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직전 주일은 종려주일, 또는 고난주일(수난주일)이라 부르며, 이름이 다르듯이 그 본문도 차이가 납니다.
이번에는 고난주일 본문을 택했습니다. 먼저 성서일과 4본문을 올립니다.
[성서일과 4본문]
(이사 50:4-9a)
4. 주 하나님께서 나를 학자처럼 말할 수 있게 하셔서, 지친 사람을 말로 격려할 수 있게 하신다. 아침마다 나를 깨우쳐 주신다. 내 귀를 깨우치시어 학자처럼 알아듣게 하신다.
5. 주 하나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셨으므로, 나는 주님께 거역하지도 않았고,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6. 나는 나를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겼고, 내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뺨을 맡겼다. 내게 침을 뱉고 나를 모욕하여도 내가 그것을 피하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7. 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우시니, 그들이 나를 모욕하여도 마음 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각오하고 모든 어려움을 견디어 냈다. 내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겠다는 것을 내가 아는 까닭은,
8. 나를 의롭다 하신 분이 가까이에 계시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나와 다투겠는가! 함께 법정에 나서 보자. 나를 고소할 자가 누구냐? 나를 고발할 자가 있으면 하게 하여라.
9. 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와주실 것이니, 그 누가 나에게 죄가 있다 하겠느냐? (그들이 모두 옷처럼 해어지고, 좀에게 먹힐 것이다.)
(시편 31:9-16)
9. 주님, 나를 긍휼히 여겨 주십시오. 나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울다 지쳐, 내 눈이 시력조차 잃었습니다. 내 몸과 마음도 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10. 나는 슬픔으로 힘이 소진되었습니다. 햇수가 탄식 속에서 흘러갔습니다. 근력은 고통 속에서 말라 버렸고, 뼈마저 녹아 버렸습니다.
11. 나를 대적하는 자들이 한결같이 나를 비난합니다. 이웃 사람들도 나를 혐오하고, 친구들마저도 나를 끔찍한 것 보듯 합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이마다 나를 피하여 지나갑니다.
12. 내가 죽은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으며, 깨진 그릇과 같이 되었습니다.
13. 많은 사람이 나를 비난하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사방에서 협박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나를 대적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내 생명을 빼앗으려고 음모를 꾸밉니다.
14.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주님만 의지하며, 주님이 나의 하나님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15. 내 앞날은 주님의 손에 달렸으니, 내 원수에게서, 내 원수와 나를 박해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십시오.
16. 주님의 환한 얼굴로 주님의 종을 비추어 주십시오.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여 주십시오.
(빌립 2:5-11)
5. 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6.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7.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8.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9.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를 지극히 높이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에게 주셨습니다.
10. 그리하여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이 예수의 이름 앞에 무릎을 꿇고,
11.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고백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습니다.
(누가 22:14-23:56)
14. 시간이 되어서, 예수께서 자리에 앉으시니, 사도들도 그와 함께 앉았다.
15.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고난을 당하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유월절 음식을 먹기를 참으로 간절히 바랐다.
16.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유월절이 하나님의 나라에서 이루어질 때까지, 나는 다시는 유월절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이다."
17. 그리고 잔을 받아서 감사를 드리신 다음에 말씀하셨다. "이것을 받아서 함께 나누어 마셔라.
18.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제부터 하나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에서 난 것을 절대로 마시지 않을 것이다."
19. 예수께서는 또 빵을 들어서 감사를 드리신 다음에, 떼어서 그들에게 주시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
20. 그리고 저녁을 먹은 뒤에, 잔을 그와 같이 하시고서 말씀하셨다.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다.
21. 그러나 보아라, 나를 넘겨줄 사람의 손이 나와 함께 상 위에 있다.
22. 인자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대로 가지만, 인자를 넘겨주는 그 사람에게는 화가 있다."
23. 그들은, 자기들 가운데 이런 일을 할 사람이 누구일까 하고, 자기들끼리 서로 물었다.
24. 제자들 가운데서 누구를 가장 큰 사람으로 칠 것이냐는 물음을 놓고, 그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25.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뭇 민족들의 왕들은 백성들 위에 군림한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자들은 은인으로 행세한다.
26. 그러나 너희는 그렇지 않다. 너희 가운데서 가장 큰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하고, 또 다스리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한다.
27. 누가 더 높으냐? 밥상에 앉은 사람이냐, 시중드는 사람이냐? 밥상에 앉은 사람이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있다.
