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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끼오!" 우렁차게 지붕 위에서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이 터지고 있을 때, 방소구는 자신은 침상에 팽개친 뒤에 탁자에 둘러앉아서 마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세 여자를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소구가 듣기로 신혼 첫날밤부터 마작에 열을 올리는 여자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직 멀었어?" 참다못해 방소구의 입에서 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아직 멀었어요. 아직 꼴찌가 가려지지 않았단 말이에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취하가 대답했다. 술에 취해서 신방으로 들어오게 된 소구가 깨어난 것은 대략 새벽 축시 중간 무렵이었고 그 때부터 시작된 마작판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신랑은 하나였고 신부는 셋이었다. 그래서 첫날밤을 치를 순서를 정해야 한다고 시작된 마작판이 날이 밝아오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중이었다. "난 조금 있다가 북해로 떠나야 돼. 대충 아무나 빨리 시작하자고, 혼인 첫날밤은 반드시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시끄러워요! 우리도 빨리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요!" 획 고개를 돌리면서 앙칼지게 소리친 취앵이가 다시 탁자로 시선을 돌리면서 소리쳤다. "빨리 패 돌려!" 혼인 첫날부터 마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세 첩을 바라만 보고 있던 소구의 얼굴에 짜증이 피어올랐다. 참아도 너무 오래 참은 소구였다. 세 여자의 앞에 쌓인 마작패가 가루로 변한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고, 세 여자가 몽땅 소구가 앉아 있는 침상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도 순식간의 일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내가 이기는데--, 오천왕이----." 침상으로 끌려 들어가는 라리슈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었고, 취앵이도 아쉬운 얼굴로 재만 남은 탁자를 올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어림도 없어. 내 연환패가 일등이었을 텐데---." 취하는 아무런 패도 만들 수 없었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졸지에 막내가 될 뻔한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세 여자는 그렇게 밧줄에라도 묶인 듯이 침상으로 끌려 들어가고 부부만의 의식을 치르게 되었다. 모처럼 백초당의 가족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서 식사를 하는 아침이었다. 그 중에는 이제 취하와 취앵이도 포함된 상태였고 라리슈카도 그녀들과 나란히 앉아 있었다. 천궁 옥형진도 가족의 일부로 인정을 받고 있는지 식탁에 같이 앉아 있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보니 식사보다는 왁자지껄 떠들어대기 바쁜 아침 식사였다. "그러니까 처남은 북해로 가고, 처형(방화련)은 여기 천궁 대협과 함께 소림사로 가시겠다고요?" 갑자기 정옥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로 모두가 침묵하고 정옥을 바라보았다. 모두의 손에 들린 젓가락은 멈추어져 있고, 방소구는 불안한 얼굴로 누나 방화련을 바라보았다. "그래요. 매제도 알다시피 정각 대사가 무사히 살아 있는 지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이고---, 북해가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인지---. 소구가 무사히 정각 대사와 함께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백일 기도를 드리려고 합니다." 방화련의 입에서 잔잔히 흘러나오는 말을 들으면서 모두가 불안한 얼굴이 되었다. "사방에 적들이 깔려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나도 북해로 가고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는 백초당을 벗어나는 일은---. 누나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때? 불공이라면 이 백초당 안에서도 올릴 수 있는 일 아니야?" "아무리 그들이라도 소림은 소림이야. 소림의 힘을 알고 있는 자들이라면 그 안에 머무르는 나를 누가 해칠 수 있단 말이냐?" "그렇긴 하지만 소림사에 도착할 때까지의 안전은----?" "나의 무공도 약한 편이 아니고, 게다가 소림사의 무승들이 날 보호해 줄 것이니 걱정 말아라. 여기 무공도 뛰어나고 경륜이 높은 옥 대협도 동행하는 길이니 위험한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굳은 결의가 담긴 목소리로 방화련이 말했다. 이대로 계속 집에만 있다간 술주정뱅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그녀로서는 무언가 할 일이 필요했고, 그래서 결정한 일이 소림사 행이었다. 같이 백초당의 대문을 열고 나온 소구와 방화련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사히 다녀오너라." "누나도 조심해." "그자들의 일은 걱정 말게나. 