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한 종묘사에서 아편양귀비로 추정되는 종자를 카달로그에 올렸다 내린 일이 있었기에 생각난 김에 여기에도 정리하여 올려봅니다.
1. 해외 종묘사에서 화훼종자로 판매되고 있다면 합법이다?
아닙니다. 나라마다 아편양귀비의 재배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법이 없고 아편의 채취 및 유통만 규제하거나(e.g. 영국, 뉴질랜드), 일정 재배주수나 재배면적만 안넘기면 합법인(e.g. 체코) 등 법이 다 다르고, 해당 국가의 법이 관상목적의 아편양귀비 재배를 허용한다면 관상용 재배품종들을 판매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니 수입해서는 안됩니다.
2. 세관이나 검역을 통과하면 안전한 것이다?
그렇다 보기 힘듭니다. 일단 세관이나 검역소의 핵심 업무는 아편양귀비의 단속이 아닙니다. 또한 해당 기관에는 식물 분류를 전공으로 하는 분들이 근무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따라서 학명이나 재배품종명이 표기되어 있어도 그것이 아편양귀비의 재배품종이라는 점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으며, 관세 관련한 문제가 없거나 병충해 및 잡초의 종자가 없다면 그냥 통과될 수 있습니다. 관련 지식을 갖춘 사람이 근무한다 하여도 종자 형태로만 아편양귀비를 다른 양귀비와 구분하는 것은 어려우며, 성분을 분석한다 하여도 아편양귀비의 종자 자체에는 모르핀이 함유되어 있지 않고 싹터서 자란 뒤에야 생기기 때문에 감별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3. 아편양귀비의 관상용 재배품종이면 모르핀이 함유되어 있지 않다?
이것 역시 아닙니다. 관상용 재배품종이라 해도 종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 모르핀을 함유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아래는 에스토니아에서 아편양귀비의 관상용 재배품종들이 지닌 모르핀의 함량을 조사한 표입니다. 보통 100g 당 800mg 이상의 모르핀 함량을 나타내는 산업용(의약품 제조용) 재배품종들에 비해서는 적은 양을 함유하고 있긴 하나, 오용이 불가할 정도로 적은 양은 아닙니다. 또한 해당 연구결과는 우리나라보다 서늘한 기후를 지닌 에스토니아에서 조사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재배품종이 아래 표에 제시된 것 보다 더 높은 모르핀 함량을 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아편양귀비의 재배품종 중 종자생산(아편양귀비의 종자는 모르핀을 함유하고 있지 않으며, 기름이 많아 깨와 비슷하게 착유할 수 있고 고소한 맛이 나 유럽과 중동에서는 제빵이나 조미료 및 식용유 제조에 쓰입니다)목적으로 보다 안전하게 재배하기 위해 모르핀 합성 능력을 감소시킨 품종들이 일부 존재하기는 하나(e.g. 'Przemko', 모르핀 함유량 100g 당 1mg), 관상용 재배품종 중에는 그런 품종이 아직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4. 아편양귀비만 조심하면 된다?
이것도 아닙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2조를 보면 Papaver somniferum, 즉 아편양귀비 뿐만 아니라 P. setigerum, 즉 나도양귀비와 P. bracteatum, 즉 포엽도깨비양귀비도 재배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나도양귀비는 학자에 따라 아편양귀비의 한 아종이나 변종으로 분류되기도 할 정도로(이러한 분류학적 처리를 따른다면 학명은 P. somniferum subsp. setigerum 이나 P. somniferum var. setigerum) 근연한 종이며, 모르핀을 함유하고 있습니다(일반적인 산업용 아편양귀비 재배품종의 절반정도). 형태는 잎에 분이 피고 잎의 기부가 줄기를 감싸는 점에서는 아편양귀비와 유사하나 전체적인 크기가 작은 편이고 잎의 폭도 보통 좁으며 화경과 꽃받침, 잎맥 뒷면에 털이 많이 난다는 점에서는 다릅니다. 페일보라 양귀비라고 불리는 양귀비가 간혹 나눔되는데, 그것이 바로 이 종이니 나눔을 하시거나 받는 것을 피하셔야 합니다.
