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모터사이클에서 전동화의 가능성을 확인하다, 대동모빌리티 GS100
송지산 기자입력 2023. 2. 15. 15:04
한국의 모터사이클 산업이 중국에 뒤처진 지 오래라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중국 모터사이클 산업은 저가, 저품질의 대명사였지만, 그동안 꾸준한 기술개발과 혁신으로 현재는 유명 브랜드들과의 협업이나 OEM, OD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단계에까지 도달했을 만큼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에 비해 한국 제조사들의 상황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제대로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는 곳도 거의 없을뿐더러, 대부분의 제품은 중국에서 OEM이나 ODM 방식으로 생산하는 정도에 불과하고, 국내 생산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중국에서 부품을 각개로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는 정도의 수준일 뿐이다. 이런 상황이니 기존 한국산 브랜드로 꼽을 수 있던 곳들은 거의 중국산 제품을 엠블럼 정도만 바꿔 국내에 들여 파는 수입상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렇게 한국 모터사이클 제조사의 명맥이 끊어지나 했는데, 전동화 시대로 접어들며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라스트 마일’의 핵심으로 모터사이클이 꼽히고, 친환경, 저소음 등으로 전기 모터사이클에 대해 주목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며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브랜드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 것. 그리고 예상 외의 브랜드에서 국내 기술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전기 모터사이클을 선보였다. 그 주인공은 대동모빌리티로 GS100이라는 첫 제품을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이에 출시 전 90~95% 가량 완성된 테스트모델을 전달받아 직접 살펴볼 기회를 얻었다.
라이더라면 대동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처음 듣는 사람이 많겠지만, 다른 분야를 통해 들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동은 농기계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이 1조 원을 넘었을 만큼 이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지만 모빌리티 시장은 이번이 첫 도전이라 생소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과거 농업 목적의 ATV나 전동 카트 등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전기 모터사이클 도전의 계기가 됐으리라 추측해본다.
배터리 수납함을 센터 터널에 위치시켜 풀페이스 헬멧이 들어가는 트렁크를 확보했다
처음 모터사이클을 만들었음에도 다른 형태의 이동 수단을 만들어본 경험 덕분인지 외관에선 어색함이 없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을 통해 소개된 중국산 전기 스쿠터들이 대부분 작은 크기여서 수납함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GS100은 중형급 정도의 큰 크기여서 배터리와 수납함을 따로 둘 수 있을 만큼 차체가 넉넉하다. 대신 배터리로 인한 센터 터널이 더해져 플로어 패널을 활용하고자 했던 사람은 다른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전기 모터사이클의 상당수가 친환경, 고효율이란 느낌을 주기 위해 유선형, 곡선 중심의 디자인을 사용하던 것과 달리, GS100은 각과 직선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덕분에 상당히 강인한 느낌을 보여주는데, 내연기관 모델이라 해도 믿을 듯한 모습이다. 여기에 치켜올린 후미부나 헤드라이트 등의 디자인은 스포티함을 보여주는데, 실제 성능에서도 그러한지는 시승을 통해 확인할 부분이다.
GS100에는 스쿠터치고 상당히 낯선 물건이 장착됐다. 바로 구동용 체인이다. 일반적으로 스쿠터에는 벨트를 이용해 구동이 이뤄지는데, 스로틀을 감으면 바로 최대토크가 쏟아지는 전기모터의 특성 때문에 이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적인 면도 그렇고, 이런 구성들도 그렇고 어떤 성능을 보여줄지 점점 더 기대감이 커진다.
계기판은 TFT 풀컬러 스크린이 장착되어 주행 정보 및 차량 정보들을 전달한다. 전기 모터사이클인 만큼 시동이 걸려도 특별한 소리가 없으니 계기판을 통해 P, R, D 등의 표시로 주행가능한 상태인지를 보여준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노멀, 에코 3종이 제공되는데, 모드별로 계기판 화면과 함께 성능이 달라진다. 여기에 후진모드도 있어 별도의 변속 없이 오른쪽 핸들바의 R 버튼을 누르면 차가 저속으로 서서히 후진한다. 이 기능을 넣은 것은 배터리 등으로의 무게로 상황에 따라 여성이나 노약자의 경우 이동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고, 전기 모터사이클이기 때문에 내연기관보다 구현이 쉽다는 점도 있다.
