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강]시창작의 핵심은 무엇일까, '객관적 상관물과 표현의 디테일'
만년설이 뒤덮인 산봉우리 사이로 고개를 내민 화산. 화산 기슭의 거대한 호수를 품고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 칠레의 울창한 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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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한 마리가 번개처럼 정적을 가로지른 자리에는 나뭇잎만 파르르 떨고 있다. 이 식물 왕국을 지배한 법칙은 침묵뿐이다. 멀리서 놀란 동물 울음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온다. 어디선지 새 한 마리가 날카로운 울음으로 화답한다. 그러나 땅의 음악을 요란하게 울리는 폭풍이 닥칠 때까지 이 식물 왕국은 소곤거리는 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칠레의 숲 속에 들어가 보지 못한 사람은 이 세상을 안다고 할 수 없다. 나는 그 땅에서 그 흙에서, 그 침묵에서 태어나 세계를 누비며 노래했다.
- <칠레의 숲>/ 파블로 네루다/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민음사
#시인은 언어의 마술사다. '시의 메타포는 객관적 상관물인 사물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파불로 네루다는 그의 탄생지 칠레의 '아라우카니아'를 빈틈없는 필치로 그리고 있다. 남아메리카의 원주민은 스페인 정복자들과의 피비린내 나는 생존투쟁에서 몰살당했다. 그 충격의 사건들은 시(스페인 시인 에르시아의 시 '아라우카나')의 영혼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시! 그것을 네루다는 어린시절의 시적 경험으로 알려준다.
#칠레의 숲처럼 '어딘가( )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이 세상을 안다고 할 수 없다.' 라고 선언할 수 있는 그 어딘가는 존재하는가?
#오늘은 그런 장소에 대한 울울창창한 경험의 숲을 순례하는 날, 울울창창한 상상의 숲을 더듬어가는 날, 시간 공간의 빛나는 영감을 향해 내 고독한 언어적 사다리를 받쳐 드는 날, 어느 순간 그 사다리(영감을 스케치해주는)를 던지며 한 마디 얻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밥 안 먹어도 배부른 날.
#나에겐 (남대문 후미진 골목)이 있고, (텍사스주 휴스턴 신코렌치 호숫가)가 있고, (송파 탄천길 사책로)이 있다.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시공간은 시를 받아쓰게 하는 나만의 왕국이다. 나만의 숲은 디테일을 선물한다. 왜? 그건 존재이면서 소유이면서 객관적 상관물로서 내 오감을 자극하는 시적 운명들이 불덩이처럼 끓고 있기 때문이다.
표현미는 결코 기술의 산물이 아니다. 한 사물 속에서 존재했던 기억과 경험의 간절한 권력, 그들이 주는 무차별적 선물이 빚는 현상이다.
[ 장소의 중요성과 표현의 디테일 ]
1. 디테일을 살린 산문시가 무엇인가? 왜 스케치가 안 되는가?
- 파블로 네루다 <칠레의 숲>은 자신이 말하고 싶은 여러가지 주제를 뽑아 맨 앞에 배치했다.
- <칠레의 숲>에 버금가는 어떤 곳이 있는가? 고향을 뛰어넘는 어떤 곳이 있는가?
- 사람마다 좋아하는 환경이 다르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장소에 대해 스케치를 하자!
2. 장소에 대해 절실하게 생각하면 시의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문학의 원천이 된다.
- 시의 원천(객관적 상관물)은 장소를 사랑한만큼 시를 불러준다!
- 나무들을 매일매일 바라보자.
- 내가 친한 사물이 많을수록 시가 써진다.
- 바람에 나부끼는 계절의 변화에도 민감하자.
- 내가 언어를 끌어당기기는 어렵다. 그 상황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온몸의 감각을 느껴보자.
- 곽재구 시인은 10년 넘게 순천에 살면서 와온의 바닷가를 느꼈다. 막연하게 가지 않고, 수천 번 가서 느끼면서 와온이 저절로 시를 불러주었다.
- 일상적 스케치할 거리를 찾아보고, 가장 사랑스러운 풍경에서 어떤 것을 느끼는지 눈을 돌리면 좋은 시가 탄생한다.
보라색 눈물을 뒤집어쓴 한그루 꽃나무가/ 햇살에 드러난 투명한 몸을 숨기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궁항이라는 이름을 지닌 바닷가 마을의 언덕에는/ 한 뙈기 황화꽃밭이 있다/ 눈먼 늙은 쪽물쟁이가 우두커니/ 서 있던 갯길을 따라 걸어가면/ 비단으로 가리어진 호수가 나온다//
- <와온 바다>/ 와온 가는 길/ 2012, 창비
3. 시를 써 줄만한 사물에 대해 세밀화를 그려라! 특별한 시가 탄생한다.
- 내 마음을 흔들어주는 어떤 곳이 있는가?
- 시적인 느낌을 바라보며 가는 곳(시공간)은 나만의 은밀한 장소이다.
- 나에게 익숙한 장소는 다른 사람에게 낯선 장소이다. 나를 깨울 수 있는 장소를 시의 소재로 삼자.
〔 시합평 〕
1. 내가 피눈물을 흘려서 쓴 시는 다른 사람을 울릴 수 있다.
- 목련이 떨어지면 색깔이 검게 변한다. 사람들은 떨어진 꽃은 시들어서 추하다고 말한다. 병들어도 이유가 있는데, 사람이 병들면 다 추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양심없는 짓을 하고도 당당한 사람들이 더 추하다.
-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쓴 시는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가는 시다.
- 처음 스케치는 자세하게 쓰고 퇴고 때는 살짝 들이밀고 지운다.