28. 너희는 내가 시련을 겪는 동안에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이다.
29. 내 아버지께서 내게 왕권을 주신 것과 같이, 나도 너희에게 왕권을 준다.
30. 그리하여 너희가 내 나라에 들어와 내 밥상에서 먹고 마시게 하고, 옥좌에 앉아서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하게 하겠다."
31. "시몬아, 시몬아, 보아라. 사탄이 밀처럼 너희를 체질하려고 너희를 손아귀에 넣기를 요구하였다.
32. 그러나 나는 네 믿음이 꺾이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네가 다시 돌아올 때에는, 네 형제를 굳세게 하여라."
33. 베드로가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나는 감옥에도, 죽는 자리에도, 주님과 함께 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34. 그러나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베드로야, 내가 네게 말한다.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35.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를 돈주머니와 자루와 신발이 없이 내보냈을 때에, 너희에게 부족한 것이 있더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없었습니다."
36.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는 돈주머니가 있는 사람은 그것을 챙겨라, 또 자루도 그렇게 하여라. 그리고 칼이 없는 사람은, 옷을 팔아서 칼을 사라.
37.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는 무법자들과 한 패로 몰렸다'고 하는 이 성경 말씀이, 내게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과연, 나에 관하여 기록한 일은 이루어지고 있다."
38. 제자들이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보십시오. 여기에 칼 두 자루가 있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넉넉하다" 하셨다.
39. 예수께서 나가시어, 늘 하시던 대로 올리브 산으로 가시니, 제자들도 그를 따라갔다.
40. 그 곳에 이르러서,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여라" 하신 뒤에,
41. 그들과 헤어져서, 돌을 던져서 닿을 만한 거리에 가서, 무릎을 꿇고 이렇게 기도하셨다.
42. "아버지, 만일 아버지의 뜻이면,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되게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되게 하여 주십시오."
43. [그 때에 천사가 하늘로부터 그에게 나타나서, 힘을 북돋우어 드렸다.
44. 예수께서 고뇌에 차서,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핏방울같이 되어서 땅에 떨어졌다.]
45. 기도를 마치고 일어나, 제자들에게로 와서 보시니, 그들이 슬픔에 지쳐서 잠들어 있었다.
46. 그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왜들 자고 있느냐?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일어나서 기도하여라."
47. 예수께서 아직 말씀하시고 계실 때에, 한 무리가 나타났다. 열둘 가운데 하나인 유다라는 사람이 그들의 앞장을 서서 왔다. 그는 예수께 입을 맞추려고 가까이 왔다.
48.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유다야, 너는 입맞춤으로 인자를 넘겨주려고 하느냐?"
49. 예수의 둘레에 있는 사람들이 사태를 보고서 말하였다. "주님, 우리가 칼을 쓸까요?"
50.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대제사장의 종의 오른쪽 귀를 쳐서 떨어뜨렸다.
51.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만해 두어라!" 하시고, 그 사람의 귀를 만져서 고쳐 주셨다.
52. 그런 다음에, 자기를 잡으러 온 대제사장들과 성전 경비대장들과 장로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강도를 잡듯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왔느냐?
53. 내가 날마다 성전에서 너희와 함께 있었으나, 너희는 내게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너희의 때요, 어둠의 권세가 판을 치는 때다."
54. 그들은 예수를 붙잡아서, 끌고 대제사장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서 뒤따라갔다.
55. 사람들이 뜰 한가운데 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있는데, 베드로도 그들 가운데 끼여 앉아 있었다.
56. 그 때에 한 하녀가 베드로가 불빛을 안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를 빤히 노려보고 말하였다. "이 사람도 그와 함께 있었어요."
57. 그러나 베드로는 그것을 부인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여보시오, 나는 그를 모르오."
58. 조금 뒤에 다른 사람이 베드로를 보고서 말했다. "당신도 그들과 한패요." 그러나 베드로는 "이 사람아, 나는 아니란 말이오" 하고 말하였다.
59.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에, 또 다른 사람이 강경하게 주장하였다. "틀림없이, 이 사람도 그와 함께 있었소. 이 사람은 갈릴리 사람이니까요."
60. 그러나 베드로는 이렇게 말하였다. "여보시오, 나는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소." 베드로가 아직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곧 닭이 울었다.
61. 주님께서 돌아서서 베드로를 똑바로 보셨다. 베드로는, 주님께서 자기에게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그 말씀이 생각났다.
