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여행>
다들 여름휴가는 다녀왔는지요?
지난 주말 주식시장도 안좋아 4일 휴가 내고 4박5일로 자전거와 함께 제주여행.
내 나이와, 여건과 체력 감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제주도
고난의 오름여행.
젊었을 때는 제주를 점,점으로 지역을 방문했고
작년에는 선으로 일주, 관통을 했고
이제 남은 것은 제주의 면을 두루 살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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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있는 가장
크고 무거운 짐.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 속에 뭐가 들어있나 궁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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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도착 즉시 공항옆 베이스 캠프에서 전열 정비.
6개월동안 헬스를 꾸준히 하여 5키로를 줄였으나
더 이상은 기대난망이다.
이제 식이요법을 병행하지 않고 내 성실성으로는
빌드업이 불가하여 닭가슴살과 두부까지 먹고
해야하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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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탈 것으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 높은 곳
1,100고지
여기까지는 콜밴을 불러 타고 올라왔으나
태풍땜시 비바람에 눈 뜨기가 힘들고
안경에 맺힌 물방울에 시야가 오리무중이다.
'링반데룽'에 빠지면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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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름여행 start.
숲길로 1,100미터를 태풍 속에서 내려갈 생각을 하니
걱정 반 두려움 반이다.
자전거가 고장나면 버려버릴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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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양쪽은 조릿대(키작은 대나무)가 내내 있어
마치 화단 사이의 길 같다.
반은 타고 반은 끌바를 한 듯.
바닥 굴곡의 느낌이
타이어를 통해
히프로 전달되고
뇌속 깊숙한 뇌하수체를 노크하여
도파민 창고의 문을 열어
한라산 둘레길, 곶자왈 곳곳에
탈탈 털어 냈다.
코 속으로 들어간
제주의 산소는 기도를 거쳐 허파꽈리에서
이산화 탄소와 바쁘게 임무교대를 한다.
몸 전체가 신선한 기운으로
한바탕 뒤집어진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가 여기 온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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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삼나무는 하늘에 닿으려는 듯
끝이 안보인다.
일본이나 섬 등에 삼나무가 많은 것은
뿌리가 흙의 장악력이 높아
지진이나 바람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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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오름은 사유지도 있고 자전거가 올라갈 수도
못 갈 수도 있는 다양한 형태들이 있다.
일직선 도로와 오름
이런 구도를 돌팀이 그냥 둘 리가 없다.
찍기 싫다는데 자꾸 렌즈 속으로 집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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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위에서 본 일대의 경관은
자연의 허락 속에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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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지 오름은 방목한 말들이 못 나가게
장치를 해두었는데
자전거를 들고 빠져나가려니 온 몸의 근육이 바르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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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퍼시픽의 녹차가 자라고 있는 <설록원>사이로.
달밤이었으면 현대판
메밀꽃 필무렵 분위기가 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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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숙소는 4인 1실 게스트 하우스
사진을 찍는다길래
장난끼가 발동해 반바지를 약간 내려보았다.
아니
그렇게 하라고 시켰나?
기억이 잘 안나네(시켰다고 하는 사람은 또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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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드라이기로 말리다가 태워먹었다
이런 나원참
바닥의 인조대리석도 누렇게 물이들어
주인이 변상하란다.
전화번호를 알려주니 비용 확정되면 연락하겠단다.
에고 에고
망했다 ㅠㅠ
다금바리 한마리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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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왜군이 쳐들어 왔다"
마치 수백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에 기분이 섬뜩.
하멜이 타고 온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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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요염한 포즈를 취하라고 하길래
옷을 입으로 물었는데
물이 젖어 있어 바람이 불어도 휘날리지가 않는다.
괜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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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도 매일 한바퀴씩 돌려고 하니 힘들다.
파도는 지구의 땀이자 눈물.
바위 뒤에 혼자 숨어 눈물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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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동안 간판이 안 변하는 집
제주가면 항상 들리는 집.
그래서 숙소도 그 근처에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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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이야기는 못하지만
만나면 고항집 막내 삼촌 같은 주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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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아침밥 같이 드시는 분
내가 억지로 사진찍자 해
팔을 살며시 잡고 포즈를 취했다.
