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2013년 롯데 자이언츠 프리뷰 (下) - By 예흐트

[狂갈매기]

(上편에서 계속)

2.작년만큼,작년처럼,혹은 작년보다?

2012시즌은 모처럼 투수진이 먹여 살린 한 해였다. 그리고 그 역할은 올 시즌도 크게 달라질 거 같지는 않다.

그나마 보강이 된 부분을 들자면 역시 선발진일 것이다.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온 김승회는 확실히 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그의 기대치를 4,5선발 정도로 본다면 상당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동계훈련과 스캠을 통해 들려온 이재곤의 부활피칭도 반가운 소식이다. 거기에 작년 죽을 쒔던 고원준은 넥센 시절 은사들인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를 다시 만났다. 진명호도 호시탐탐 선발 한 자리를 노리고 있고 3년전 활약이 좋았던 김수완도 절치부심중이다. 이용훈의 부상이탈은 안타깝지만 롯데는 올해 선발로서 테스트해볼 수 있는 카드들이 다양한 편이다. 

여기에 부상으로 조기퇴출당한 리치몬드 대신 과거 엘지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크리스 옥스프링이 합류했다. 너클볼이 인상적이었던 이 호주출신 우완투수는 이번 wbc에서도 호주 대표로 활약했으며,바로 그 부분이 급하게 합류할 전력을 찾던 롯데 자이언츠 프런트의 눈도장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그는 롯데에서 3선발의 역할을 맡을 것이다. 결국 남은 두 자리를 놓고 나머지 투수들이 자리 경쟁을 하는 형국으로 시즌이 시작되었다.

사실 좋게 보자면 한도 없이 좋게 볼 수도 있는 선발진이다. 진명호를 제외한 전원이 1군무대 선발 풀타임 경험이 있다는 부분도 긍정적이고,이들 중 몇 명을 불펜으로 돌렸을때 불펜진에 큰 힘이 될 만한 투수들도 여럿 있다(가장 럭셔리한 상황은 김승회를 패전처리로 쓰는 것이다). 아주 위력적인 선발진이라고 보기는 좀 힘들수도 있으나 적당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5선발을 꾸리기에는 충분한 전력이다. 어차피 지난 시즌부터 불펜의 높이가 크게 높아졌기에 과거처럼 선발투수들에게 막대한 이닝 부담이 지워진 것도 아니다. 완투완봉을 기대하는거 보다 퀄리티 스타트 선에서 경기를 끊어 줄 재목들이 다수 존재한다는건 한 시즌 전체를 놓고 봤을때 분명 팀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반대로 나쁘게 살펴보면 어떤 식으로 해석이 될까.

유먼은 2012시즌을 과연 재현할 수 있을까? 단적으로 말해서 필자는 조금 회의적이다. 물론 워낙 지난시즌에 거둔 성적이 뛰어나기에 그 이상을 바란다면 욕심인 이유도 있고,전체적으로 현재 유먼의 컨디션 자체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팀들도 이제는 어느정도 유먼에게 적응한 부분이 있을 것이기에,작년처럼 대책없이 배짱투구로만 일관하다가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분명한 것은 유먼이 작년만 못하다면 롯데는 상당히 험난한 시즌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점이 우려스렵다.

송승준의 경우는 '언제나처럼' 평균적인 활약을 해줄 것이다. 폭망도 몬스터도 아닌 딱 기대치 정도의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발투수다. 그의 가치는 한 경기 한 경기 투구로만 평가할 수는 없으며,일단은 작년처럼 부상에 시달리지 않고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주는게 최소한의 역할이고,송승준은 지난 몇년 간 롯데 투수들 중 그것을 가장 잘 지켜낸 선수다. 아직 노쇠화가 오기는 이른 나이이기에 여전히 기둥 선발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올해도 타선의 지원을 그다지 받지는 못할 거 같은 예감이 든다는게 비극이다.