포엽도깨비양귀비는 2017년 4월 18일에 법률이 개정되면서 규제에 추가된 종으로, 모르핀은 함유하고 있지 않으나 화학적 공정을 거치면 마약성 진통제를 제조하는데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테바인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숙근성인 종으로, 오리엔탈 양귀비와 매우 근연하고 형태도 흡사하나 꽃 아래에 포엽이 달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종 자체는 국내에 도입이 안된 듯 합니다만 오리엔탈 양귀비와 관련하여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리엔탈 양귀비나 숙근 양귀비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대다수 재배품종들은 사실 엄밀히 따지면 순수한 오리엔탈 양귀비가 아니라 포엽도깨비양귀비와 오리엔탈 양귀비, 그리고 P. setiferum 간의 복합교배종들이기 때문입니다. 순수한 오리엔탈 양귀비는 규제대상이 아니지만, 교배종들의 합법성 여부는 판단이 어렵습니다. 일단 교배종들을 분석해보면 테바인의 함량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그 대신 오리엔탈 양귀비처럼 오리파빈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하는데, 오리파빈도 마약성 진통제의 제조에 활용될 수 있는 물질이라고는 합니다. 혹시 모르니 오리엔탈 양귀비/숙근 양귀비라고 팔리는 재배품종 중에서도 'Beauty of Livermere' 이나 'Patty's Plum' 같이 꽃 아래에 포엽이 달리는 포엽도깨비양귀비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종류는 피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개양귀비나 좀양귀비, 아이슬란드 양귀비, 스페니쉬 포피 등 본래부터 모르핀이나 기타 오용가능한 알칼로이드를 합성하는 능력이 없는 종들은 안전합니다.
5. 털이 있으면 아편양귀비가 아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아편양귀비는 털이 "없거나 적은" 것이지 전무한 것은 아닙니다. 아래 북아메리카식물지와 중국식물지에 기재된 것과 같이 재배환경이나 품종에 따라 간혹 꽃대나 꽃받침, 잎맥 뒷면에 털이 듬성듬성 나기도 합니다. 또 아편양귀비와 마찬가지로 규제대상인 나도양귀비와 포엽도깨비양귀비는 털이 많습니다. 털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아편양귀비가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북미식물지(http://www.efloras.org/florataxon.aspx?flora_id=1&taxon_id=220009871)
Plants to 15 dm, glabrate, glaucous. Stems simple or branching. Leaves to 30 cm; blade sometimes sparsely setose abaxially on midrib; margins usually shallowly to deeply toothed. Inflorescences: peduncle often sparsely setose. Flowers: petals white, pink, red, or purple, often with dark or pale basal spot, to 6 cm; anthers pale yellow; stigmas 5-18, disc ± flat. Capsules stipitate, subglobose, not ribbed, to 9 cm, glaucous.
중국식물지(http://www.efloras.org/florataxon.aspx?flora_id=2&taxon_id=220009871)
Herbs, annual, 30-60(-100) cm tall (to 1.5 m in cultivation), glabrous or rarely slightly setose on plant below or on peduncle. Taproot erect, almost conical. Stems erect, glaucous, glabrous, occasionally somewhat setose. Leaves alternate; blade ovate or oblong, 7-25 cm, both surfaces glabrous, glaucous and rather waxy, veins distinct, slightly raised, base cordate, margin irregularly undulate-serrate, apex acuminate to obtuse; leaves below shortly petiolate but above sessile and amplexicaul. Flowers solitary, deeply cup-shaped, 5-12 cm in diam. Pedicel to 25 cm, glabrous or rarely sparsely setose. Flower buds nutant at first, erect at anthesis, oval-oblong or broadly ovoid, 1.5-3.5 × 1-3 cm, glabrous. Sepals 2, green, broadly ovate, margin membranous. Petals 4, white, pink, red, purple, or various, often with a dark basal blotch, suborbicular or almost flabellate, 4-7 × 3-11 cm, margin undulate or variously lobed. Stamens many; filaments white, linear, 1-1.5 cm; anthers yellowish or cream, oblong, 3-6 mm. Ovary green, spherical, 1-2 cm in diam., glabrous; stigmas 5-12(-18), actinomorphic, united into compressed disk, disk margin deeply divided, lobes crenulate. Capsule brown when mature, spherical or oblong-elliptic, 4-9 × 4-5 cm, glabrous. Seeds many, black or deep gray, adaxially alveolate. Fl. Mar-Aug. 2n = 18, 22-23, 25, 32.