2. 관념적인 상관물보다는 구체적인 객관적 상관물이 효과적이다.
- 나무에 대한 시를 쓸 때는 '천태산 은행나무'가 효과적이다.
- 제목이나 주제는 관념적이지 않아야 한다. 디테일을 효과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 제목에서 제시하는 역할을 맡겨주어야 한다. 제목만으로도 특징이 살아있어야 한다.
- 자신의 경험에서 직접 보면서 손잡았던 '우리동네 아픈 은행나무' 가 더 시적인 소재로 적합하다.
- 생각 속의 관념적인 주제는 자기해석이 부족한 주제이다.
- 표현에서 자의적이지 않으려면 객관적 상관물이 필요하다.
- 이원규 시인의 은하수 사진은 나무에 은하수가 걸리는 모습을 관찰하여 독특한 창작물을 만들었다. 남들이 갈 수 없는 시간대에 가서 수천 번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삶의 태도이다.
3. 역사적 사실은 가볍게 쓰면 안된다.
- 역사적 사실은 무겁다
- 역사속의 인물을 시로 쓸 때는 절박하게 써야 한다.
- 역사시는 공부만 가지고 쓰지 못한다.
- 김훈 소설가는 <하얼빈>이라는 소설을 썼다. 중학교 시절부터 안중근을 마음에 품었다고 한다. 역사적 지식은 중학교 수준이면 충분하고 한다.
- 가슴에 절실하게 품어야 역사시를 쓸 수 있다.
- 조정래 소설가 <태백산맥> 은 4년 자료조사, 벌교 사투리 받아 적고 검수 받아 10년간 쓴 대작이다.
- 이산하 시인 <악의 평범성>은 본인이 고문을 직접 체험했기에 아우슈비츠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 악은 평범하고 악랄하며 무지에서 오는 것이다.
- 역사적 사실 앞에 자신을 끝없이 반성하는게 시인이다.
-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시사적 문장이나 유행가는 조심해야 한다. 시선을 이분화 시킨다.
- 인용하려면 한 면을 담고 싶은 어떤 말, 깊게 담아내고 싶은 어떤 말을 써야 한다.
4. 병렬식 표현은 지루하면 안된다.
- 첫만남, 첫눈, 첫인상의 연결보다는 '텍사스에서 먹은 첫동지죽' 이 훨씬 효과적이다.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첫경험은 창의적이고 신선하다.
- 병렬식 표현은 지루한 표현이 되기 쉽기 때문에, 스타카토로 떨어지는 긴장감이 필요하다. 비슷한 느낌의 세 단어 이상 쓰면 안된다.
- 소리내서 읽었을 때 지루함이 없어야 하고, 반복되는 의미는 과감히 버린다. 시어를 바꿔준다.
- 시어를 쓸 때는 내 말이 신선한가? 누군가 써버린 말이 아닌가? 미디어에 나온 말이 아닌지 살핀다. 또다시 쓰면 손해다.
- 처음에는 많은 의미를 스케치하고 퇴고할 때는 필요한 말만 남긴다.
5. 인물을 대상으로 시를 쓸 때는 풍경이 되면 안된다.
- 절실함이 없는 인물은 시로 써도 좋은 시가 되지는 못한다.
- 주제가 맞아 떨어져야 하는 인물이 좋다. 인생의 포인트로서 역할을 하는 인물인가?
- 님비 현상(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위험시설, 혐오시설 들이 들어서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시민들의 행동) 의 그릇된 면을 통찰하면 시로서 이야기할 내용이 많다.
6. 시는 입체성이 필요하다.
- 너무 사실적이지 않게 변화를 줘야 한다. 입체적으로 구조화 해야 한다.
- 스케치하되 시의 격조를 높여라!
- 시에서는 사실보다 어떤 한 가지에 집중해야 독자의 시선이 집중된다.
-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해야 자연스럽게 퇴고할 수 있다.
7. 너무 많은 설명이 필요한 것은 좋은 시가 아니다.
- 각 연이 독단적 이미지는 주제를 분산시킨다.
- 한 연은 주제를 포함해야 한다.
- 1,2연은 안내/ 3연은 은유/ 4연은 주제
- 시의 주제와 의도는 철학적인 깨달음을 드러내야 한다.
8. 효과적 언어 드러내기
- 부끄러운데도 드러내는 것은 독자에게 뜨거운 느낌으로 읽혀진다.
- 나의 인생에 대해 절실하게 고민하면서 나만의 표현을 찾아내야 한다.
- 자신만의 보편적 삶이 결국 다른 사람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9. 수동태, 피동태 적절하게 쓰기
- 유족의 아픔과 고통을 지우는 (유품정리사가 아픔과 고통을 지우는 직업인가?)
지우는- 지울 것처럼 (단정지울 수 없기에 직설법을 활용한다)
* 직설법은 미지의 것의 표현이다.
- 단전 단수 요금과 월세가 밀려 집주인이 발견한 죽음- 단전 단수 요금과 월세가 밀려 발견된 죽음
(이렇게 바꿔주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10. 디자이너의 마음으로 퇴고한다.
- 은유는 사실적이면서 시적인 것이다. 응축의 한마디가 필요하다.
- 간절한 고민과 절실함을 끝끝내 질문하면서 퇴고한다.
*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살아온 만큼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인!
시적인 생각은 인생관과 연결된다.
오늘 이 순간이 최초, 최고의 순간이다!
첫댓글 수업 내용을 세세하게 적용한 후기네요.
연욱씨의 대표 후기 이외에도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유익했던 내용을 함께 댓글로 달아 공유하면 좀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버릴 수도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