옥스프링의 합류는 분명 시즌 초반 팀에 활력소가 될 것이다. 적어도 4월에 한정한다면 사도스키보다는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문제는 여름 이후인데,이 선수의 나이와 wbc 여파로 일찍 몸이 만들어졌다는 점,그리고 호주리그 자체가 겨울에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즌 끝까지 버틸 것이라는 기대가 그다지 들지 않는다. 물론 김시진 감독은 양승호 감독이 코리를 굴렸듯이 그렇게 옥스프링을 기용하지는 않겠지만,체력적인 부분이 언젠가 반드시 그의 발목을 잡을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마도 코칭 스태프는 조정훈의 합류 시점을 옥스프링의 힘이 떨어지는 시기에 맞출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머지 투수들은 솔직히 미지수다. 김승회 고원준 정도를 제외한다면 작년보다 잘할 거라는 예상을 하기가 좀 힘들다. 물론 이재곤 김수완 이런 선수들은 워낙 작년이 최악이었기에 그거보다는 잘할 지도 모르지만,그렇다고 그 레벨이 1군에서 붙박이 선발로 로테이션 돌릴 정도가 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은 유먼-송승준-옥스프링-김승회-고원준의 5인 체제가 가장 무난하고 또한 확률높은 선발진이다. 어쨌든 김시진 감독 역시 롯데 부임 첫 시즌이기에 아직은 선수 파악이 잘 되어있지 않을 것이고,시즌을 통해 겪으면서 차차 데이터가 쌓이며 투수진을 완성시킬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선발진에 무게를 두는 타입이기 때문에 선발 자체는 작년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국내 투수들보다는 유먼과 옥스프링이 상대적으로 걱정이 된다. 물론 이유는 두 선수가 다르지만. 그 둘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가 올 시즌 롯데 선발진 전체의 높이를 결정지을 것이다.

선발에 비해 불펜은 상대적으로 변수가 적은 편이다. 일단 전력의 공백이 없고(이승호가 nc로 이적한 걸 공백이라고 표현하기는 힘들다), 줄부상이 없는 한 한번 완성된 불펜진의 무게감은 최소 2,3시즌 정도는 이어지는게 보편적이라고 보면 올해 롯데 불펜도 괜찮은 시즌을 보낼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역시 마무리 투수가 정대현으로 고정되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양승호 감독 역시 정대현이 작년시즌 초반부터 팀에 합류했다면 그에게 마무리를 맡겼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정대현이라는 불펜 투수가 가진 힘은 크다. 김사율 역시 작년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지만,좀 더 안정적인 선택을 하자면 마무리 정대현 쪽에 무게감이 실리는건 어쩔 수 없다. 몸이 건강한 정대현은 어떤 투수보다도 믿을 수 있다. 그리고 김사율 역시 셋업맨으로 활약하다가 언제든지 정대현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이기에 롯데는 작년보다 보다 안정적으로 뒷문단속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계투진 역시 유동적인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작년과 별 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성배,최대성,이명우를필두로 강영식과 진명호가 뒤를 받치는 형태로서 1군 전력이 꾸려질 것이다. 여기에 롱맨으로서 선발 후보군 중 몇 명이 합류할 수도 있고,김주찬의 보상선수로 롯데에 합류한 홍성민도 주목할 만한 투수다.  어떤 의미에서 불펜은 작년 이상으로 강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정대현을 시즌 초반부터 쓸 수 있다는 점이 나머지 불펜 투수들에게 주는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다. 덕분에 롯데는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세이브 기록을 세운 투수를 셋업으로 부리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도 '작년 잘했던 투수들이 올해도 잘한다는' 전제가 붙어야 한다. 걱정되는 부분은 지난 시즌 워낙 불펜투수들이 잦은 등판을 소화했기에 그 후유증이 많든 적든 나타날 수 밖에 없고,김시진 감독도 이 부분을 고려해서 선발진들을 최대한 길게 가져갈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더구나 이번 시즌은 비정규적으로 3일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간이 있기에,작년 이상으로 치열한 불펜싸움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지금 현재 롯데에서 가장 돋보이는 강점이 불펜이기에,이 부분을 시즌 끝까지 유지를 해야 4강 이상의 성적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작년보다 더 타선이 약화되었기에 상대적으로 투수진의 역할이 그만큼 더 커졌다. 단적으로 롯데는 '하던만큼만' 하면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투수진이다. 키 플레이어는 역시 유먼과 김성배일 것이며, 이 둘이 무너지지않고 잘 버텨준다면 약한 타력을 상쇄할 힘을 팀에게 가져다줄 것이다. 반대의 경우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 되겠지만.