62. 그리하여 그는 바깥으로 나가서 비통하게 울었다.
63. 예수를 지키는 사람들이 예수를 때리면서 모욕하였다.
64. 또 그들은 예수의 눈을 가리고 말하였다. "너를 때린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맞추어 보아라."
65. 그들은 그 밖에도 온갖 말로 모욕하면서 예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66. 날이 밝으니, 백성의 장로회, 곧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이 모여서, 예수를 그들의 공의회로 끌고 가서,
67.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가 그리스도이면, 그렇다고 우리에게 말해 주시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렇다고 여러분에게 말하더라도, 여러분은 믿지 않을 것이요,
68. 내가 물어보아도, 여러분은 대답하지 않을 것이오.
69. 그러나 이제부터 인자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오른쪽에 앉게 될 것이오."
70. 그러자 모두가 말하였다. "그러면 그대가 하나님의 아들이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라고 여러분이 말하고 있소."
71. 그러자 그들은 말하였다. "이제 우리에게 무슨 증언이 더 필요하겠소? 우리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직접 들었으니 말이오."
[23장]
1. 그들 온 무리가 일어나서, 예수를 빌라도 앞으로 끌고 갔다.
2. 그들이 예수를 고발하여 말하기를 "우리가 보니, 이 사람은 우리 민족을 오도하고, 황제에게 세금 바치는 것을 반대하고, 자칭 그리스도 곧 왕이라고 하였습니다."
3. 그래서 빌라도가 예수께 물었다. "당신이 유대인의 왕이오?" 예수께서 빌라도에게 대답하셨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고 있소."
4. 빌라도가 대제사장들과 무리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보니 이 사람에게는 아무 죄도 없소."
5. 그러나 그들은 이렇게 주장하였다. "그 사람은 갈릴리에서 시작해서 여기에 이르기까지, 온 유대를 누비면서 가르치며 백성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6. 빌라도가 이 말을 듣고서 물었다. "이 사람이 갈릴리 사람이오?"
7. 그는 예수가 헤롯의 관할에 속한 것을 알고서, 예수를 헤롯에게 보냈는데, 마침 그 때에 헤롯이 예루살렘에 있었다.
8. 헤롯은 예수를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는 예수의 소문을 들었으므로, 오래 전부터 예수를 보고자 하였고, 또 그는 예수가 어떤 기적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싶어하였다.
9. 그래서 그는 예수께 여러 말로 물어 보았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10. 그런데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이 곁에 서 있다가, 예수를 맹렬하게 고발하였다.
11. 헤롯은 자기 호위병들과 함께 예수를 모욕하고 조롱하였다. 그런 다음에, 예수에게 화려한 옷을 입혀서 빌라도에게 도로 보냈다.
12. 헤롯과 빌라도가 전에는 서로 원수였으나, 바로 그 날에 서로 친구가 되었다.
13. 빌라도는 대제사장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을 불러모아 놓고서,
14.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 사람이 백성을 오도한다고 하여 내게로 끌고 왔으나, 보다시피, 내가 그대들 앞에서 친히 신문하여 보았지만, 그대들이 고발한 것과 같은 죄목은 아무것도 이 사람에게서 찾지 못하였소.
15. 헤롯도 또한 그것을 찾지 못하고, 그를 우리에게 돌려보낸 것이오. 이 사람은 사형을 받을 만한 일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소.
16. 그러므로 나는 이 사람을 매질이나 하고, 놓아주겠소."
17. (없음)
18. 그러나 그들이 일제히 소리 질러 말하였다. "이 자를 없애고, 바라바를 우리에게 놓아주시오." -19. 바라바는, 그 성 안에서 일어난 폭동과 살인 때문에 감옥에 갇힌 사람이다.-
20. 빌라도는 예수를 놓아주고자 하여, 다시 그들에게 말하였다.
21. 그러나 그들이 외쳤다. "그 자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22. 빌라도가 세 번째 그들에게 말하였다.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나쁜 일을 하였단 말이오? 나는 그에게서 사형에 처할 아무런 죄를 찾지 못하였소. 그러므로 나는 그를 매질이나 해서 놓아줄까 하오."
23. 그러나 그들은 마구 우기면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큰 소리로 요구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소리가 이겼다.
24. 마침내 빌라도는 그들의 요구대로 하기로 결정하였다.
