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7소담한가 살이
4년전 봉화에 살면서부터 키우던 아이들과 이사를 오면서 겨우내내 검색하고 사들여 만들어 낸 화단의 아이들이 긴긴 장마에 녹아져 내리는 것을 바라만 볼 뿐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허탈했다. 연일 내리던 비가 그치고 아침저녁으로는 날이 많이 선선해 져서 슬슬 화단 정리를 시작했다.
예뻐도 습에 약한 아이들은 다 포기하고 살아남은 아이들 위주로 재배치해서 심어주려고 한다.
거실 정면에 만들어진 화단은 길기도 하지만 폭도 제법 넓어서 정리하는데 며칠이 소요됐다. 물러서 죽은 아이들과 잡초들을 제거하고 새로 사들인 침엽수들을 심고 심플하게 정리를 했다. 올해 구입해 심은 블루버드란 침엽수가 긴 장마에도 잘 살아내고 은청색 잎이 제법 예뻐서 겨울에도 푸른색을 보려고 블루버드. 미스터 볼링볼. 레인골드란 아이들을 구입해 심었다. 모양이나 색감도 예쁜데다 성목이래야 키가 1미터 남짓인 아이들이라 화단에 심어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다.
바크까지 깔아 주고나니 화단이 깔끔해 보여 좋다. 올해같은 기후가 계속된다면 이 아이들도 제대로 견뎌주려는지...
남겨진 공간은 수선화. 튤립. 치오노독사 등 키작은 추식구근을 심어줄 예정이다.
여기저기 글라디올러스. 다알리아 크로커스미아 등 가을에 파내서 구근을 보관해야 할 아이들이 있거나 아직 꽃이 피는 아이들이 있어서 한 화단씩 정리하는게 마땅치 않아 우선 옮길수 있거나 잠시 파내서 흙을 북돋워줘도 견딜수 있는 아이들 위주로 정리를 한다.
부처꽃과 베르노니아를 옮겼더니 며칠내내 비실거리고 있기에 살리는게 우선이라 내년을 기약하고 꽃대를 싹뚝 잘라줬다.
손수레로 집뒤 밭 가장자리에 있는 마사토를 실어다 나르고 퇴비와 섞어 화단을 북돋우고 꽃을 파내고 옮기는게 힘에 부쳐서 생전 안느끼던 허기가 느껴지고 지친다. 얼음동동 청굴청 타가지고 나가서 수시로 벌컥 들이키며 일을한다. 단것을 안좋아해서 청 담그는거 안하려 했는데 조금하기도 했지만 올해 담근 청귤청은 며칠내로 동이 날 것 같다.
남들은 채소가 비싸다 하는데 울집은 호박이나 가지도 넘쳐나고 쌈채도 맘껏 먹을 수 있으니 전원생활의 여우로움을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도 온갖 야채들 썰어넣고 꿀꿀이죽 같은 스튜 끓였다. 요즘 내 최애 메뉴.
아무리 비가내리고 벌레들이 극성을 부려도 꽃은 또 피고 진다.
내일은 또 어떤 아이들이 예쁜 얼굴로 반겨주려는지 벌써 기대가 되는 밤이다.
거실앞 화단. 바크 깔기 전
빅마마
디저트 피스
왜성종 플록스 바이올렛 참
추명국이 피기 시작했다. 죽은 줄 알았던 아스타가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기 시작해서 얼마나 이쁜지...
여우꼬리 맨드라미
초대받지 않은 손님 여뀌
파종이 다알리아
단풍잎 꿩의 비름
서부해당화 열매
헤라클라스
땅두릅 열매
지하수관정 가리느라 만든 화단
개 쑥부쟁이
시험삼아 캐본 땅콩. 옆지기가 늘어진다 머리끄댕이를 묶어주는 바람에 자방병이 땅으로 들어가지 못해 땅콩이 제대로 크지 못해서 아직은 더 있어야 여물것 같다.
열무
시금치
손가락 당근
루꼴라
레디쉬
범부채 씨앗
보라 층꽃
삼채
밭에서 나오는 감자, 애호박. 단호박. 토마토. 가지. 공심채. 바질, 옥수수와 병아리콩. 바질 페스토가 들어간 걸죽한 스튜.
비쥬얼은 쪼매 그렇지만 속도 편안하고 맛도 제법 괜챦다.
첫댓글 아기자기 예쁘게 가꾸시느라
고생하셨네요👍☺️
처음 만드는 화단이라 시행착오가 많으네요. 올여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비 때문에 다 물러서 죽고..
몇년이나 지나야 안정적인 정원이 되려는지..
선배님들 정원보며 부러워만 하고 있습니다~^^
레디쉬 너무 귀엽네요
'자방이 땅으로 들어가지 못해' 이말이 이해가 안 되어서 그러는데 설명 좀 해주셔요^^
플록스 바이올렛 참의 초장이 어찌되는지도 궁금하구요
정확하게는 자방병이라 하는데 땅콩꽃이 지고난 후 줄기같은게 길게 손을뻗어 땅속으로 들어가고 그 끝에 땅콩이 열립니다. 자방병이 손을 뻗으면 흙으로 잘 들어가도록 멀칭 비닐을 벗겨줘야 하구요. 땅콩 줄기를 묶어주는 바람에 자방병이 흙으로 들어가지 못하는걸 뒤늦게 발견하고 풀어줘서 제대로 크지 못했더라는 이야기 입니다.
저희집 아이는 죽은줄 알았다가 새로 심어준 큰 꽃밑에 크고 있는걸 뒤늦게 발견해서 옮겨줬는데 키가 25센티 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잘 자라면 45센티까지 크는 아이랍니다.
엄청난 애정으로 가꾸시는 정원이군요. 밖으로 안 나오셔도 충분한 꽃정원과 야채정원, 그 열정에 감탄합니다.
세번이나 파양당한 유기견 출신 솜이가 불리불안증이 너무 심해 외출하기가 힘든 감옥아닌 감옥살이를 해야하는데
나가서 할일이 있으니 다행이지요. 전직이 무수리였는지 진종일 밭에서 노는게 지겹지 않으니 딱 시골아짐이 제격입니다~^^
날씨가 서늘 해 지니,
가을꽃들은 또 힘을 내어 매일마다 조금씩 피고있네요~^^
청미래님네 다양한 꽃들 쭉~ 보고싶어요~^^
청미래님네 시금치 보고 ~
내일은 시금치 씨앗을 뿌려야겠어요.
이젠 꽃 가꾸시느라 매일이 바쁘시겠습니다.
부러버요^^
몇달만에 만들어 내느라 고생이 심하긴했죠.
암껏도 모르고 시작했고 아직은 안정되지않은 화단이라 시행착오도 많습니다.
저도 잘 가꿔진 정원을 보면 마냥 부럽기만 하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