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공이 확 넓어졌다. 가까이 갔다. 무전기를 든 뮌헨미술관 직원이 나를 쳐다본다. 게르만족의 당당한 체구와 눈빛을 가진 직원이다. 이런 그림이 이 미술관에? 분명 춘화다. 아니 사춘기때 이불 속에서 몰래 보았던 그림보다 더 자극적이다. 얼굴을 봤다. 어린소녀다. 불편하다. 하지만 자꾸 눈길이 향하는 강아지의 꼬리. 머리는 그림 속에서 명작의 기품을 찾으려 하지만,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다. 어리섞게도 나는 콩 밭에서 위대한 인류의 유산을 찾았다. 당연히 보일리가 없다. 거구의 게르만족이 나의 곁으로 다가오면서 뭐라 지껄였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안전라인이 나의 무릎에 닿아 있었다.
루벤스 홀에서 2시간 넘게 경건한 마음으로 참회했다. 악마가 득실거리는 지옥. 그 늪에 빠져 절규를 하는 인간들. 높이 6미터의 켄버스에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간들의 절규하는 모습에 나는 한마리의 양이 되어 하느님의 품 속에서 아늑함을 느꼈다. 그리고
나오자 마자 이 그림을 봤다.
그린 사람이 프라고나르다. 설마 내가 알고 있는 프라고나르? 맞다. 얼굴엔 햇살가득 담고, 평온한 눈길로 성경책을 보는 소녀를 그린 그 사람이 맞다. 책 읽는 소녀. 그리고 그 소녀가 이소녀인 듯. 닮았다. 나의 몸과 마음이 이드로 충만해 지자, 지혜는 산산히 부서지고, 이성은 방금 보았던 루벤스의 지옥으로 떨어진다. 선과 악이 사라지고. 옳고 그름의 분별도 무용하다. 나는 점차 작아진다. 그리곤 어머니의 자궁으로 비집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마터면 나는 외설과 예술의 경계의 담 위에서 떨어져 죽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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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솔찍한 글 읽습니다 .
예술이냐 외설이냐는 보는사람에 따라
다른것 같야요 !
전요
이 그림을 보면서
모델인 소녀가 프라고 나르 주변의
어느 왕족내지는 누군가겠지 .
생각이 드는걸요 . 왜냐면요
그의 그림속에 똑같이 생긴 개가
종종 등장을 하거든요 ㅎ
무문관님 덕에 미술공부 잘합니다
강사합니다 ..
참 ..
무문관님께서 떨어져 죽을법한
그림 실물로 한번 보고싶어요
작은 폰으로 보니 자세히 볼수가 없어요 !
화가의 재치로만 보았던 소녀의 하체가림막 개의 꼬리가 외설로.........
기고 있습니다.
생각에 따라 많은 이야기를 쓰게 되는 작가님들의 시각에 놀라고 있습니다.
저도 점점 무문관님의 시각으로 그림을 보게 될 거 같으네요.
이 것이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과 비스므리한건가요
미술학전공 교수님들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그림 감상법..
감사합니다.
멋진 사진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