곤란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첫댓글 저는 꽃양귀비라하여 키웠는데 어느날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와 뽑아서 가더니 경찰서에가서 조서 꾸미고 조사받고 무서웠어요ㆍ
다시는 안키움니다ㆍ
양화소록님~^^ 반갑습니다
양귀비에 관한 좋은 자료 올려 주셔서 우리 회원들께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저도 처음엔 이런 저런 꽃 양귀비를 키워 보았는데 요즈음처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는 안키우는게 좋겠더라구요
개양귀비나 좀양귀비, 무당벌레 양귀비(Papaver commutatum) 같은 것은 키워도 무방합니다.
오리엔탈 교배종들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아직 확실히 규제 대상은 아닌 듯 하고, 아편양귀비의 관상용 재배품종들이나 나도양귀비만 피하시면 될 듯 합니다.
아편양귀비의 관상용 재배품종들 중 Paeoniflorum 계열이 종종 겹양귀비나 영국양귀비라는 이름으로 나눔되기도 하니 아편양귀비의 겹인지 개양귀비 등 다른 양귀비류의 겹인지 모주의 사진을 반드시 확인하고 받는 것이 좋을 것이며, 페일보라라고 나눔되는 것은 기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양귀비꽃이 예쁘고 특이하다 싶으면 위험하군요.
흔한종만 키워야 겠네요
특이한 종 중에서도 안전한 것이 많습니다. 다만 일년생 중에서는 잎의 기부가 줄기를 감싸듯 나고 은회색 분이 낀 것 같은 느낌이 나는 종류만, 다년생 중에서는 꽃 바로 아래 잎같은 포엽이 나는 종류만 유의하시면 됩니다.
꽃종류를 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약성이 아닌 관상용만 키우고 싶어요,
예전에 한종나에서 나눔 받은 2가지가 궁굼해요.
이것은 규제 대상이 아닌 순수한 오리엔탈에 가까워 보입니다.
분홍이,
꼭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규제가 되는 양귀비 사진을 올려주시면 많은 분들이 참고 하시는데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사진자료를 보유하고 계시면 보여주세요, , ,
꼭 알고 싶습니다.
오리엔탈 쪽인데, 이 사진으로는 꽃 아래 포엽이 달려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어 판단이 어렵습니다. 포엽이 없다면 문제 없을 것입니다.
@양화소록(의정부) 포엽은 없어요,
올해도 피면 자세히 찍어서 보여 드리지요.
@운정뜰 (홍천 ) 숙근양귀비류 중에서는 꽃 바로 아래에 사진에 표시한 것 같은 잎사귀 같은 것이 없는 것이 안전한 것입니다.
한가지 배우고갑니다
양화소록님이 오랫만에 나타나셨네~~~?
반가워요~~~!
오랜만에 방문했습니다. 잘 지내고 계신지요?
이꽃을 심었었는데 혹시나하는 생각에 꽃피자마자 모두 뽑아버렸어요.아직도 꽃이 눈에 어른거리는데 꽃바로 아래 포엽은 없었고일년생으로 기부.은회색 특징은 있었던것으로
인터넷자료에 나오는 마약 양귀비와 같았어요.
꽃만으로도 알수 있을까요?
이것은 아편양귀비의 관상용 재배품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