자네가 없을 때에도 천하 곳곳을 안 돌아다닌 곳이 없었으니." "그럼, 옥 대협 누나를 잘 부탁합니다." "걱정말고, 정각 대사를 모시러 어서 가게나." 몇 마디 간단한 인사말이 오가고, 소구는 북쪽으로 방화련은 천궁을 대동하고 소림사가 있는 서쪽 숭산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구는 북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잠깐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보았다. 누나인 방화련은 걱정 말라는 듯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다가 경신술을 발휘해서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소구의 시선은 멀리 북해로 가 있지만 머리 속은 방금 본 누나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웃는 누나의 얼굴이 차라리 더 슬퍼 보이는 이유는----. "그래도 울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 나도 어서 북해로 가 보자. 북해에 뭐 먹을게 있다고 거기까지 가셨담----." 한소리 투덜거림의 끝에 소구의 모습도 개봉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개봉에 숨어 있던 암흑천사라 불리는 마교의 한 인물은 인적이 없는 외진 개봉의 한 숲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환혼경의 조각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일까? 왜 빛이?' 그가 속으로 의문을 느끼고 있을 때 그의 귀를 파고드는 전음성이 있었다. '암흑의 형제들이여, 숭산으로 가라. 성녀가 그곳으로 가고 있다.' 간단한 한 마디의 전음성을 듣고 그는 의문을 풀 수가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개봉에 잠입해 있던 동료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전설과 신비로 가득찬 환혼경이 가진 힘중의 하나는 조각을 나눠 가지고 있는 자들은 서로를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모습은 다음 순간 꺼지듯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와서는 마작에 열중하고 있던 취앵과 취하는 문득 동작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자들이 떠나고 있어." "어디로 가는 거지? 그들이 움직이고 있는 방향은 서쪽이야." "화련 아가씨-----." "우리가 가 봐야 되는게 아닐까?" "우리는 이곳을 지켜야 돼. 도련님은 우리보고 이곳을 지키라고 했어." 옆에 앉아서 취하와 취앵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멍하니 듣고만 있던 라리슈카는 그녀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언니들 패 안 돌려요?" 라리슈카의 말에 취앵과 취하는 마작에 다시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마작이라는 놀이에 흠뻑 빠져 있었다. 조용히 방안에 앉아 마금(魔琴)이라 불려지는 자신의 금(琴)을 쓰다듬으면서 방수련은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그들은---, 위험하지 않아. 그들이 언니를 지켜 줄 거야.'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언니를 따라 개봉에서 떠나고 있는 숨어 있던 강자들이 언니를 지켜 주리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곳엔 취하도 있고 취앵이도 있어. 난 언니를 따라 가 봐야 하는 걸까? 언제 운룡회의 칠호가 올지도 모르는 이곳을 내가 비우면--. 위험해. 이곳에 종구 오라버니와 남편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하--아. 모르겠다. 그자들은 언니를 해치려는게 아니라 보호하려는 자들. 난 움직일 수 없어." 개봉에 몰려든 암흑천사들의 존재를 느낀 사람은 소구와 수련 그리고 취하와 취앵 단 넷뿐이었다. 그리고 그들 넷은 그들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주 강한 자들이었고 적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그들을 자극해 싸울 이유도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아주 많은 적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적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북경의 자금성 안에 있는 한 건물 안에 머무르고 있는 소년은 천하에서 가장 높은 지위인 황제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황제란 지위는 무엇인가? 모든 사람의 위에서 군림하는 지위였고 인간의 일 중에서 뜻대로 하지 못할 일이란 것이 없을 것 같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평범한 농부만큼의 자유도 없는 것이 황제라는 자리였다. 이빨을 갈며 벽을 바라보고 있던 소년 황제는 획 고개를 돌려 옆에 시립하고 있는 근보를 째려보다 소리쳤다. "손 들고 있어!" 황제는 또 울화가 치밀었는지 근보를 향해 그렇게 소리치고, 근보는 울상을 지으며 황제를 바라보다 하는 수 없이 두 손을 하늘로 올렸다. 지나가는 시녀들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근보는 이 당혹스런 시간이 어서 지나가길 기다렸다. 근보는 결코 어린애가 아니었다. 