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단풍 길을 자랑하며 인생샷 성지로 각광받던 경주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이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17일 경북신문은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소유자 김 모 씨와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유명 단풍 명소인 경주시 서면 '도리 은행나무숲'의 벌목이 진행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경주시 서면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에서는 벌목이 진행됐다.
50여 년 수령의 나무들 수십 그루가 처참히 배어져 있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숲 소유주 김씨는 수년간 주민들과의 갈등을 빚어왔다.
2년 전 김씨는 마을 주민들이 요구하는 피해 보상금과 벌목 등 민원 독촉에 쫓겨 2022년 3월, 500평에 이르는 50년 수령 군락지 중 한 곳의 은행나무와 이외 다른 구역의 일부 은행나무 등 1000여 그루를 벌목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은행나무숲 그늘로 인한 작물 피해와 조망권 제한을 호소하며 숲 인근 농지에 대한 피해 보상과 은행나무 처분, 벌목을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왔다고.
경주시에서는 피해를 제기한 주민의 농지를 매입해 주차장으로 확대·관리해 피해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약속 등을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결국 지난해 가을, 경주시 고위 관직자가 "노력해 보았지만, 도저히 지원하기 어렵다"라고 알려와 김씨는 전체 숲을 벌목하기에 이르렀다.
김씨는 경북신문에 전체 숲 은행나무를 베어내야 하는 참담한 심경을 전하며 "수년에 걸쳐 도리은행나무숲 관리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경주시에 호소했으나 여러 차례 지원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마음의 상처는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관광객들에게 힐링할 수 있는 훌륭한 자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아무런 소득도, 수익 사업도 없이 개인 비용으로만 십수년간 노력해왔으나 주민들의 비협조와 몰이해, 경주시의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로 전체 민원을 개인 혼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며 "베어진 나무들은 숲 인근에 사는 주민에게 맡겨 땔감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은 김씨의 부친이 선조들의 고향인 도리마을에 마을회관을 기증하고 은행나무숲을 조성한 곳이다.
가을이 되면 아름다운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면서 장관을 연출해 경주 대표 가을 명소 중 한곳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때 하루 최대 방문객이 1만 3000여 명에 달했으며, 신혼부부들의 웨딩촬영 장소로도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