25. 그래서 그는 폭동과 살인 때문에 감옥에 갇힌 자는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놓아주고, 예수는 그들의 뜻대로 하게 넘겨주었다.
26. 그들이 예수를 끌고 가다가, 들에서 오는 시몬이라는 한 구레네 사람을 붙들어서, 그에게 십자가를 지우고, 예수의 뒤를 따라가게 하였다.
27. 백성들과 여자들이 큰 무리를 이루어서 예수를 따라 가고 있었는데, 여자들은 예수를 생각하여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다.
28. 예수께서 여자들을 돌아다보시고 말씀하셨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두고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두고 울어라.
29. 보아라, '아이를 배지 못하는 여자와, 아이를 낳아 보지 못한 태와, 젖을 먹여 보지 못한 가슴이 복되다' 하고 사람들이 말할 날이 올 것이다.
30. 그 때에, 사람들이 산에다 대고 '우리 위에 무너져 내려라' 하며, 언덕에다 대고 '우리를 덮어 버려라' 하고 말할 것이다.
31. 나무가 푸른 계절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하거든, 하물며 나무가 마른 계절에야 무슨 일이 벌어지겠느냐?"
32. 다른 죄수 두 사람도 예수와 함께 처형장으로 끌려갔다.
33. 그들은 해골이라 하는 곳에 이르러서, 거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달고, 그 죄수들도 그렇게 하였는데, 한 사람은 그의 오른쪽에, 한 사람은 그의 왼쪽에 달았다.
34. [그 때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제비를 뽑아서,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졌다.
35. 백성은 서서 바라보고 있었고, 지도자들은 비웃으며 말하였다. "이 자가 남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그가 택하심을 받은 분이라면, 자기나 구원하라지."
36. 병정들도 예수를 조롱하였는데, 그들은 가까이 가서, 그에게 신 포도주를 들이대면서,
37. 말하였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라면, 너나 구원하여 보아라."
38. 예수의 머리 위에는 "이는 유대인의 왕이다" 이렇게 쓴 죄패가 붙어 있었다.
39. 예수와 함께 달려 있는 죄수 가운데 하나도 그를 모독하며 말하였다. "너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여라."
40. 그러나 다른 하나는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똑같은 처형을 받고 있는 주제에, 너는 하나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41. 우리야 우리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에 마땅한 벌을 받고 있으니 당연하지만, 이분은 아무것도 잘못한 일이 없다." 그리고 나서 그는 예수께 말하였다.
42. "예수님, 주님이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에,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
43.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44. 어느덧 낮 열두 시쯤 되었는데, 어둠이 온 땅을 덮어서,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45. 해는 빛을 잃고, 성전의 휘장은 한가운데가 찢어졌다.
46.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부르짖어 말씀하셨다.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이 말씀을 하시고, 그는 숨을 거두셨다.
47. 그런데 백부장은 그 일어난 일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말하였다. "이 사람은 참으로 의로운 사람이었다."
48. 구경하러 모여든 무리도 그 일어난 일을 보고, 모두 가슴을 치면서 돌아갔다.
49. 예수를 아는 사람들과 갈릴리에서부터 예수를 따라다닌 여자들은, 다 멀찍이 서서 이 일을 지켜보았다.
50. 요셉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공의회 의원이고, 착하고 의로운 사람이었다.
51. -이 사람은 의회의 결정과 처사에 찬성하지 않았다.- 그는 유대 사람의 고을 아리마대 출신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52. 이 사람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어 달라고 청하였다.
53. 그는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려서, 삼베로 싼 다음에, 바위를 파서 만든 무덤에다가 모셨다. 그 무덤은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것이었다.
54. 그 날은 준비일이고, 안식일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55. 갈릴리에서부터 예수를 따라다닌 여자들이 뒤따라가서, 그 무덤을 보고, 또 그의 시신이 어떻게 안장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56. 그리고 그들은 집에 돌아가서, 향료와 향유를 마련하였다. 여인들은 계명대로 안식일에 쉬었다.
[구약본문]
* 이사야 50장 4, 5, 6, 7절을 읽으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원숭이∼백두산’구조입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에서 시작해서, ‘높으면 백두산’으로 끝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조 말입니다.
“학자처럼 말할 수 있게”에서 “학자처럼 알아듣게”로, 이어서 “내 귀를 열어주셨으므로”에서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로, “등을 맡겼고”에서 “나를 모욕하여도”로, “그들이 나를 모욕하여도”에서 등등...