추후 BSS가 널리 보급되면 충전에 대한 부담도 사라질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배터리는 센터터널에 2개가 탑재된다. 총 탑재 용량은 2.88kWh로, 국내 인증받은 주행거리는 하절기 63.6km, 동절기 47.3km다. 기존 내연기관 대비 거리가 부족하겠지만 출퇴근 정도의 용도로는 충분하고, 여기에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BSS)이 보급되어 이를 거점으로 삼아 움직인다면 충전 시간에 대한 고민 없이 타고 다니기 좋겠다. 사실 이 모델도 처음엔 B2B, 즉 한 업체에서 대량으로 운용하는 것을 두고 개발된 모델인데, 추후에는 B2C,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케피코에서 개발한 전기 이륜차용 플랫폼 모빌고7을 탑재해 7kW 성능을 갖췄다
핵심인 모터는 현대자동차그룹 산하의 현대케피코에서 만든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곳은 전기차용 각종 제어기, 전기 모터사이클용 플랫폼, 제어 시스템 등 모빌리티 전자제어와 관련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모빌고3/5/7 등의 플랫폼을 제작, 공급하고 있는데, 이름 뒤의 숫자가 출력(kW)을 의미한다. GS100에 탑재된 것은 모빌고7로, 9.5마력 수준의 전기모터를 채용해 125cc급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전기차의 약점인 낮은 주행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회생제동 기능을 탑재해 제동 시 사라지는 에너지마저 다시 배터리로 되돌려 조금이나마 이동 거리를 늘리고자 노력했다.
직접 타보니 의외의 성능에 깜짝 놀라게 된다. 최고출력은 125cc급이지만, 최대토크는 30Nm로, 300cc급 스쿠터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 스포츠 모드에서는 상당한 가속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도심의 교통 흐름을 리드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보여주는 건 물론이고 스로틀을 당길 때마다 차량 앞쪽의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속력이 뛰어나다. 이보다 한 단계 낮은 노멀에서는 125cc와 비슷한 가속을 보여주고, 에코에서는 50~80cc 정도의 가속을 보여준다. 물론 빠르면 빠를 수록 배터리 소모량이 늘어나는 만큼 자신의 주행 거리에 맞춰 모드를 적절히 조절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 놀란 건 밸런스다. 업력이 길지 않은 회사에서 만든 모터사이클은 밸런스가 맞지 않아 실제 주행에서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일이 종종 있지만, GS100은 오래전부터 모터사이클을 만들어온 것도 아니면서 훌륭한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시승하는 내내 거의 스포츠 모드를 사용할 만큼 속도감 있는 주행을 이어갔는데, 그 와중에 밸런스로 인한 불안함을 느낄 새가 없었을 정도.
배터리나 모터 등으로 내연기관 대비 적잖은 무게를 갖고 있지만, 서스펜션의 감쇠력 세팅이 잘 되어 과하게 딱딱하거나 물렁하지 않은, 그립력은 잘 보여주면서도 충격을 잘 흡수해주기 때문에 과속방지턱이건, 노면이 좋지 않은 곳이건 불편함 없이 달릴 수 있다. 브레이크는 앞뒤 모두 디스크 방식이 적용돼 제법 큰 차체를 어렵지 않게 멈춰 세울 수 있고, 전후 연동 브레이크 시스템이 더해져 적은 힘으로도 높은 제동력을 끌어낸다.
스마트키 탑재로 키박스 대신 전원 레버가 장착된다
편의장비는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우선 빠지면 섭섭한 스마트키가 탑재됐고, 차량에 충격이 가해지면 경고음을 울리는 도난 방지 시스템이 적용됐다. B2B 시장에 대응하도록 핸들 커버 상단으로 가로바를 더해 이 곳에 스마트폰 거치대 등을 장착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을 장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글러브 박스 안쪽으로 USB 충전포트도 2개나 마련됐다. 윈드스크린은 상하로 조절 가능한 방식인데, 수동식으로 고정하도록 되어 있다. 윈드스크린의 높이를 바꾸고 고정하는 방식이 매우 간단해 신호 대기 중에서도 라이더가 손쉽게 높이를 변경할 수 있다. 시트 하단 수납함은 풀페이스 헬멧도 수납 가능한 넉넉한 용량이 마련됐다.
앞뒤 2채널 블랙박스가 기본 사양으로 구성됐다
편의장비 중 주목할 요소로 기본으로 장착된 앞뒤 2채널 블랙박스가 있다. 최근에 출시되는 모터사이클에 조금씩 기본 사양으로 도입되고 있으나 인증 비용 등의 부담으로 인해 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증까지 마무리된 덕분에 사용자는 주행 중에 발생하는 사고 상황 등에서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장된 영상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쉽게 다운받아 확인할 수 있는 점도 편리한 부분이다.
그동안 기존 내연기관 모터사이클을 경험해온 라이더 입장에서 전기 모터사이클을 타봤을 때 성능이나 충전의 불편함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대동모빌리티 GS100을 타보고선 이제 전기 모터사이클의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연기관 못지않은, 때론 내연기관보다 나은 성능은 물론이고 각종 편의사양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성능에 대한 아쉬움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여기에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 그저 주유소에 들르듯 BSS에 들러 배터리를 교체하면 되니 충전에 대한 걱정도 필요 없다. 암울했던 국산 모터사이클 시장에, 그리고 전기 모터사이클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대동모빌리티 GS100은 충분히 ‘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이 항상 맞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제품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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