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어느 날 청년은 집 근처 버스 정류장이 무인 자동이라는 걸 알았다. 버스 이용자들이 알아서 돈을 내고 티켓을 사며 표를 검사하는 일도 드문드문 이뤄진다는 것이다.
청년은 티켓을 끊지 않고 버스를 탔을 때 걸릴 확률이 극히 작다는 것도 발견했다.
이후 청년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버스를 타고 다녔다. 조금 양심에 걸리긴 했지만 가난한 학생이니 이 정도는 괜찮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말이다.
4년이 지난 후 청년은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파리에 있는 다국적 기업 여러 곳에 지원을 했다. 학업 성적도 좋았고 지원한 곳 모두 아시아 지역으로 시장을 넓히려 한다는 걸 알았기에 그는 자신만만 했다.
그러나 상황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다. 이력을 볼 때는 금방이라도 채용할 것 같았던 회사가 나중엔 함께 일할 수 없다고 통보를 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다국적 기업에서 중국인인 자신을 차별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원했던 회사의 인사 담당자를 찾아가 자신이 입사하지 못한 이유가 자신이 중국인이기 때문이냐고 물었다.
인사 담당자의 대답은 놀라웠다.
"그런 이유로 차별을 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진출하려는 곳도 중국 시장입니다. 오히려 중국인이라면 더 도움이 되겠지요. 당신의 이력서를 보니 경험도 풍부하고 능력도 있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우리가 찾는 딱 그런 인재였습니다."
"아니 그런데도 저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당신의 신용카드 기록을 확인해보니 버스 티켓 때문에 세 번이나 벌금을 물었더군요."
"네 그런 일이 있었죠. 그러나 그런 작은 일 때문에 신문에 논문을 발표 할 만큼 재능 있는 사람을 뽑지 않는 다는 겁니까?"
"그것이 정말 작은 일이라고 생각 하십니까? 우리의 생각은 다릅니다. 프랑스에 온지 일주일 만에 티켓을 사지 않아 벌금을 물었을 땐 프랑스의 자동 발권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2번이나 더 티켓 때문에 벌금을 물었다는 건 다르죠"
"그때 정말 돈이 없었어요."
"아니요 당신 말에 동의할 수 없군요. 제가 그 정도로 모를 것이라고 생각 하십니까? 당신은 세 번의 벌금을 물기 전이나 후에도 무수히 버스를 공짜로 타고 다녔겠죠"
"그렇다고 그 일이 죽을 때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녀야 하나요? 왜 그렇게 빡빡한가요? 제가 바뀔 수도 있는 거 잖아요?"
"아닙니다. 당신의 행동은 두 가지를 말해주죠. 하나는 당신은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법률이나 시스템의 허점을 고의적으로 이용했으니까요. 또 다른 하나는 당신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거죠. 우리 회사는 자신감 뿐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일이 많습니다. 특정지역 시장개발 담당자에게 회사는 많은 권한을 주죠. 마치 자동화된 시스템처럼 사람의 양심을 믿고 운영하는 겁니다. 그런데 당신과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일을 맡길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당신을 고용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 유럽이 아닌 곳에서도 당신이 일할 곳이 있을지 의문이군요."
도덕성은 지식의 부족함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는 있지만 똑똑하다는 것은 절대 도덕성의 부족을 메꿀 수 없다.
TV를 통해 쏟아지는 정치인과 기업인의 온갖 비리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불평한다.
"이러니 나라가 어떻게 제대로 돌아 가겠냐고요"
곰곰이 생각 해보면 그들 뿐 만이 아니다.
"이것쯤 어긴다고 어떻게 될까?" "이 정도는 넘어 가도 돼"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하는데"라며 원칙이나 규칙을 어긴 적은 없는가?
작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어떤 비도덕적인 행동의 결과는 언젠가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