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앞 사과나무”
상호가 특이하고 예쁜 업소를 보면 멈칫한다.
“우체국 앞 사과나무”
모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볼 때 업소명단에 이 이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 참 예쁘구나. 예쁜 상호에 마음이 이끌려 도대체 무엇을 하는 가게일까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예쁜 간판과 상호를 보면 그 주인은 도대체 어떤 분일까. 나이와 생김새는 어떻게 되었을까 . 부질없지만 그 아름다운 상호에 매혹되어 온갖 상념 젖어보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우체국은 누구나 젊은 시절에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사실 좀 지난 나이의 세대는 우체국을 통해 정감 있는 편지도 부쳐보고 우체국 집배원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자기 집 대문 앞에 서면 어디서 좋은 편지나 소식이 없나 가슴 설렌 시절을 보냈다. 요즘에는 자녀결혼식 있다면 청첩장을 무더기로 부처 보내고 혹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는 정도이다. 지금은 필기구로 쓰서 부치는 편지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다. 스피드 시대에 걸맞게 휴대전화나 이메일로 소식 전 하고 있다.
모두들 전자우편 시대이니 우체국에 갈일이 점차 없어진다. 우체국에서 골목에 설치된 우체통이 하나두나 점차 사라진다. 그 만큼 우편물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뜻 일게다. 그저 공적인 통지서나 고지서만 오는 시대이다.
그래도 나는 기차역이나 우체국 옆에만 가면 마음이 설렌다. 기차역은 모두들 떠나고 돌아오고 환송하고 맞이하는 그런 정서에 쉽게 마음이 아려 온다. 우체국의 심벌 칼러가 빨간 색과 닮은 오렌지색이고 사과도 그와 비슷한 색깔이어서 일까. 우체국 앞에 가면 그 옛날 누구에게 밤늦게까지 잠 설쳐가면서 또박또박 편지를 쓰서는 우체통에 넣고 하던 날들이 썰물처럼 뇌리에서 되살아 오른다.
우체국 앞 사과나무.
그런데 마침 희한하게도 어느 날 그 “우체국 앞 사과나무”업소에 현장 확인할 일이
생겼다. 그런데 그 현장 확인해야 할 구역이 옆의 동료가 가야할 지역 이었다. 나는 무슨 사유를 되고 내가 그 현장을 확인하고 업주를 면담 하겠다고 자원했다. 그저 그 업소를 방문하고 싶었다. 신도시에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조그마한 인태리어 업소였고,. 30대 후반의 여성이 업주였다. 없소 규모는 보잘 것 없었지만 인태리어 없소 답께 아담하고 고급스런 장식을 멋있게 잘 꾸며 놓았다.
그 업주에게 공무상 업무를 마치고서는 업소 이름이 예쁘다고 했더니 그냥 웃기만 했다. 그러더니 자기 조카가 미대에 다니는데 그가 이 이름을 지었고 우체국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사과나무라고는 흔적도 없었다. 그냥 이름을 예쁘게 짖는다고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요즘 업소간판을 보면 국적불명의 황당한 이름이 늘려있다. 프랑스 말인지. 스페인 말인지 아니면 맘 되로 합성시킨 콩 글리쉬(한국식 영어) 인지, 그것도 아니고 업주도 모르는 희한한 이름으로 사람들 눈길을 잡는다. 그렇게 해서 고객들의 시선과 주목을 받고 보자는 뜻일까. 그것도 모자라 업체 이름을 좀 틔게 한다고 요상한 이름으로 갖다 부친다. 그 흔해 빠진 휴대전화 판매소엔 웬 ㄸ값 타령이 그렇게도 많은지. ㄸ값은 과연 얼마 한다고 ㄸ값 보다 사 다고 할까. 정화조 업체에서 받는 금액도 적은 돈이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휴대폰 산 집 찾다가 화가 나서 내가 차린 집” 이런 것은 애교로 봐줄 수도 있다.
가장 싱겁고 무미건조한 이름은 식당으로 쳐서 대구지역 인데도 “대구식당” 이고 병원이름이 “대구병원” 이 아닐까.(대구식당과 대구병원을 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한글학회에서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로 선정한 것을 보니 참 멋 있게 잘 지었다고 감탄할 만 것 들이 눈에 띄었다.
