚이고 나면 항상 다음엔 힐링하는 코스 간다고 녹음기 틀어 놨어요. 하지만 모름지기 운동은 단내가 나고 입맛 없을 정도로 해야 몸땡이 변화가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어요. 요즘 슬림화 작업 많이 성공한것 같아요. 쭈욱~~~ 가세요.
떡붕어라서 잘 낚이는거 같아요. 아무 미끼나 덥석 물지 말아야 겠어요.
길이 예술입니다.
혼라도 잘 하네요.
긴 장도의 첫 출발을 축하드립니다.
자전거 머쉰인가
3일동안 대단하십니다
체력과 실행력은 가히 최고입니다
회복 잘 하세요
지리산 홀로 끌바 안어울려요~
끌바는 아무나하나~~
자신과 타협을 하니 맴도 편하고 몸도 편하고..두루두루 좋더구만요.
백두대간 시작을 같이해서 즐거웠고, 222km 후에 3개 업힐을 오르는 엄청난 체력에 감탄합니다
3개 봉우리 무끌바 쉽지 않았을텐데 디오님 따라 수고 많으셨어요.
무서버^^ 대단들하십니다!!
수고와 축하 보냅니다~~
담엔 필립도 좀 머어어얼리 델꼬 가세요.
루씨님과 데이트는 제가 해드릴게요~
이제 정말 평지 라이딩은 지루하시겠어요... 스타트 축하드리고 완주 응원하겠습니다. 항상 안전하게! 화이팅입니다.
세상에~~
길은 아름답기 그지없고
사람들은 이리도 멋질까요?~~~~!!
앞으로의 행보에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기를 ~~~~ ^^
이리 라이딩하시고, 화달까지...
진짜 대단하세요~~
훨훨 자전거타고 어디든 날라다니시는 체력과 자유로움에 엄지척~~!!
역시 덕규님은 장사이며 장군 입니다.
사진과 글 모두 부럽기만 합니다.
몇해전 수직종주도 부러웠는데 자꾸 부러움만 쌓이네요.
암튼 많이 축하합니다^^
계속 홧팅입니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말이 없네요 참으로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