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순례 나는 직장 동료와 함께 동해안 오백리 길을 엠티비 자전거로 둘러보기로 했다.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울진으로 떠났다. 원래는 속초까지 가서 내려오면서 동해안을 탐방할 예정이었으나 비 때문에 대폭 수정했다. 출발에 앞서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국도를 피하고 최대한 해안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경주하듯 얼마나 달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안선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즐기자는 것이었다. 주행은 오전 세 시간, 오후 네 시간으로 사이사이에 충분한 휴식을 한다는 것이었다. 구십 퍼센트 이상 해안도로를 이용한 데는 ‘S폰 내비게이션’의 도움이 컸다. 울진의 ‘친환경농업박람회장’ 주변과 해안가를 적당하게 행렬을 이루면서 달렸다. 일행은 작렬하는 뜨거운 열기는 아스팔트를 녹일 듯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무작정 자연에 동화되었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기분에 도취하여 바다에 뛰어들 기세였다. 겨우 마음을 진정하여 읍내를 벗어나 해변도로를 달렸다. 망향정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0CFB414E41FA490C) ![](https://t1.daumcdn.net/cfile/cafe/1365563E4E41FA7921)
‘망향정’을 찾았다. 관동팔경의 하나로 정자에서 내려 본 바다의 정경이 일품이었다. 정자에는 ‘관동제일루’라는 숙종의 친필 편액이 걸려 있었다. 피서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한가로이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기념사진을 담고는 곧장 떠나 한참을 내려왔다. 한참을 달렸더니 월송정 초입에 이르렀다. ‘월송정’은 관동팔경의 가장 남쪽에 있다. 송림이 길게 우거진 길을 따라갔다. 송림의 그늘이 내 얼굴의 땀을 훔쳐가 버렸다. 정자에 오르니 한눈에 송림과 명사십리의 바다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숲 속에는 가족 피서객이 여기저기서 더위를 식히며 준비해온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정자에서 내려와 자전거에 몸을 실어 한 시간 이상 질주했다. 열광하던 태양도 서쪽 하늘에 걸려 있었다. 오늘의 일정을 마감할 시간이 다가왔다. 이곳저곳 몇 곳을 둘러본 후에 바닷가 ‘백석’마을의 어느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다. 여러 대의 자전거를 보관해야 하므로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회와 소주로 피로를 풀었다. 피곤했지만 방파제를 한 바퀴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큰방 하나에 사내 네 명이 누웠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 밖으로 나갔다. 마침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한 점의 빛이 보였다. 점점 커지더니 수평선 위로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재빠르게 솟아올랐다. 오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같았다. 마침 정박한 어선에서는 여러 사람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배에서는 멍게를 채취해 와서 분리하느라고 분주했다.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불끈 힘이 솟아오르는 듯했다. 돌아오니 일행은 아직 꿈나라였다. 깨워서 짐을 챙겨 서둘러 떠났다. 저 멀리 칠보산 자락에 지난날 학생을 인솔했던 수련원이 보였다. 이제 가고 있는 지점을 가늠할 수 있었다. 바닷길을 한 참을 달렸더니 ‘고래불’ 해수욕장이 나타났다. 아직 아침이라 한산했지만, 간혹 텐트에서 나와 아침 준비를 하는 풍경도 볼 수 있었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대형 고래 모형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버티고 있었다. 그 앞에서 사진을 담고 곧장 그곳을 떠나 내려왔다. 오면서 보니까 송림 숲이 길게 펼쳐진 곳에 피서객의 텐트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또 전국의 스포츠 선수단의 하계 수련장이라는 현수막들이 눈에 띠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0345414E41FAF019) ![](https://t1.daumcdn.net/cfile/cafe/2049873F4E41FB1B27)