기분이 좋았을까?
불편했을까?
나는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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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새미59 가게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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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미락은 항상 내일을 생각하는 업소입니다"
너무 비싸니 내일을 생각하여
함부러 지르지 말라는 소리인가?
그래도 우리가 누구인가?
강남의 빈촌 잠원동 달리기 회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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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금바리+돌돔+참돔
모듬으로 시켰다.
입 속에 넣고 음미하는 모습들이
애들이 아이스크림 처음 먹어 볼 때랑 비슷.
이야기 하다보니 여주인이 서울의 초등학교
4년 후배.
얼마나 반갑던지.
먹기 전에 알았어야 하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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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우는 다랑쉬오름이다.(382m)
인근에 4.3사건 아픔의 상징 다랑쉬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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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밤에
나도 알베르토 까뮈처럼
못피는 담배지만 한대 꼬나물고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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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태풍속의 파도를 한참 쳐다보며
생각을 거듭했다.
"사는게 길지도 않는데 왜 이리 만만하지도 않은지?"
"주어진 나머지 시간 어떤 길을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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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꺼 하나 애인꺼 하나 마누라꺼 하나.
싸구려라서 욕하면 어떡하나?
****************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근대 마지막이라뇨?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어느 수녀님이 이런 말을 했어요.
<노년은 세상을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 받는 선물이다>
어떤 신부님이 이런 말을 했어요.
<나무가
봄에 꽃피우고
여름에 애쓴 이유는,
화려하고도
장엄하게
떨어져 내릴
낙화의 순간을 위해서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생의 황금기는
인생의 황혼기라고
생각합니다. ㅎ
내리막길 멋지게 내려가요.
장엄하게.
미련없이.
떨어져서
깨끗하게
소멸되었으면 합니다.
김원기님은 아직 많이 젊으신대
제가 좀 오버했나요? ㅎ
김원기님 여행기 즐거웠고
수고하셨어요.
마지막이 끝이 아니고
마지막이란 기분으로 최선을 다하며
살도록 할게요.
저도 앞날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고난의 오름여행이라 하시지만 못간 우리는 약오름. 태풍때문에 물과 함께한 여행이지만 마음만은 들떠 황홀한 시간이었을듯.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겠습니까?
천재지변이라도
놀러가서
재미 없으면 자존심 상해요 ㅎㅎ
매번 마지막이라면서 항상 마지막인듯 최선을다해 잼나게 즐기고 오시니 마지막이란말을 누가 믿을까요?
네분 장난기발동은 잠달최고의 궁합인듯합니다 !!
사진 찍는 사람이 자꾸 나한테 뭘 요구해요.
시키는대로 하다보니
나보러 "바보 김원기"래요
혼 좀 내주세요
본문중에
뇌속 깊숙한 뇌하수체를 노크하여
도파민 창고의 문을 열어
한라산 둘레길, 곶자왈 곳곳에
탈탈 털어 냈다.
뇌하수체에서는 갑상선, 유방 , 부신, 고환, 난소등을 자극시키는 갑상선자극호르몬 (TSH), 유즙분비 호르몬( [prolactin), FSH, LH. ACTH. ADH. 가 분비되지
도파민이 나오는데가 아닌데요.
잠달동에 뇌하수체 선종이 있어 수술을 해야 할 지 기다리는 나이 지긋하신 분이 한 분 있어요
안그래도 도파민은 다른 곳에서 나올 수도 있겠다는 합리적 의심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적확하게 찍어 주셨습니다.
우리 둘째 아들이 뇌하수체 선종이 있어
연대신촌세브란스에서 1년전에 수술하고
지금은 좋아졌습니다
대단한 여행입니다.. 태풍을 뚫고 숲을 뚫고, 여행상식을 뚫는!!!
샤모니만 하겠습니까?
꿩대신 뼝아리입니다.
삐약 삐약 ㅎㅎ
열심히 연마하셔서 몸짱이 되셨다는 소문이 동네에 자자하던데…그런것 같습니다.
너무 재미나게 힘차게 잘 다녀오셨네요!
그리고 귀걸이는…몰래 조용히 세분께 드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