3.김시진의 자이언츠는 과연 가을에 웃을 수 있을까

김시진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했던 대투수였다. 다만 아주 불행히도 당대에 최동원이라는 보다 더 괴물인 투수가 있었고,그 덕분에 삼성은 우승의 역사가 김응용 감독시절까지 흘러가지 않았어도 될법한 상황을 84년에 맞이할 수 없었다. 당시 삼성의 에이스는 김시진이었고, 그는 최동원 못지않은 역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시즌을 마무리해야했다.

은퇴 후 투수 코치로서 현대왕조를 건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막상 감독이 되자 4강행 티켓이 뚝 끊어져 버렸다. 물론 그것이 김시진 감독의 탓은 아니지만,상황 자체가 뭔가 이 사람을 '불운의 아이콘'처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기도 하고 찝찝하기도 하다(역시 아무 상관없지만 롯데는 김시진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핵심타자 2명이 팀을 떠났다).

그의 감독으로서의 능력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평가가 엇갈린다. 넥센의 팀 사정상 선수 육성에 치우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그 속에서의 김시진 감독의 역량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시즌 성적에 대해서도 '워낙 선수들을 자주 팔아치운' 프런트의 행동 탓에 면죄부를 씌워주는 팬들도 많다. 사실 현대말기-우리히어로즈-넥센히어로즈로 이어지는 과정은 감독이 제 기량을 온전히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중요한 것은 어쨌든 김시진 감독은 '감독으로서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감독이라는 점이다. 현재 롯데팬들의 눈높이는 '전력 따위야 어찌되었든' 거의 한국시리즈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정도로 높아져 있다. 로이스터와 양승호 역시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롯데 감독으로 부임해서 역사를 이루어낸 전적이 있기에,김시진 감독 역시 자신의 감독생활 처음으로 팀이 4강에 오르는 쾌거를 맛볼지도 모른다(그리고 그 가능성은 적어도 넥센 시절보다는 몇 배로 높아보인다). 그러나 거기에 그치는데 만족할 수 없는 팬들이 대부분이고,롯데의 현 전력은 작년 이상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가을야구 경험이 없는 감독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전임 로이스터 양승호 감독과 달리 김시진 감독은 '제대로 된' 사단을 데리고 왔다는 점이다. 오랜시절 손발 맞춰온 정민태 투수코치를 비롯,권영호 수석코치와 박흥식 타격코치는 김시진 감독의 좋은 조력자가 되어 줄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어느정도 구단이 감독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아마 김승회 홍성민의 보상선수 선택,장성호의 트레이드건 역시 이같은 프런트의 필사적인 노력의 발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감독에게 주어지는 힘이 크다는 것은 팀을 운영해나가는데 있어서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이 올 시즌에 국한하면 그렇게 좋은 효율을 낼거라고 기대하긴 힘들지만.

어찌보면 롯데의 2013 시즌은 김시진 감독에게 있어서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한계가 있었던 팀에서 4강 컨텐더 팀으로 옮겨왔고,자신에게 주워진 갖가지 지원들 역시 넥센 시절과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이것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는 결국 감독 본인의 몫이고,조력자들이 어느정도 갖춰졌으니 그 적응이 생각보다 빠를수도 있다.

김시진 감독은 92년 롯데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을 우승과 함께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롯데감독 첫번째 시즌에 우승에 도전한다. 감독 스스로도 팀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되어 미래를 더더욱 알 수 없게 하지만,롯데에서의 이 시즌이 감독 김시진으로서 진정한 평가의 무대가 될 것은 자명하다. 결국 감독은 우승으로 말해야 한다.

새로움이 예년 이상으로 묻어나오는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은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마무리될까. 더욱 더 거세어진 도전의 파도를 뜷고 당당히 한국시리즈 무대라는 항구에 도달하게 될 자이언츠의 2013 시즌을 기대해본다.

-fin- 

[화이팅롯데~!!]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장원준 선수는 어떻게 되나요??

[狂갈매기]

장원준선수는 바로 복귀해도 가을야구 복귀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