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짜리 김치찌개 파는 신부님

[이복희]

이문수 신부의 마음은 항상 청년을 향해 있다. 식당 ‘청년밥상 문간’은 청년 누구나 편히 드나들 수 있는 ‘문간방’ 같은 곳을 만들겠다는 그의 꿈이 담긴 장소다. 날 선 사회에서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소중한 밥 한 끼를 선물한다. 그리고 성공이 아니라 행복을 향해서 천천히 가자고 다독인다. 글_한민자 | 사진_김태환

3,000원짜리 김치찌개 파는 신부님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 내 낡은 건물 2층에 위치한 ‘청년밥상 문간’은 청년들에게 3,000원짜리 김치찌개를 판다. 청년들의 고단한 삶에 문간방이 되고자, 이문수 신부가 직접 차린 식당이다. 물가가 치솟아 청년들의 주머니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는 이때, 단돈 3,000원이면 김치찌개와 쌀밥을 무한 리필로 먹을 수 있는 곳 이다.

16평 크기의 식당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뜨끈한 김치찌개를 먹으며 언 몸을 녹인다. 꼭 청년들만 찾는 것이 아니다. 주변 직장인과 상인, 어르신과 중고생도 찾아와 밥그릇을 비우고 간다. 이중 70%가 매주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다.

이문수 신부가 청년밥상 문간을 차리게 된 것은 2015년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지병과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난 어느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것이 계기 가 되었다. 이때 청년들이 언제든 와서 편안한 마음으로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식당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처음에는 무료 급식소를 운영할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무료 급식을 하면 ‘청년들이 식당에 올 때 쑥스러워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었죠 . 한창 일할 나이의 청년들에게 무료 급식이 바람직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김치찌개 값이 3,000원이냐고 묻곤 해요. 사실 3,000원은 식당 월세 150만 원, 요리사 1명의 인건비, 재료비 등을 반영했을 때 식당을 계속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격 입니다.”

나도 한때 배고픈 청년

청년을 위한 식당을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이와 관련된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두 달간 요리학원을 다니기도. 2년여간 준비 끝에 2017년 그가 소속된 ‘글라렛 선교 수도회’의 동의를 얻어 식당을 개업했다. 수도회에서 계약금 2,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개업하고 처음에는 모든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주방장과 딱 둘밖에 없었고, 자본도 미천했다. 맨땅에서 헤엄치듯 시작하다 보니 쉽게 지쳤다. 게다가 너무 싼 김치찌개 값에 불만을 품은 주변 식당 사장들의 눈총까지 견뎌야 했다. 하지만 멀리서 이야기 듣고 응원 온 사람들, 후원자들을 생각하면 식당 문을 닫을 수 없었다. 그렇게 잘 버텨냈다.

소문을 듣고 많은 청년들이 그를 만나고 싶다며 식당을 찾아오곤 한다. 주로 다른 사람에게 말 못할 고민을 가진 청년들이다. 그는 청년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저 역시 한때 배고픈 청년이었어요. 여유 있는 집안에서 자라지 못했고, 특히 재수, 삼수 하던 시절 힘겨웠습니다.” 24시간 운영하는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독서실 바닥에서 변변찮은 침구 없이 새우잠을 잤다. 한 달간 한 끼도 빠짐없이 라면만 먹은 적도 있다고. 너무나 질려서 그다음에는 슈퍼마켓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로 10개가 들어 있는 호떡 한 봉지를 샀다. 한 끼당 2개씩 꺼내 뜯어 먹으며 끼니를 때웠다. “그땐 참 고단한 시기였어요. 하지만 입시도 취직도 더 힘들어진 지금의 청년들은 그때의 저보다 두세 배는 더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셈입니다.”

