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려타곤(懶驢駞坤)＜ 3 부＞ -76

[푸른나비 @]

'어이구, 졸려!'
그렇게 비명을 내지르면서 우물 아래로 내려가는 소구의 눈은 핏발이 곤두선 상태였다. 한시라도 빨리 우물 속 귀신을 처리하고 자고 싶은 소구였다.
생각한 것보다 우물은 엄청나게 깊었다. 끝없이 아래로 떨어져 내려가는 소구의 졸린 눈에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근 반시진이 흘러서였다. 
"겁나게 깊이도 판 우물이로군. 물기도 없고---, 어디 보자. 전혀 귀기(鬼氣)는 느껴지지 않는데--? 도대체 무슨 귀신이 있다고 졸린 사람 붙잡고 그 난리들이람."
투덜거리면서 우물의 바닥에서 주위를 자세히 살피던 소구는 우물의 한쪽 벽면에 기관장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흠--, 누군가 이곳에 숨어사나 본데---."
소구의 머리 속에는 수 많은 지식들이 담겨 있는 상태였다. 돌무더기 속에 숨겨진 기관의 손잡이를 돌리자 우물의 벽에 하나의 문이 열리고, 소구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곳곳에 함정들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였다. 
수십개의 함정을 해치고 마지막 장소에 이른 소구의 반쯤 감겨 있던 눈은 놀람으로 크게 뜨여졌다. 
"만상금쇄진----. 여기에 어떻게 이것이----?"
진 안에 갇혀서 흐느껴 우는 하얀 궁장 차림의 여자의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울고 있던 여자도 소구의 모습을 보았는지 고개를 들어 진이 펼쳐진 쪽으로 다가왔다. 
"소--소구?"
"수련 누나?"
둘의 입에서 그런 물음이 동시에 터지고 또 동시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누나가 어떻게?"
"언니가 나만 놔두고 혼자 도망쳤어!"
밑도 끝도 없는 누나의 말을 소구는 이해 할 수 없었다. 
"그 안엔 어떻게 들어간 거야?"
"나도 몰라, 자객을 피해 도망치다 이곳에 떨어졌는데 깨어나 보니 이곳이었어."
우물 속 귀신의 정체는 소구의 둘째 누나 방수련이었다. 
"소구야 날 이 안에서 꺼내 줄 수 있겠니?"
이미 십년 가까이 갇혀 있는 방수련은 눈물로 충혈된 눈으로 그렇게 물어왔다.
단지 일장의 거리였지만 그 거리는 만리보다도 먼 거리였다. 
소구는 자신의 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혼천지계라 불리는 장소에 쳐진 만상금쇄진을 벗어나기 위해 가지고 있던 힘의 대부분을 소진한 상태였다. 그리고 다시 만상금쇄진을 만난 것이다. 
이십년 만에 만난 누나가 만상금쇄진에 갇혀 있는 것을 보았으니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회복하기 전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소구는 서글픈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수련 누나, 조금만 더 참을 수 있어?"
"왜? 무슨 방법이 있니?"
"난 아직 무공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야. 여기에 펼쳐진 진은 천하에서 가장 지독한 진이야. 이것을 깨트리려면 지금의 상태로는 안되거든."
"그럼?"
소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내 능력을 회복하려면 소림사에 갔다 와야 되."
"오래 걸리니?"
"아니야. 조금만, 조금만 기다리면 될 거야. 최대한 빨리 갔다 올 테니까---, 조금만 더 참아."
소구는 갇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싫도록 경험한 상태였다. 그래서 누나의 상태를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었다. 
"빨리 갔다 와야 돼. 이곳에 계속 혼자 있고 싶지는 않아--."
"응."
짧게 말을 끝낸 소구는 등을 돌려 다시 밖을 향해 걸음을 옮기다 뒤를 쳐다보았다. 자신을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누이의 모습이 보였다. 

소화촌 마을 사람들은 우물에서 하늘 높이 치솟는 백광을 볼 때, 소구의 신형은 숭산 소실봉 기슭에 있는 소림사에 이르고 있었다. 
현재 낼 수 있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소림사를 찾아간 소구는 나무 위에 모습을 감추고 소림사를 바라보았다. 
승포를 입은 승려들 대신에 그곳에는 관복을 입은 관리들과 창칼을 차고 있는 관병들이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곳곳이 부서져 폐허로 변해 있는 상태였다. 
소구는 나무 위에 모습을 감춘 채 이를 악물었다. 
'소림도 청의 군대에 망했는가? 내가 알고 있던 스님들은 다 어찌 되었을까? 저들의 눈을 피해 나한동 안에 숨어 들어가야 할 텐데--. 별 수 없이 밤이 되어 어두워지기를 기다려야 겠구나---.'
마음은 다급했건만 군대가 지키고 있는 소림사에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초조한 마음으로 어둠이 깔리길 기다리는 소구의 마음은 한껏 어두워졌다. 
비록 누구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금강동이라지만, 소림이 저 지경이 되었다면 지금 만나려는 그분들도 무사하다고 장담 할 수 없는 것이다. 

