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식당 2023.12.14. 출근길에
12월은 바쁘다. 참 바쁘다. 12월의 31일 날 중 저녁 약속이 된 날을 하루씩 지우고 나니, 지워지지 않은 날이 가뭄에 콩 나듯이 며칠뿐이다. 내 일생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나 보다.
다행이다. 이번 주는 토요일이 정기산행이라 이틀간 휴전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산에 올라야 한다. 부득이한 임원 라운딩이 아니고서는 이 원칙은 잘 지키고 있다.
어제는 성수동에 있는 행복한 식당에서 맛있는 삼겹살로 저녁을 먹었다. 이곳은 얼굴에 늘 행복한 미소를 짓는 고향 아주머니와 더 순박해 보이는 예산 아저씨 사장님도 좋다. 허름한 공장 밥집이 젊은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유명한 맛집이 되었다. 오후 5시 반만 되면 넓지 않은 식당이 2, 30대 청년들로 가득해진다. 생삼겹살을 철판에 구워 먹으며 와글와글 이야기를 나누면 오뉴월 밤의 물 댄 논의 개구리 합창 같다. 그래서 정답다.
어제는 전화로 예약을 했다. 내가 누구라고 하니 반갑게 알아주시며 여섯 명 자리를 준비해 주셨다. 회사 업무로 만난 사람들과 일 년의 고마움을 나누는 자리였다. 처음에 식당 앞까지는 왜 이런 곳에 오나 의아해하다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다들 깜짝 놀란다. 5시 반이 채 안 되었는데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 그것도 자리마다 보기만 해도 예쁜 선남선녀의 청년들로 가득하다. 노릇노릇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잔도 부딪히고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제는 행복한 식당에 가며 달력과 다이어리를 챙겨서 갔다. 아주머니는 손 없는 날이 커다랗게 표시된 달력에 웃음꽃이 활짝 펴진다. 온화한 얼굴만큼이나 마음도 순박하고 따뜻한 분이다. 충청도 부여의 고향 냄새가 가득하고 정겹다. 순박한 상호만큼이나 아주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행복한 식당’이다.
나는 어디에 한 번 꽂히면 거기에 붙박이다. 행복한 식당은 최고의 맛집이다. 이제는 환승하는 신당역이다. 오늘도 행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