** 구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반복해서 나오는 ‘모욕’이었습니다.
‘모욕’을 묵상하며, 히브리서 2:17-18절과 4:15, 10:32-36절 말씀들이 떠올랐습니다.
(히브 2:17-18) 17.그러므로 그는 모든 점에서 형제자매들과 같아지셔야만 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하나님 앞에서 자비롭고 성실한 대제사장이 되심으로써, 백성의 죄를 대신 갚으시기 위한 것입니다. 18.그는 몸소 시험을 받아서 고난을 당하셨으므로, 시험을 받는 사람들을 도우실 수 있습니다.
(히브 4:15) 우리의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는 모든 점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험을 받으셨지만, 죄는 없으십니다.
(히브 10:32-36) 32. 여러분은 빛을 받은 뒤에, 고난의 싸움을 많이 견디어 낸 그 처음 시절을 되새기십시오. 33. 여러분은 때로는 모욕과 환난을 당하여, 구경거리가 되기도 하고, 그런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친구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34. 여러분은 감옥에 갇힌 사람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었고, 또한 자기 소유를 빼앗기는 일이 있어도, 그보다 더 좋고 더 영구한 재산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그런 일을 기쁘게 당하였습니다. 35. 그러므로 여러분의 확신을 버리지 마십시오. 그 확신에는 큰 상이 붙어 있습니다. 36. 여러분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서, 그 약속해 주신 것을 받으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
*** 그리고 “모욕”과 상반되는 개념인, 8절의 “나를 의롭다 하신”과 9절의 “그 누가 나에게 죄가 있다 하겠는가?”가 복음서와 관련하게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시편본문]
밤 기도회 때 시편을 읽고 느낀 점을 나눌 때, 복음서의 베드로와 가룟 유다의 심정이 느껴진다는 이도 있었고, 예수님의 심정이 느껴진다는 이도 있었습니다. 특히 13절을 읽으며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13. 많은 사람이 나를 비난하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사방에서 협박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나를 대적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내 생명을 빼앗으려고 음모를 꾸밉니다.
[서신서본문]
난하주를 보니, 5절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마음”은 “태도”라고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즉, “여러분은 이런 태도를 가지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께서 보여주신 태도입니다.”
그래서 오늘 서신서의 알맹이는, 7절,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로 보았습니다. 여기서 ‘종의 모습’은, 복음서 본문 누가 22:27절의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있다.”로 이어집니다.
[복음서 본문]
고난주일 본문은 매년 상당히 깁니다. 그리고 매우 깊이 읽을 곳이 많습니다. 이번에는 간단하게 두 가지만 붙잡고 묵상했습니다.
* 하나는, 22장 앞부분인 유월절 식탁 장면입니다.
“내가 고난당하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유월절 음식을 먹기를 참으로 간절히 바랐다.” (15절)
이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참으로 간절히” 이렇게 강조하시는 주님의 마음이 조금 느껴졌습니다.
식탁대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 두 가지만 뽑으라면,
하나는, 19절의,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입니다.
저는 이 본문을 읽을 때마다, 성찬식을 통하여 주님의 몸을 먹으며 주님을 기억하길 원하시는 마음과 더불어, 주님의 몸을 먹여서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주님을 기억하게 하길 원하시는 주님의 심정도 느껴집니다. 좀 급한 생각인지 몰라도, 세례받지 못한 교회 바깥 사람들을 위해서는 먼저 내 몸을, 내가 가진 오병이어 도시락을 먹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만일 우리가 매주 이를 생활화할 수만 있다면, 매주일 성찬예배의 신비는 더욱 생생해질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성찬정신’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이야말로, ‘말씀기억력’의 알맹이중의 알맹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는 이 19절 말씀에서 다시 한 번 가장 중요한 ‘예배준비’요 동시에 ‘예배완성’인 ‘성찬정신 생활화’의 중요성을 느낍니다.
식탁대화 다른 하나는, 밥상머리에서 다투는(24절) 철없는 제자들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27절)
(마치 오늘 교회의 모습을 거울로 보는 것만 같습니다. 코앞에 둔 내 십자가는 잊어버리고 서로 누가 가장 큰 사람인가에만 마음이 가 있습니다. 지금 괴로우신 우리 주님의 마음에는 아무 관심도 없고, 오직 내가 장로 되고, 목사 되고, 총회장, 감독되는 일에만 관심이 큽니다.)