소림사의 지하 깊은 곳, 금강동이라 불리는 그곳에 머물고 있는 살아 있는 열 여덟의 금불상의 수십년 동안 감겨 있던 눈이 동시에 뜨여졌다. 
"드디어 인연의 끝이 다가 왔군요. 현생의 인과를 이제 끝내고 진정으로 부처의 품에 귀의할 수 있게 되었구려."
누군가 그렇게 말하고 또 누군가가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현생의 업이 모두 끝나는군요."
"이제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군요. 길을 열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겠지요. 지금의 능력으로는 이곳에 올 힘이 없으니--."
금강존자라 불리던 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나한동 안으로 들어선 소구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관병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아직 미숙한 경지의 혼천독보(混天獨步)를 사용한 결과였다.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펼친 혼천독보였다. 내상에 내상이 더해져 이젠 서 있기도 힘든 상태였지만 아직은 쉴 때가 아니라는 것을 소구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나한동에 들어서면서 바닥에 나동그라졌던 소구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나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소매로 닦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화포의 공격을 받았는지 부서지고 무너진 폐허의 나한동에서 금강동으로 찾아가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틀거리면서 걸음을 옮기는 소구는 간절히 기원했다. 자신이 만나려는 그분들이 제발 살아있기를---.        

우물 속에 십 년이나 갇혀 지내고 있는 방수련은 그날의 일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다. 실종된 소구를 찾아 나선 숭산행--, 호위를 맡고 있던 표사들의 비명과 자신의 손을 잡고 몸을 날리던 늙은 표두의 잘려진 손목, 점점 멀어져 가던 언니의 모습--. 그 모든 것이 한바탕의 꿈 같았다. 
도망치고 도망쳐 이르게 된 곳이 이 우물이었다. 어머니 말 안 듣고 무공을 게을리 배운 탓이었다. 자신이 무공이 낮이 않았다면 언니와 헤어지지도 이렇게 우물 속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구가 언제쯤 다시 오려나?"
기다림의 시간은 초조하기만 한 것이었다. 이 안에는 먹을 물과 수백개의 벽곡단이 든 상자가 있었고, 전대의 고인이 남겨 놓은 무공도 있었다. 그것을 익히면서 밖으로 나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방수련이었다. 그러나 이 안의 남겨 놓은 기록을 보면 자신이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나갈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갇혀 지내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방수련은 안도하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로 이 안에서 처녀귀신으로 늙어 죽고 싶은 만큼이 없는 것이다.  
전에는 그렇게 찾아도 찾을 수 없던 소구가 제 발로 이곳에 찾아와 주고, 또 꺼내주겠다고 한 것이다. 
갇혀 지내는 동안 나이가 벌써 서른이 훌쩍 넘어버린 방수련이었다. 여자나이 서른이면 좋은 시절 다간 셈이었다. 백살이 넘은 노파가 되어 밖으로 나간다면 누구에게 시집을 갈 수 있겠는가? 방수련의 꿈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좋은 남자 만나서 잘먹고 잘 사는 것, 그것뿐인 여자였다. 천하제일고수가 되고 싶은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는 여자였지만 인연이 이상해서 갇혀 지내게 된 이곳에서 나가려면 이곳을 만든 사람이 말한 천하제일의 무공을 터득해야 했던 것이다. 설사 백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무공을 터득하지 못하면 밖에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고--.