한복집으로는 “우리옷 고우리”
한정식 집으로 “샘이 깊은 물”
바지락국수집으로는 “섬마을 밀밭집”
안경점으로는 “ 낯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한우전문점으로 “ 소꼴 베러가는 날”
어린이 집으로는 “아이 꿈터”
출판사 로는“ 글 나래”
모두들 아름다운 가게이름으로 소문이 나서 영업매출액에도 상당한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조금 다른 얘기이지만 언론인 고종석 선생이 발표한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 ] 에 나온 그 아름다운 말을 열거해보면 보편적인 느낌으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가시네. 서리서리. 그리움. 저절로. 설레다. 짠하다. 아내. 가을. 넋. 술. 물론 주관적인 취향에 의해 정해 젖는 것 이지만 “아내” 와 “술”이 그 아름다운 열개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 저 개인적인 생각으론 새삼 좀 생뚱맞다는 느낌이다. “아내” 와 “술”이 어감 상으론 부드럽고 거부감이 없어 일까.
아무튼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갈고 닦는다고 국립국어원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우리말을 상호로 쓰고자 하는 이들이 더욱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상호 짖기가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을듯하다. 나는 오늘도 우체국 앞 사과나무를 마음으로 그리며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 해 본다
첫댓글 저 역시도 그랬드랬지요. 학교에서 집으로 퇴교하는 시골부락 좁다란 길목 어귀 빨간 자전거를 타고 가던 우체부 아저씨 뒷 자리에 신세를 많이젔었고 집근처의 배달물ㅇㄹ 대신 날라주었던 어린 유년의 시절이 참 그립습니다. 또한 사춘기 시절에는 참으로 밤이 꼬박 새는 줄 모르고 쓰던 연예편지. 지금은 한 두통 남겨지고 어디론가 없어졌지만 가끔 한두통의 그 연예편지를 읽노라며 참 풋풋한 웃음이 송송 맺혀들곤 하지요. 시인님의 참으로 흐뭇한 추억의 글 속에 흥건한 그리움 내려 놓아 봅니다 ^^*
나루님. 그케 말씀하시는것 보니 저와 같이 연륜이 좀 되시는듯 합니다 . 우리세대들은 우체국에 많은 사연이 있겠죠 . 청마선생 시 에도 우체국 글이 나오지요. 정성 가득한 댓글에 감사를 드립니다.
산맥님 "우체국앞 사과나무집" 정말 멋진 이름이네요.공감합니다.너무도 많은 국적불명의 이름을 쓰는 간판들..없었으면해요. 여기가 어딘가요?회사에서도 그래요 우리나라 사람끼리 영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모든 제품이나 보고서도 영문으로 작성하는거 보면서 ...참 우습지요?여기가 미국땅도 아닌데
꼭 영어나 외래어를 쓰야 지식인이나 먹물 먹었다는 표가 나는듯한 행태 못마땅 합니다. 프랑스 인들은 미국사람 만나서도 절대로 자기나라 말쓰지 영어로 말하지 않는다고하죠. 그리고 문학한다는 우리 스스로 우리 글과 말을 다듬고 해야겠죠.파란마음님 소중한 댓글에 감복하옵니다.
우체국 앞 사과나무 참 잘 봤습니다.고운 하루 되세요
네, 공지님 감사하옵니다.
우리나라 글을 사랑해야지요! 건필하세요!
네 파워맨님 고맙습니다
매년 요맘때면 연하장이나 성탄절 카드를 많이 보냈었는데 해가 갈수록 우체국 찾는일이 거의 없어지네요..요즘 우체통을 차지하는 건 광고물이나 고지서 뿐입니다..세상사는 정서가 메말라 가는 것 같아 쓸쓸하네요~~
해수기님 올해 연하장은 카드로 하시나요 아님 문자메세지로 아님 이메일이나 쪽지로 하시나요 궁금하옵니다 21:27
좋은 글 이네요. 편지지에 글을 써서 편지을 우체통에 넣어던 그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아쉽네요, 세상을 편하게 살려다 보니 요즘 결혼한 부부들도 이혼 많이 하대요, 요즘 젋은 부부들 끈기와 인내가 부족합니다
"우체국앞 사과나무"멋진 이름, 우리글 아끼고 사랑합시다.
글도 나이를 먹지 않나봅니다. 오래된 글자취를 거닐며 어느 시대라도 공감이 가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올려주신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