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수록 버릴 것이 많아진다
예전에 잘 간직했던 것들을 버리게 된다
하나씩 둘씩 또는 한꺼번에
버려가는 일이 개운하다
내 마음의 쓰레기도 그때 그때
산에 들어가면 모두 사라진다
버리고 사라지는 것들이 있던 자리에
살며시 들어와 앉은 이 기쁨!
2012년 70살 나이로 타계하신 이성부님의 시 <기쁨>으로 10월 정기산행기를 시작합니다.
산을 좋아한 이 시인은 전국의 산을 누비며 산과 관련한 주옥같은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가슴 쫘악 펴고~~. 산행 들머리인 진관사 숲길
등산로가 보수돼 편하고 안전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 아직은 푸르딩딩한 가을산. ㅠㅠ
정상쪽에 다가설수록 산등성이가 더 붉은 빛을 띕니다.
이날 80번째 북한산을 찾은 혜성님. 남은 일정을 감안하면 올해 100회 목표 달성은 무난하겠네요.^^
현순누이의 박장대소를 보니 오늘도 유쾌, 상쾌한 산행이 기대됩니다.
추억을 더듬으며 낙엽 날리기...이 또한 지나가면 추억이 되겠죠. ^^
불과 넉달 전만해도 '신입1'로 불리던 여인. 초보티를 벗고 의젓한 산꾼의 포스가 풍깁니다.
오~매 단풍 들었네!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시인 김영랑의 <오메, 단풍들겄네> 입니다.
전라도 강진의 정감어린 토속어가 정겹습니다.
자작시는 아니지만 이웃집 아저씨의 시를 특별히 현순 누이께 헌정합니다.^^
사모바위를 지나...
승가봉에 도착했습니다.
여름과는 또 다른 분위기라며 한컷을 청한 ms님. 벌써 분위기 파악이 끝났나요? ㅎㅎ
북한산 절경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앞서가는 사람 쇠지팡이 두개
바윗돌을 스칠 때마다
내 머리 어지러워 주저앉아버리고
푸나무 건드릴 때마다 내가 아퍼
눈으로 신음소리를 낸다
씩씩하게 땅바닥 찍는 것을 보고
땅이 문 닫는 소리 저를 가두는 소리
온 세상 귀 막는 소리 나에게도 들린다
-이성부 <쇠지팡이>
스틱이 바위와 땅바닥을 찍는 것에도 괴로워하는 시인의 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져옵니다.
바위가 많은 북한산은 쇠지팡이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없음. 예전에 많이 써먹던 수법인데 요즘은 안통하죠..ㅎㅎ)
이 시간 만큼은 모두가 열린 마음입니다.
오늘의 베스트포즈상. 바로 이분입니다. 한쪽 다리와 팔을 구부려 단조로움을 피했고, 상황마다 틀에 박히지 않는 창의성이 돋보였습니다.
귀쫑산악회 올해의 신인상이 유력한 분입니다.
각본상은 고문님께 돌아갔습니다. 나무 사이로 드러난 선과 색의 조화를 통해 인생의 무상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냈습니다.
단조로운 구도를 벗어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노력도 돋보였습니다.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배낭에 꽂힌 쇠지팡이. 진정한 고수는 이날 칼을 뽑지 않았습니다.
2편으로 계속..
첫댓글 오와~~~~~빠져들어요. ~~🍁
시가 있는 가을 산행, 너무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저는 멀리서 이렇게
저물어가는 가을 단풍을 보며
허공에다 느낌표만 찍게 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저 속에 들어갔다 나온 후 찍는 느낌표가 아무래도 더 진하겠죠?
아고, 배 아파라.. . 쩝!
캬~~ 좋다~^^
박국장님이 이렇게 갈수록 더 잘하면...곤란한데!
사정있어 못올때 이런 아름다운 시와 사진은 누가 올려주려나...
즐거운 산행에 멋진 가을정취를 담아주시고.. 신인상까지~~ㅎㅎ
올 연말이 기대되는데요..ㅋㅋ
감사합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더니 토마스만님의 사진과 글을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감성 충만이십니다. *^^*
사진이 다 예쁘고 멋있지만 특히나 붉은 단풍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정말 멋있습니다.
귀쫑산악반들까지 단풍물 든 듯 발그레해 예쁘시고 멋지십니다.
멋진 시도 잘 읽었습니다. *^^*
우와 감기로 못간 산행이 더욱 아쉽게 만드는 사진과 싯귀~~~~가을의 한 복판에 선 산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도 좋습니다.
우왕~~ 마음까지 단풍들게 하는 가을산행과 시~
귀쫑은 이렇게 온몸으로 인문학적 삶을 살아내는 곳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