누가 더 높으냐? 밥상에 앉은 사람이냐, 시중드는 사람이냐? 밥상에 앉은 사람이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새번역 성경의 번역이 좀 이상합니다. “시중드는 사람이냐?”와 “섬기는 사람으로”의 차이 때문입니다. 다른 성경들은 이 두 구문이 같습니다. 그래야 운율도 맞고, 느낌도 정확합니다. 표준새번역은 둘 다 ‘시중드는 사람’으로, 개역개정은, 둘 다 ‘섬기는 자’로, 공동번역은, 둘 다 ‘심부름하는 사람’으로 번역했습니다. 헬라어 성경에도 둘 다, ‘ό διακνϖν’이라 되어 있습니다.(컴퓨터에 딱 맡는 철자가 안보이네요..)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음식 시중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하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집사(디아코노스)가 나왔습니다. 교회에서 집사라는 직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의 예수님 말씀을 읽으면서, 교회는 남녀노소, 목사까지 누구나 집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대목에서 누가 12:37절 말씀이 떠오릅니다.
주인이 와서 종들이 깨어 있는 것을 보면, 그 종들은 복이 있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이 허리를 동이고, 그들을 식탁에 앉히고, 곁에 와서 시중들 것이다.
주인께서 돌아왔을 때, 깨어 있는 종들, 즉 내 오병이어를 아낌없이 바치며 청지기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 종들이 사랑스러워서, 그 배고픈 종들을 위해 친히 음식시중 드는 사람이 되는 장면입니다. 집사의 모범을 보이시는 주님!
** 이번 고난주일 본문 가운데서 또 하나의 알맹이는, “모욕”과 “기적”입니다. 특히 오늘 구약본문과 연계하여, “모욕”이라는 단어가 눈에 많이 띕니다. 모욕하고(22:63, 65, 23:11), 조롱하고(23:11, 36), 모독합니다.(23:39) 그런 가운데 모욕당하고 있는 예수님께, 이런저런 목적으로 ‘기적’을 보여달라고 합니다.(헤롯23:8, 지도자들23:35, 병정들23:37, 죄수23:39 등)
그리고 어디선가 읽었는데, 가룟유다의 배신 역시 사실은, 스승께서 자꾸 죽으시겠다는 말씀일랑 이제 그만 접으시고 유월절 찬스를 놓치지 말고 속히 봉기를 일으키시도록 자극하는 극약처방을 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상상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아무런 기적을 행하지 않으십니다. 그런 모욕을 당하면서도 결코 기적을 일으키지 않으십니다. 단, 딱 한 차례, 대제사장 종의 잘라진 귀를 고쳐주셨을 뿐입니다. 역시 주님이십니다. 아무튼 저는, 이 극심한 모욕과 고통 속에서도 아무리 억울해도, 순종을 위해, 언약을 지키기 위해, 사랑의 완성을 위해, 결코 기적을, 표적을 보이지 않으시는 주님의 그 크신 사랑의 완성을 봅니다. 동서고금에 이런 사랑, 이런 어마어마한 기적은 듣도보도 못했습니다.
모욕과 관련하여... 예수님께서 결코 죄 없으시다는 사실은 세 사람의 입을 통해 증언되고 있습니다. 모두 의외의 사람들입니다. 바로 빌라도와, 강도와(23:41), 백부장(23:47)입니다.
[말씀동화] 로보트 태권브이보다 힘센 예수님이 왜 체포되신 걸까?
“날아라 날아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
오늘도 혼자서 놀고 있네요. 영구는 혼자서도 잘 놀아요. 영구에겐 로보트 태권브이 장난감이 가장 가까운 벗이죠. 그리고 가장 아끼는 벗이고요. 왜냐하면 아빠가 사주신 마지막 선물이거든요. 영구 아빠는 지금 하늘나라에 계세요. 그래서 영구는 아빠가 그리울 때면 늘 하늘을 보죠.
‘내가 만약 로보트 태권브이라면, 까마득한 저 하늘나라에 금세 올라가서 우리 아빠 만날 수 있을텐데...’
영구는 아빠가 늘 그리워요. 아빠만 곁에 계셨어도 학교 친구들이 이렇게 나를 무시하고 따돌리지 않았을텐데... 이런 생각 때문이죠. 아이들이 나를 무시하고, 따돌리고, 심지어 내 머리를 쥐어박으며 깔깔거릴 때는, 내 장난감 태권브이가 진짜 로보트 태권브이가 되어서 저 망나니 같은 녀석들을 혼쭐내주는 상상을 하곤 한답니다.
