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방에 처음으로 글을 올려본다. 3학년 과목인 책들을 받아 들고 살펴보니 두툼한 두께가 마음을 짓누르는 듯하다. "이 두꺼운 책들을 제대로 읽어보기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중압감이다. '고전시가강독'을 살펴보니 좀 어렵지만, 잊고 있었던 우리들의 전통 옛 시가들이 무척 많다. 그 중에 향가 편에 나오는 '서동요'를 새삼 살펴보니 나의 어린 시절, 누군가를 놀리거나 놀이를 하면서 무척 재미있어 했던 노래들이 떠올랐다. '서동요'는 신라 시대 어린아이들이 즐겨 불렀던 노래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어린이들의 심리를, 사회현상을 무척 잘 반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어린 시절 노래들이 그랬던 것처럼.
7살이 되던 해 1961년, 나는 시골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 그때 동네 아이들과 함께 부르며 놀았던 노래들 중에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노래가 두어 편 있다. 그 중 하나가, "서울내기 다마내기 맛좋은 고래고기"였다. 당시 서울 말씨를 쓰는 아이들을 놀리기도 하는 노래였다. 1950년 전쟁통으로 부산이 한때 임시수도였고, 그래서 많은 서울사람들이 부산에 피난 와서 살았다. 그들의 말투가 토착민에게는 무척 생경하게 들렸으리라, 당시에는 서울로 돌아가지 못하고 눌러 살았던 사람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노래가 아이들 사이에 유행한 것이 아닌가 싶다. 사용된 단어들을 좀 분석해 보면 '서울내기'에서 '-내기'의 사전적 의미는 그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 지역 특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그런데, '다마내기'는 양파를 이르는 일본말, たまねぎ인데, 두 단어의 뒷부분이 유사해서 노래의 율격을 이루고 있다. 당시 부산에는 일본어 잔재가 무척 많이 남아 있었다. 또한 '고래고기'는 그 시절 부산 사람들이 즐겨 먹는 흔한 고기였는데, 이를 다마내기와 조리하면 정말 맛좋은 요리가 된다. 또 하나, 놀이에서 즐겨 불렀던 노래, "빨간 동그라미 하나가 전차에 부딪혀서 납짝 쿵, 그것은 ~" 이다. 오래되어 가사는 앞 구절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당시에 부산에는 지상으로 다니는 전차가 있었다. 마이카 시대 이전이라 도로에는 자동차가 흔하지 않았고, 전차가 도시인들에게 대중적인 이동수단이었다. 그래서 이로 인한 교통사고가 종종 있었던 것 같다. 도로에 차량들이 늘자 지상의 전차는 1968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이 노래도 사라졌을 것이다.
비록 어린아이들의 노래이지만 당시 사회상을 무척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많이 불렀던, 교과서에 실리지 못한 그 많은 어린아이들의 노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누군가 채록해 놓은 것은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 지금의 어린아이들은 무슨 노래를 부르며, 어떻게 어울려 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갔다. 어울려 놀기보다는 핸드폰,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많은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
첫댓글 저는 머리핀 치기 해서 딴 실 핀을 옷핀에 엮어서 자랑스럽게 다니던 생각이 납니다~~
이 글이 옛날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했나 봅니다.
@구영명(21) 네네~ 어느덧 추억을 먹고 사는 나이가 되었네요~~
앞으로 3학년 학교생활도 잘 하실꺼예요 화이팅입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겨울 논에 벼밑둥치가 삐죽삐죽 남아
있는 곳에서 발야구를 하며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녁 먹어라 엄마가 부를때까지요.
나의 어린시절 여자아이들의 놀이는 주로 줄넘기, 조약돌 주워 공기놀이였는데, 터프한 운동이었네요. ㅎㅎ
저는 딱지 치기를 너무 열심히 하여 저녁에 잘 때 팔이 아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것도 주로 남자아이들이 했는데, 나는 힘이 약해서 남의 딱지를 넘기지 못해 이런 놀이는 피했던 것으로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