전에는 없었는데 다리를 건너니 대진 해수욕장이었다. 그대로 통과하여 왔는데 오르락내리락 길이 이어졌다. 저쪽 산 능선 위에 풍력기가 빙빙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오르막 직전에 쉼터가 있었다. 여기서 쉬어 가기로 했다. 바로 앞에는 낚시꾼이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우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까 이름 모를 고기가 낚싯바늘에 달려 올라왔다. 고기는 살기 위해 퍼덕퍼덕 몸부림치는 모습에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처럼 느껴져 안쓰러웠다. 긴 고갯길을 숨 막히게 페달을 밟으면서 올라왔다. 해맞이공원에 이르렀다. 위로는 자연 친화적 청정에너지원인 풍력 발전기가 하늘을 가르며 돌아가고 있었다. 아래로는 푸른 바다에 배들이 떠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 위로 한 무리의 갈매기가 우리의 갈 길을 재촉하듯 무리를 지어 날아가고 있었다. 한숨 돌리고 갈 길을 재촉했다. 해는 중천에서 열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어느덧 ‘강구 항’에 도착했다. 기력이 쇠진하여 더 이상 가기가 힘들었다. 마침 예쁜 여인이 손짓하는 횟집으로 들어갔다. 물 회와 함께 맥주 한 잔을 들이켰다. 이때의 마음은 욕심의 옷을 다 벗은 듯 맑고 개운했다. 에너지를 보충하여 떠났다. 해안길이 없어 국도의 갓길을 이용하여 왔다. 국도는 신경도 많이 쓰이고 더위도 심하고 재미도 없었다. 드디어 장사 해수욕장에 도달했다. 그런데 일행 중 자전거의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해수욕장에 들러 자전거의 튜브를 교체했다.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해수욕을 즐기는 인파가 많았다. 몸은 점점 지쳐갔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어 가는 길을 계속 이어 갔다. 이제 ‘월포’ 해수욕장에 다다랐다. 대원들 표정이 다들 지쳐 있었다. 해수욕장의 어느 음식점에 들러 콩국수를 먹었다. 힘들게 보였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자동차가 기름이 없으면 갈 수 없듯이 사람도 에너지는 제때에 보충해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기운을 얻어 해변도로를 따라 포항에 입성했다. ‘포항 공항’ 을 거쳐 영일 신항만 바닷길을 향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해는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얼마를 달렸든가 드디어 ‘포항 북부’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열 시간에 걸쳐 구십여 킬로미터를 달려왔다. 해수욕장 뒤편 어느 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샤워하고 휴식한 뒤에 해수욕장 앞의 조개구이 집에 갔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겨우 헤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배도 고팠지만 조개구이 맛이 일품이었다. 이 집에 왜 손님이 북적되는지 생각해 보니까 맛과 친절이 아닌가 싶었다. 마지막 밤을 추억에 담을 양 바닷가로 갔다. 한 엄마와 아들은 경쟁하듯 하늘을 향해 폭죽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 우리도 폭죽을 사서 마치 어린 소년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하늘을 향해 터트렸다. 하늘을 향한 폭죽은 밤하늘의 수를 놓은 별빛처럼 빛났다. 그 빛 속에 하루의 피로도 함께 흩어지는 것 같았다. 다음날 짐을 챙겨 ‘호미곶’을 향했다. ‘포스코’를 지나 ‘해병사령부’를 통과했다. ‘도구’ 해수욕장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이 해안도로는 오르막내리막의 연속이었다. 언젠가 ‘호미곶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달렸던 그 길이었다. 힘은 들었지만 평탄한 길보다 재미가 있었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굴곡의 삶이 더 보람되고 값진 것처럼… ![](https://t1.daumcdn.net/cfile/cafe/121FC93D4E41FC1B36) ![](https://t1.daumcdn.net/cfile/cafe/201106424E41FC401E)
(가운데가 필자임)
호미곶에서 점심을 먹고 종착지인 ‘구룡포’로 향했다. 덥고 힘들고 살갗은 빨갛게 화상을 입은 듯했지만 마지막 여력을 쏟아 부어 구룡포에 왔다. 대원들은 기진맥진 지쳤지만,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웃음으로 격려했다. 팥빙수 한 그릇에 여독이 함께 녹아 목구멍을 타고 흘렀다. 내 몸을 타고 흐른 여독은 온몸을 덮쳤지만 오백리 길 순례의 꿈을 이룬 기분은 허공에 너울거렸다. |
첫댓글 회원님들 무더운 여름 잘 지시죠? 저는 5월에 가입한 새네기입니다. 저는 이열치열로 동해안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창간호 준비하시는 간부님들 수고 많습니다.
동해안 자전거 여행, 멋지십니다. 부럽네요....
민선생님과 친구분들의 열정이 놀랍고 부럽습니다. 이 더위에, 그 먼 거리를 .....
좋은 내용 올려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잘 봅니다.
정말 멋진 모습입니다. 여행도 멋있고, 사진도 멋있고, 여행기 글도 멋있습니다. 생각이 있어도 이렇게 실행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친구가 있고, 시간이 있고, 무엇보다도 열정적으로 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니 말입니다. 저도 행사 행운권추첨에서 받은 자전거 한 대 있는데 자주 타지 못합니다. 열심히 연습하여 동해안이 아니라 금호강변 답사라도 한번 해야겠습니다.
더운 날씨에 참으로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