오늘도 영구는 약속 시간이 아직 멀었는데도 일찌감치 집을 나섭니다. 로보트 태권브이를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 태권브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교회로 갑니다. 요새 부활절 말씀연극 연습하러 매일 교회에 가는 일이 영구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교회에 가면 늘 영구를 반겨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교회학교 선생님이 계시고, 학교친구들보다 훨씬 착하고 친절한 교회친구들이 있어서, 영구는 늘 주일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이번 주는 평일에도 매일 교회에 갈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교회에 도착하니, 오늘도 역시 선생님이 반겨주십니다.
“와, 우리 영구 벌써 왔네?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선생님을 어서 보고 싶어서요’ 이렇게 말씀드리려다가 쑥스러워서 그냥 꾸벅 인사드리며 웃기만 했습니다. 조금 있으니까 친구들도 하나 둘 모여듭니다. 하늘이도 오고 소현이랑 윤서도 왔습니다. 조금 있으니까 한샘이도 도착했습니다. 오늘도 성경읽기로 말씀연극 준비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벌써 며칠 동안 누가복음 22장부터 24장까지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말씀연극 대본을 짜고 있는 중입니다. 선생님께서 내주신 오늘 숙제는 예수님께서 수난 당하시는 누가복음 22장부터 23장까지를 읽어오는 것이었습니다. 한샘이가 먼저 시작합니다.
“선생님, 저는 어제 성경말씀 읽으면서 아주 속이 상했어요. 왜 사람들이 우리 예수님을 저렇게 못살게 구는 걸까요? 아무 죄도 없으신 예수님을 큰 죄인 취급하는 것도 속상한데, 게다가 예수님을 욕하고 희롱하고 때리고, 저렇게 모욕하는 건 정말이지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맞아요! 약한 사람 하나를 저렇게 여럿이 괴롭히는 건 정말 못된 짓이에요! 저런 못된 망나니들은 우리 로보트 태권브이로 싹 쓸어버려야 해요. 레이저포도 더 쎈 걸로 바꾸고 무시무시한 아이템들도 달아야겠어요.”
영구가 흥분해서 말했어요. 영구의 말이 재미있어서 모두 깔깔 웃었어요. 영구는 으쓱해졌죠. 바로 그 때 소현이가 말했어요.
“그런데요 선생님, 뭔가 좀 이상해요. 예수님이 약한 사람인가요? 제가 알기에 우리 예수님은 굉장히 강한 분이신데, 큰 풍랑도 잠잠하게 하시고, 큰 귀신들도 물리치시고, 죽은 사람도 살려내시고,,, 그렇게 힘이 센 분이신데... 왜 예수님이 갑자기 저렇게 약해지신걸까요?”
“맞아요 선생님, 다들 예수님을 모욕하고 가짜, 거짓말쟁이라고 조롱하면서 진짜라면 기적을 일으켜보라고 놀리는데, 왜 예수님은 한 번도 기적을 보여주지 않으신 거죠? 나 같았으면 기적을 보여달라고 제일먼저 희롱하던 헤롯왕 앞에서 무시무시한 사자로 변신해서 그냥 꿀꺽 삼켜버렸을텐데!”
하늘이도 잔뜩 흥분해서 씩씩거리며 질문했어요. 드디어 선생님께서 활짝 웃으시며 말씀하셨어요.
“친구들 멋지다! 너희 정말 숙제 열심히 해왔구나? 성경말씀을 제대로 읽어왔네. 정말 중요한 것을 찾아냈어! 아무 죄 없으신 예수님께서 왜 저렇게 죄인 취급을 받게 되신 걸까? 그리고 왜 저렇게까지 심하게 모욕을 받으시는 것일까? 그리고 저런 심한 모욕을 받으시면서도 왜 한마디 변명이나 대꾸도 안하시고, 왜 기적을 일으켜서 저 무례한 사람들을 따끔하게 야단치지 않으신 것일까? 이게 이번 우리 말씀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란다. 오늘 집에 가서 바로 이걸 곰곰이 생각하면서 그 답을 찾아보거라. 하나님께 기도드리며 여쭤보는 것도 잊지 말고!”