백초당이라 불리는 건물의 깊숙한 전각의 침상에 누워 있는 한 사람은 온 몸이 화상으로 가득한 상태였다. 
"오라버니, 다시 한번 숭산에 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
조심스러운 손길로 침상에 누워 있는 오라버니 방종구의 온 몸에서 흘러나오는 고름을 닦아내며 방화련이 말했다.
"화련아, 이번에도 백초당의 재산을 노리는 사기꾼일거야. 위험을 무릅쓰고 그곳에 다시 갈 필요는 없지 않느냐?"
아픔을 참고 침착한 어조로 말하는 방종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걱정스러움이 가득한 것이었다. 이미 숭산에서 막내 소구가 실종되고 십년 전에는 셋째 수련이가 실종된 상태였다. 마지막 남은 형제인 화련이마저 숭산에서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방종구였다. 
"이번에 숭산에서 가져온 소식은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보아 소구가 틀림없는 것 같아요. 오라버니도 그 편지를 보셨잖아요?"
"그래, 지금까지 만난 사기꾼들과는 내용이 틀린 것 같기만 하다 만은--, 너도 알다시피 지금은 전쟁중이다. 운룡회의 홍방은 세력이 곳곳에 깔려 있다. 숭산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차라리 다른 사람을 보내 확인해 보는 것이----."
"이미 이십년이나 흘렀어요. 가족이 아니라면 알아볼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오라버니가 걱정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저도 제 한 몸 지킬 힘은 가지고 있어요."
"후우--, 그래 네가 여중제일고수라고 불린다는 것도 알고, 널 이길만한 자가 드물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 악마를 이길만한 힘은 없지 않느냐?"
"걱정 마세요. 그자가 나타나면 도망칠 힘은 있으니---."
"그래. 그럼 천궁 옥대협과 동행하거라. 너 혼자 보내는 것은 아무래도 안심이 안되는 구나. 가문의 하인들도 몇 명 대리고 가거라. 어머니가 가르친 사람들은 일반무사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니--."
"그럼 오라버니는요? 언제 운룡회의 자객들이 이곳에 잠입할지 모르는데---."
"괜찮다. 소림사의 스님들이 날 지켜주시니 괜찮을 것이다."
고름이 가득한 수건을 침상 옆에 놓인 물그릇에 집어넣으면서 방화련은 안쓰러운 얼굴로 오빠 방종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얼굴도 화상으로 흉측하게 변한 상태였고, 몸 이곳저곳이 화상으로 상처투성이인 몸을 하고 있었다. 차라리 죽는 이만도 못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오빠는 살고 있었다. 마음속에 타오르는 복수의 불꽃은 고통을 이겨내고 삶을 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십 년 전의 그 날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죽고 집은 불타올랐다. 그리고 그 불길 속에 오빠가 있었고, 자신과 동생 수련이는 자객의 손을 피해 도망치고 있어야 했다.
화련은 고개를 흔들며 우울한 생각을 털어 내고, 뒤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내가 나갔다 오는 동안 오빠를 잘 부탁한다."
"염려마세요, 방주님을 모시는 일에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방화련의 뒤에는 수척한 얼굴에 마른 몸매를 하고 있는 이십대 초반의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녀는 방화련이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중의 하나였다.
홍방이라 불리는 단체에 가산과 가족을 모두 잃은 양려군의 복수심 또한 이들 오누이가 가지고 있는 것만큼이나 큰 것이었다. 백초당의 청방과 운룡회의 홍방과의 소리 없고 소문 없는 전쟁에서 그녀의 손에서도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붙은 명호는 적혈마향이었다. 
"그래 난 양 동생만 믿고 가 볼 테니---."
"이번에는 꼭 그 동생 분을 찾기를 기원할께요."
"그럼 부탁한다."
그 말을 끝으로 방화련은 침실에서 나가고, 양려군은 침상에 누워 아픔으로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며 자고 있는 청방의 방주를 바라보았다. 
무림의 세력과 상인들의 힘이 결합된 두 개의 단체가 생겨난 것은 명이 망한 지 얼마 안되는 십년 전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구파일방이라는 이름보다는 청방이냐 홍방이냐를 묻고 있었다. 상술의 귀재인 방종구가 죽어서는 절대로 홍방에 복수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고 거의 대부분의 무림인들이 돈에 움직이고 있었고, 무림천하는 청색과 홍색으로 양분된 상태였다. 무력 대 무력의 싸움도 소리 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또한 상술 대 상술의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리고 방종구는 그 중 상술의 싸움을 담당하는 총지휘자였다. 
"당신은 홍방이 멸망할 때까지는 살아 주어야만 해요."
적혈마향 양려군은 침상 옆의 의자에 앉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다 죽어 가는 몸을 이끌고 이 사람은 싸움을 승리로 이끌고 있었다. 청방에는 이 사람 청방의 방주라 불리는 방종구가 필요한 것이다.

[t산머루]

방수련ㆍ 방화련도 청나라의 부흥에는 꼼짝못하는신세인가 봅니다 방종구 역시 전술의 대가이면서 청방의 방주로 청방을 이끌고있네요. 방소구 방종구 수련 화련 한군데서 만나 무림의 큰세력을 이루어낼지 기대가 큽니다

[추억의꿈(광주/남)]

((◎감사합니다..~~♧))
날마다, 좋을 순 없지만. 날마다, 웃을 순 있어요..^)^
행복한 하루, 좋은 하루 되시길요.~ ^(^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세월이 가도,
우리 함께 가는 길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합니다!!감사합니다)

[등영]

방씨집안이 모두가 왜이리 고난이 만이따르나요
앞으론 기연들이 이어저 모두가 평화롭게 살겧지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