벌을 받아도 이런 벌은----. 실내의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화판 앞에 서 있던 조기라르디니는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근보를 훔쳐보다 황급히 시선을 화판으로 돌렸다. 잔뜩 화가난 황제의 무시무시한 눈초리를 감당할 수 없는 그였다. 소년 황제 현엽은 벽에 걸려 있는 한 장의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엄청 예쁜 여자의 초상화가 벽에 걸려 있었지만, 그 그림은 현엽이 바라던 그림이 아니었다. 천하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알려진 이모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바라보면서 황제는 이를 갈았다. 만날 수 없기에 볼 수도 없는 어머니의 초상화가 아닌 이모의 초상화가 오면서 어머니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가질 수 없게 된 황제였다. 다시 백초당에 부하들을 보내 그림을 그리게 할 수도 없게 된 현엽은 조기라르디니로 하여금 기억을 다듬어서 다시 방화련의 초상화를 만들게 하고 있지만---. "이것도 아니야! 처음에 나에게 왔던 그림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어!" 화판 앞에 서서 조기라르디니가 기억을 더듬어서 그린 방화련의 초상화를 보고 황제는 또 짜증이 가득 배인 음성으로 소리쳤다. 정월부터 한 여름이 된 지금까지 같은 일이 계속 되고 반복되고 있는 자금성이었다. 씩씩거리며 실내를 쿵쾅거리며 오가던 황제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우뚝 멈춰 서서 소리쳤다. "근보야, 이리 와 봐라!" 두 손으로 하늘을 받치는 무척이나 어렵고 힘든(?)일을 하느라 창피해서 죽을 맛이었던 근보가 황제의 곁으로 다가간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누가 손 내리라고 했어? 올려!" 황제의 입에서 한 소리 고함이 터지고 근보의 손은 다시 하늘로 뻗었다. 탁자에 앉아 있는 황후와 황후의 옆에 시립해 있는 시녀들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근보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었다. "백초당에 다시 들어갈 수 없을까?" "불가능한 일입니다, 폐하." 굳은 얼굴로 근보가 대답했다. 백초당에 머물면서 그 안에 머물고 있는 무림인들의 실력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던 근보였다. "그분은 계속 그 안에만 있고--, 개봉쪽에서 무슨 연락이 없었어?" "없습니다." 황제는 근보의 대답을 듣고 화판 앞에서 안절부절하고 있는 조기라르디니를 향해 소리쳤다. "조기! 너도 이리 와 봐!" 화판 앞에 서 있던 조기라르디니는 머뭇거리다가 황제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림을 잘못 가져 왔다는 이유로 황제에게 당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수염이 홀랑 타버리는 일로 시작해서 오늘 아침의 물벼락까지---. 죽이는 일은 없었지만 황제에게 골탕을 날마다 먹고 있는 조기라르디니는 또 무슨 일을 당할지 겁부터 났다. "그분의 모습을 다시 보면 초상화를 제대로 그릴 수 있겠느냐?" "폐하, 백초당에 다시 찾아갔다간 그대로---." 말을 멈춘 조기라르디는 한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애원하는 눈빛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백초당에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멀리서나마 그분의 모습을 볼 수도 있지 않느냐?" "인간 같지 않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만 모인 곳입니다. 몰래 그분의 모습을 관찰하는 일은 불가능----." "아니, 가능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렇게 말한 황제는 의자에 앉아 있는 황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것을 가져오시오." 잠시후 기다란 막대기 같은 모양을 한 통을 손에 쥐고 있는 황제를 조기라르디니는 불안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천리경이다. 이것이 있으면 멀리서나마 그분의 모습을 보고 초상화를 그릴 수 있겠지?" 황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들으면서 근보와 조기라르디니의 얼굴은 사색으로 변해 버렸다. "폐--폐--하, 그--그것은---." 떠듬거리며 입을 열어 말하려던 근보는 황제의 울 것 같은 얼굴을 보고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만백성의 어버이라는 황제라는 자리에 있어도 아직은 어린 소년이었다. "폐하, 그분의 모습을 반드시 화폭에 담아 오겠습니다." 근보는 굳은 결의가 담긴 말을 하면서 황제가 내민 천리경을 품안에 갈무리하고 멍한 얼굴로 서 있는 조기라르디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세." 어느 여름날 아침 황궁의 한 건물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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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근보와 조르가디니의 화련초상화 그려오기가 시작되는데. 소구는 북해로 화련은 소림으로 떠났음을 알고나 있을지 ~~~
먼발치에서 과연 그릴수있을려나~~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