바로 그 때였어요. 조용히 듣기만 하던 윤서가 드디어 입을 열었어요. 그러자 모두 조용해졌어요. 윤서는 항상 조용히 있다가 큼지막한 질문을 잘하곤 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요 선생님, 예수님이 한 번도 기적을 일으키지 않으신 게 아니라, 딱 한 번 기적을 보여주셨어요. 귀가 잘라져서 아픈 사람의 귀를 고쳐주신 것 말예요. 제 생각에는 예수님이 그 잘라져 나간 피투성이 귀를 얼른 주워서 아파서 쩔쩔매는 그 사람의 상처에 갖다 붙이시려고 그 아픈 귀를 어루만져주실 때, 그 아픈 사람의 마음도 굉장히 많이 위로받았을 것 같아요.”
역시 윤서는 예리했어요. 그리고 선생님께서도 활짝 웃으시면서 말씀해주셨어요.
“그래 역시 우리 윤서가 제대로 봤구나.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보물찾기 하듯이 아주 중요한 걸 찾아냈다. 우리 예수님은 큰 뜻이 있어서 십자가를 지시기까지 절대로 슈퍼파워 같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으시려고 했는데, 딱 한 번 귀가 잘린 사람을 고쳐주신 것이지. 왜 그러셨을까?”
“선생님, 제 생각에는요, 우리 예수님은 사랑이 많은 분이셔서 그러셨을 것 같아요. 사랑덩어리시잖아요. 그래서 아픈 사람 보고는 그냥 지나치시지 못하시잖아요.”
영구가 시원시원하게 말했어요. 이어서 소현이가 또 중요한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귀를 고침 받은 사람이 예수님의 제자도 아니고 벗도 아니고, 바로 예수님을 잡으려고 칼과 몽둥이를 들고 온 대제사장의 종들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이예요.”
소현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샘이가 두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어요.
“선생님, 이번 말씀연극 등장인물 중에 귀가 잘렸다가 고침 받은 이 대제사장의 종을 꼭 넣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종이 종들 가운데서도 가장 어리버리한 스타일이면 어떨까요? 그래서 어정쩡하게 있다가 멍청하게 귀도 잘리고, 그리고 예수님의 그 사랑 가득한 은총을 받는 순간 예수님의 사람이 되는 거예요. 예수님 사랑에 사로잡힌 거죠. 그리고 예수님이 대제사장네 집 뜰에 잡혀 오셔서 두드려 맞고 온갖 모욕을 받으실 때, 얼른 뛰어나가서 지켜드리고 싶었지만, 동료들한테 왕따 당할 것이 두려워서 그냥 뒤에서 몹시 괴로워하는 인물로 그리면 좋겠어요. 그보다 먼저 예수님을 부인하고 괴로워하던 베드로에 이어서, 어쩌면 더 괴로워하는 두 번째 숨은 인물이 되는 거죠. 그리고 모욕을 다 당하시고 지치셨을 때 용기를 내어 남몰래 예수님께 다가가서 물 한잔 먹여드리고, 얼굴에 묻은 가래침과 땀을 닦아드리는 장면을 넣으면 더 좋겠어요. 예수님이 자기 귀를 어루만지시며 흐르는 피를 닦아주셨던 것처럼 말이죠.”
모두들 “와∼”하고 감탄했어요. 선생님이 박수를 치시자 모두 함께 박수를 쳤어요. 한샘이는 얼굴이 발그레해졌어요. 그러자 영구의 눈빛이 반짝였어요. 한샘이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 어리버리한 종의 심정이 영구의 마음 속 깊이 와 닿았던 거예요. 특히 동료들에게 왕따 당할 것이 두려워서 얼른 달려 나가 예수님을 보호해드리지 못해 쩔쩔매는 대목에서는 영구의 가슴도 조마조마할 정도였어요. 그리고 남들 눈에 띌지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마침내 목마르신 예수님께 물을 먹여드리고 흐르는 땀과 얼굴에 묻은 오물을 닦아드리는 그 종의 용기가 부러웠어요. 왕따 당하시는 예수님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 종의 마음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고, 영구는 생각했어요. 그리고 굳게 마음먹고 손을 번쩍 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어요.
“선생님, 이번 말씀연극에서 귀 잘렸던 종의 역할을 제가 꼭 하고 싶어요!”
창밖에 저녁노을이 발그레 물들어가고 있어요. 영구의 얼굴빛도 발그레하네요. 말씀연극을 준비하는 동안 영구는 제 마음 속에 용기가 가득해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하늘나라에 계실 아빠도 나를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더 좋아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