그는 삼수 끝에 1995년 명문 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했지만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편의점에서 식사를 때우는 등 여전히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때까지도 행복이란 ‘남들처럼 대기업에 입사해 돈 많이 벌어서 일찍 결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996년 겨울 방학 때 경험한 피정을 계기로 신부가 되기로 마음먹고, 1999년 수도회에 들어가면서 수도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들

낮에는 주로 수도회에서 일하고 그 외 시간에 식당을 운영하는 그는 초면인 청년들에게서 메일을 많이 받는다. 그중에는 벼랑 끝에 선 청년들도 있다. 매일같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속이 곪아 괴로워하는 청춘들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초면인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겠어요. 마음이 영 좋지 않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딱히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더라도 맛있는 밥이라도 사주자고요.”

그는 식당을 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고. 먹는 게 사람 사는 데 정말 중요하다는 것. 모르는 사람끼리도 함께 무언가를 먹음으로써 마음이 활짝 열린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개인적인 시간을 필요로 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교류하고 싶어 한다. 개인의 고립을 막는 가장 손쉬우면서도 교류를 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식사다. 그래서 그는 메시지를 보내온 청년들에게 차라리 만나서 한 끼 밥을 먹자고 한다. “먹고 싶은 걸 제가 살 테니 맛있는 식사할 곳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청년들은 대개 “그동안 한 번도 뭘 먹고 싶다고 남한테 말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사실 이 말이 더 가슴 아프다.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들은 그들이 원해서도, 의도해서도 아닙니다. 중간중간 여러 선택들이 인생에 영향을 미쳤고, 원치 않던 일들이 삶에서 일어나버린 것이죠. 어디에 탓할 수도 없어 그저 자신을 탓합니다. 그래서 더 힘든 것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멈추지 말고!

그는 식당 바로 옆에 ‘청년카페’도 함께 운영한다. 김치찌개를 먹지 않아도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들어와 휴식과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식당을 찾는 청년이 많아지자 신촌역 인근에 ‘이화여대 2호점’을 냈다. 2호점이 마중물이 되어 더 많은 곳에 청년밥상 문간이 생겨나기를 희망해본다고.

또한 앞으로 살아가는 데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기부금으로 ‘청년희망로드’ 프로젝트를 진행 하고 있다. 2019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으로, 올해는 2차 프로젝트로 제주올레길을 청년들과 함께 완주했다. 코로나가 끝나면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봉사 활동과 요트로 바다를 횡단하는 경험을 ‘청년희망로드’의 후속으로 계획 중이다.

“청년들에게 경험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험을 선사하자는 것이죠. 조금은 고생스러운, 그러나 몹시 아름다운 경험 말입니다.”

매년 겨울에 청년 봉사자들과 이웃에게 ‘연탄 나눔’ 실천을 잊지 않는 그는 얼마전 도서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을 펴냈다. 청년 식당을 운영하면서 오히려 청년들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았고, 그 속에서 서운함과 슬픔이 오갔던 순간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책에 담아냈다.

이문수 신부는 청년들의 어깨 위로 불안과 서투름이 휘몰아쳐도 그들의 푸르름을 앗아갈 수 없도록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고 싶다. 빠르게 변하는 날 선 사회에서 지치고 힘든 청년들에게 위로의 말도 건넨다.

“조금씩 조금씩, 하지만 멈추지 말고! 빠르지 않아도 좋아요. 그러나 포기하지 말고 한걸음씩 걸어요. 성공을 향해서가 아니라 행복을 향해서. 거기에서 우리는 다 같이 만날 테니까요.”

[출처][피플] 청춘들 위해 김치찌개 끓이는 청년밥상 문간 이문수 신부 |작성자 비프렌드마켓

[박효진]

이분을 언제가 '유 퀴즈(유재석)'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보면서도 감동을 받았는데, 이 글을 여기서 다시 접하니 요즘 청년들의 어려움을 새삼 깨닫습니다.
언론에서도 청년들의 생활고를 늘 언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없으니...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이 신부님의 선행이 그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씩 조금씩, 희망을 향해" 라는 말씀이 제 마음에도 용기를 줍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