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집 까치네 외 2편
김용자
얼음물 흐르는
개울가 소리에 까치는
아침 일찍부터
높게 뻗은 미루나무 꼭대기로
들락날락 바쁘다
아침 햇살에
밤엔 달빛에
포근히 서로를 사랑할 터
봄바람 불어오면
아기들 입 벌리며 재롱할 터
방울새 종달새 하늘 높이
노래할 쯤엔
새끼들도 날갯죽지 활짝 펴고서
훨훨 날아다닐 수 있기를......
둥둥 하늘에 떠있는 까치집
떨어질라 날아갈라
손 높이 들어 받쳐주는
미루나무를 보고 있으니
어린 시절 작은 집에서
씨앗 뿌리고 거둬들이기까지
많은 고됨 속에서도 자식들
잘되길 바라며 힘을 내셨던
어무이 아부이 같은
미루나무집 까치네
드러내 보이는
잔가지 드러내 보이는 계절
까치네 헛개나무 꼭대기에서
들락날락하는 걸 보니
곧 새끼들 태어나지 않을까 싶다
개울물소리 아직 차가워
물고기들 더 자야 하는데
흰 날개 들추며 날아가는
백로 청아하다
개울가를 걷는다
얇은 얼음조각 아래로
개울물이 흐르고
마른 풀숲 사이
깨어나는 작은 초록순,
누군가 내다 버린 페트병,
스티로폼, 깨진 플라스틱이 보인다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까치집 보이 듯
차가운 개울물의 청명함
풀숲 마르며 드러나는 것들
비워 드러내 보여주는 계절
내 마음도 이쯤에 두어야만
자명한 춤 출 수 있으려나
각도
아침 햇살에 매화꽃을
바라보고 있다
위에서 옆에서 밑에서
새의 눈으로 나비의 눈으로
아 섬진강에 봄바람이 분다
강물은 하늘을 보고
햇살은 강물을 본다
첨벙거리는 숭어 떼
메기 붕어 수초들의 속삭임
살랑거리는 대나무 그림자
섬진강가 모래사장
가늘게 이어진 재첩 행로
쇠백로 한 쌍이 유유하다
봄바람 강물 타고 오른다
쇠백로 긴 날개 활짝 열어
봄바람 타고 훨훨 날아오른다
학이 날아들었다는
매화마을 소학정에 이르니
샛노란 아기들 품고 구부정히
반겨주는 노할아버지 산수유
담장 넘어 살짝이
얼굴 붉히는 숫처녀 홍매화
소학정 호위하는 장수 금강송
소학재에 앉아
찻잔에 소학정 띄워 놓으니
내려다 보이는 너른 평야
흘러가는 한 줄기 섬진강
서글프게 흐른다는
흰머리 긴 그녀
아픔 품고 흐른다는
목이 긴 그녀의 그
매화마을이 새하얗다
나비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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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집 까치네 외 2편
김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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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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