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과의 작별 2024년 4월 24일 출근길에
우~두두둑 비가 내린다. 마치 여름 장맛비처럼 세차게 내리고 있다. 초가집 처마 끝에 흐르는 낙수같이 빗방울이 우산에 요란하게 떨어지며 빗물이 흘러내린다.
많은 꽃이 지었거나 지고 있다. 매화가 피었다가 지고, 살구 복숭아꽃이 피고 또 졌다. 노란 개나리와 분홍빛 진달래도 피었다가 졌다. 선홍색과 분홍색 그리고 하얀색 영산홍이 피었다가 이제 지고 있다.
형광색 계단 중간에 있는 허리 굽은 영산홍도 어여쁜 짙은 핑크색 꽃을 피웠고 오늘은 잎 반 꽃 반이었다. 수줍은 여인이 발라 놓은 립스틱처럼 예쁘다고 했던 아파트 단지의 친구이다.
'꽃이 지고 나니 잎이 보이듯이'라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 제목이 생각이 났다. 길가의 나무는 대다수가 꽃잎이 지고 잎이 났다. 아직은 여섯 살 아이처럼 순수하고 맑은 연한 녹색의 잎이 났다. 너무 싱그럽고 예쁜 연록이다.
며칠 전에 다녀 왔던 완주의 모악산에서도 연한 녹색의 나뭇잎이 온 산을 덮었다. 이를 보며 행복했었다. 산행 중에 비가 내려서 빗물에 밥 말아 먹듯 먹은 불편한 점심도 연녹색에 깊이 빠져 잊을 수 있었다.
시간은 그리고 세월은 잘도 흘러간다. 하루의 시작이 무섭다. 왜 이렇게 빠른 것일까?
금방 연록의 어린잎은 짙은 녹색으로, 녹음으로 변해가며 여름이 오겠다. 아니 여름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와 있겠다. 곧 여름의 거친 손길을 내밀어 사람의 땀샘을 후벼팔 것 같다. 강물처럼 흐르는 땀으로 등줄기에 작은 시내를 내는 날이 금방 오겠다.
내 얼굴에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어휴 더워라.
나는 겨울이 좋다. 아니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다. 추위는 잘 견디지만 더운 것은 질색이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여름이 좋다고 할지도 모른다.
곱게 피었다가 시들어가는 꽃잎이 추적추적 내리는 빗물에 젖으니 초라하고 애처롭다.
잘 가시게요. 그리고 내년에 또 봅시다. 사랑스럽고 어여뻤던 봄의 꽃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