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
김 영 철
파도는 몇 시에 어디쯤에서 일어나서
무엇을 먹고 살고 어느 학교에 다닐까?
온종일 갯바위에 부딪혀 아프지는 않을까?
여럿이 한꺼번에 백사장에 놀러 와서
노래만 부르다가 서둘러 돌아가는
파도는 집이 어디일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바람은 큰 파도를 업은 걸까? 미는 걸까?
어떻게 태어나서 어디까지 가는 걸까?
때때로 화를 잘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부는 열심히 할까? 컴퓨터는 잘할까?
엄마를 더 좋아할까? 아빠를 더 좋아할까?
가만히 있지 못하는 건 누구를 닮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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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독도
김 영 철
자그마한 주먹 위에
온도계 하나 살고 있어.
지진과 쓰나미에 함께 아파 울다가도
다시 또 생떼를 부리면
도드라지는 핏줄.
독도만 한 가슴에
장군 한 분 숨을 쉬네.
심심하면 건드려 보는
섬나라 못 된 심술
한 번에 불태워버리는
김이사부 장군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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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상상
김 영 철
호루라기 울리고 ‘뻥’이요 하는 신호에
내 몸을 감싸 안은 신비로운 안개가
고소한 상상의 나라로 꿈 여행을 가자네요.
우리나라 넣어서 중국보다 크게 하고
우주선 같은 몸속을 빙글빙글 돌다가
가뿐히 엄마를 업은 어른 되어 나오고요.
나쁜 사람 모두 잡아 물과 함께 채워서
반성 다 할 때까지 어지럽게 혼을 내면
다시는 나쁜 짓 않는 착한 사람 되지요.
백 원짜리 동전 넣고 천 원으로 만들어
가난한 나라 아이들 환한 미소 짓게 하여
뻥튀기 기계 하나로 노벨상을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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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상상 2
김 영 철
저,
구름을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면
할아버지를 위해서 얼마만큼 좋을까?
햇볕이 따가운 날엔 커튼 되어 그늘 만들고.
가뭄으로 논바닥이 손바닥처럼 갈라질 때
버튼을 꾸욱 눌러 단비를 내려주는
착한 일 몇 번이나 하면
그 리모컨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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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런거리는 꽃밭
김 영 철
분명히
자기네끼리 하는 말이 있을 거야
너무 작은 소리라서 알아듣지 못하거나
사람이 곁에 있을 땐 입을 다물고 있는 거야.
향기 없는 풀들은 투덜투덜 거리고
꽃들은 자기가 서로 얼짱이라 우기고
온종일 주거니 받거니 가족처럼 사는 거야.
날갯짓하는 나비도 잉잉대는 꿀벌도
함께 친구 하자고
사이좋게 지내자고
참새도 고추잠자리도 모두 말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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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끼와 왕자 별
김 영 철
누가
베어 물었을까?
탱글탱글 예쁜 감귤
반짝이는 접시 위에
마지막 남은 한 조각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침을 삼키는
옥토끼.
누가
짓고 있는 걸까?
천사들만 사는 집
날마다
아주 조금씩
넓어지는 궁전으로
하나, 둘
어깨동무를 하고
모여드는
왕자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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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은행
김 영 철
길에서 주운 만 원
한참을 망설이다
단걸음에 달려가 엄마께 드렸는데
내 손엔
반값 아이스크림
겨우 살 수 있는
동전 하나.
어른 되면 준다며
다 가져간 세뱃돈
게임기를 사고도 남을 것만 같은데
확실한
은행이니까
안심하라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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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는 화장실
김 영 철
감자밭에 앉아서
구덩이 살짝 파고
아랫배에 힘을 주면 뿌지직, 바쁜 소리
감자야, 잘 자랄 거지?
멋쩍게 웃는 철부지.
콩잎으로 뒤를 닦고
마무리는 깻잎 한 장
호박잎 가져다가 살그머니 덮어놓은
자줏빛 감자 꽃 사이
향기로운 거름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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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것들
김 영 철
모자 쓰고 지게 메고 산 타는 할아버지
버스 타고 시장에 가신 할머니 기다리며
소나무 가지에 매달려 그네 타는 동생과 나.
성적은 자꾸 뒤로만 미끄럼을 타는데
상 타는 친구들은 얼마만큼 좋을까?
부끄럼 잘 타는 나처럼 고개 떨군 솔방울.
간지럼을 타는 걸까? 깔깔대던 솔바람이
빨간 물감 물에 타서 온 산을 적셔놓고
불타는 서쪽 하늘로 부리나케 도망친다.
애가 타는 엄마가 기린 목을 하고서
밭두렁을 쳐다보며 가르마를 타는데
유난히 가을을 타서 입술마저 탄다는 아빠.
-제11회 한국아동문화예술상 수상 기념작품집
-솔바람동요문학회 제9집 『 꿈꾸는 애벌레』(2013, 도서출판 오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