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멕시코는(티후아나, 로사리또) 대중교통이 정말 없다.
택시라고 부르는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노선이 어떻게 되는지 어디에서 서는지도 모르겠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필리핀에는 어디든 트라이시클이 있고 지프니가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여기에서 차로 이동하려면 그야말로 택시나 우버를 타야 한다.
그런데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교회에 다녀오려면 최소한 35,000원은 차비로 써야 한다.
얼마 전에는 우버가 잡히지 않아서 어쩔수 없이 급하게 택시를 탔는데 400페소를 달라고 했다.
택시보다 비싸다는 우버도 250페소인데 말이다.
그래서 말도 안통하고 입씨름 하기 싫어서 300페소 주고 애들 손에 있던 과자 두어개 던져주고 내렸다.
순 도둑X이다.
그런 사실을 안타깝게 여기신 한인교회 목사님이 놀고 있는 차 한대를 빌려주셨다.
얼마나 감사한지..
그래서 차를 받고 그 다음날 우리는 멕시코 여행비자를 받기 위해 국경을 넘어 미국에 다녀왔다.
차를 국경에 있는 주차장에 세우고 미국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목사님이 전화를 하셔서 중간에 만나서 국경을 다시 넘었다.
국경을 넘으면서 목사님이 도와주셔서 멕시코 여행비자(6개월짜리)를 받는데 성공했다.
우리를 도와주시는 목사님께 너무 감사해서 저녁을 사드리겠다고 하고(깜깜한 밤이 되어서) 주차장에 가서 차를 찾아 교회로 출발.
그렇게 구글맵의 안내를 따라 교회에 거의 다 왔을 즈음에 교차로에서 교통사고가 나게 되었다.
길게 늘어선 차들 사이를 비집고 교차로를 건너려는 순간 건너편 차선에서 빛의 속도로 달려오는 차가 피할 틈도 없이 부딛혔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차는 돌아갔고..
아내와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상대편 차가 저 앞에 주차를 하고 나도 차를 몰아 길가에 세웠다.
얼른 내려서 보니 차가 많이 망가진 상태다.
아내와 아이들도 내렸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고 아내가 머리를 유리창에 부딛힌것 같았다.
상대편 운전자가 다가와서 뭐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데.. 알아 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영어로 몇마디 하자, 그 사람도 영어를 할 수 있어서 영어로 '당신 왜 이렇게 빨리 달려? 여긴 교차로야!"
그러자 자기는 빨리 달리지 않았다고 잡아 뗀다.
나도 영어가 짧고 정신이 없어서 일단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고 위치를 대략 말씀 드렸다.
10여분 후에 목사님이 오셨고.. 유창한 스페인어로 상대방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셨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내가 탄 차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목사님 말씀이 상대편 차도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하셨다.
서로 각자의 차를 고치기로 하고 그 사람은 휭~ 하니 가버렸다.
그차보다 우리차가 더 많이 망가졌다.
목사님은 괜찮다고 이곳에는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하시면서 수리비가 대략 $600 쯤 나올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자신이 차주이니 $300을 내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안된다고, 그럴 수 없다고 했고.. 그렇게 차는 수리에 들어갔다.
이 차는 스즈끼 차량이다.
그래서 흔치 않은 차이고 그렇기 때문에 부품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부품을 구하기 어려우니 가격이 더 비싸지게 된다.
목사님이 여기 저기 다니면서 어렵게 부품을 구해 공업사에 갖다 주셨다.
일주일이 넘어 수리는 다 된것 같은데 수리비가 $900로 껑충 뛰었다.
목사님은 반반씩 하자고 하시는데.. 내가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어제 목사님의 통장으로 $900을 보내드렸다.
환율 때문에 120만원이나 된다.
그나마 멕시코니까 이정도이지 미국 같으면 $2~3천불은 나올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신기하다.
오늘 새벽에 카톡 하나를 받았는데 오** 사모님이 열심히 1년간 강의해서 받은 차비를 모아 나에게 보내주셨다고 연락이 왔다.
그게 100만원이다.
초기 정착하는데 필요한 가전제품 사라고 하셨는데.. 어쨌든 이렇게 하나님이 채워 주신다.
아내는 사고로 몇주째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거의 다 풀어졌다고 하는데.. 미안할 뿐이다.
한국에서는 운전의 베테랑으로 그렇게 많은 칭찬을 들었지만 선교지에서는 모든게 무용지물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방법 외에는...
그나저나.. 목사님이 수리가 끝난 차를 다시 타라고 주시면 이 차를 받아야 하나?
보험이 없다는걸 아는데...
이곳 차량들 중 많은 차들이 보험 없이 그렇게 탄다고 하지만..
남의 차 타는건 너무 어렵다.
차를 사고 싶지만 이곳에서는 여행자 신분이기 때문에 차를 내 이름으로 살 수가 없다.
비자가 빨리 되어야 차도, 은행계좌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비자는 최소 6개월은 걸릴 것 같다.
그동안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된 차를 내 이름으로 보험을 들고 타야 할것 같다.
이곳 선교관의 정사무엘 선교사님이 자신이 타던 20년 된 차를 2천불에 나에게 팔겠다고 하셨는데..
그분이 빨리 오셔야 그 차를 사서 편하게 타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20년이나 된 차인데 가다가 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누가 튼튼한 차 기증 해주시면 좋겠다.
하나님. 차좀 주세요... 네?
비자도 빨리 주시고요...
애들 학교도...
후원금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