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2기통 엔진으로 이어가는 스포츠 네이키드의 전설, 혼다 CB750 호넷
송지산 기자입력 2023. 3. 10. 09:35
각 브랜드마다 다양한 네이키드 라인업이 존재하고 혼다도 마찬가지다. 혼다에는 대표 네이키드인 CB 시리즈를 필두로 다양한 배기량의 제품들을 선보여왔으며, 최근에는 현대적 스타일에 클래식함을 더한 네오 스포츠 카페라는 모던 클래식(혹은 네오 레트로) 장르로도 제품을 출시해왔다. 이런 제품들은 정통 네이키드 스타일인 만큼 스포티함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아쉬움이 있었을텐데, 지난 2022년 밀라노 모터쇼에서 갈증을 풀어줄 제품이 등장했다. 바로 CB750 호넷이다.
딱 1년 전 같은 자리에서 혼다는 자사의 역사적인 네이키드 라인업인 호넷의 부활을 선언하며 스케치 디자인을 공개했는데, ‘말벌’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대단히 공격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며 과거의 호넷을 기억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특히 2007년 국내 출시된 CB600F 호넷은 전면부까지 대단히 공격적인 스타일로 디자인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를 이어받은 신형 호넷에 대한 기대감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 신형 호넷이 모습을 드러내자 소비자들의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특히 호넷 시리즈들이 고수해오던 4기통 엔진 대신 2기통 엔진을 채용한 부분을 두고 ‘이것은 호넷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다. 과연 그들의 얘기처럼 신형 호넷에 탑재된 2기통 엔진은 명예로운 이름을 계속 지켜갈 수 있을지 미디어 시승회에 참가해 자세히 살펴보았다.
사진으로 볼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실물로 보니 정말 베일 듯이 날카롭다. 예전 호넷은 스포티함을 강조했지만 약간의 부드러움이나 곡선 등이 남아있었던 반면, 신형은 직선과 각으로 만든 날카로움을 통해 공격적인 느낌을 구현한 듯한 모습이다. 이런 특징을 가장 부각하는 것은 전면부와 연료탱크로, 뾰족하게 디자인된 헤드라이트와 각을 세운 연료탱크, 여기에 좌우로 페어링을 더해 공격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의외인 점은 생각 외로 차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 크기는 전장 2,090mm, 전폭 780mm, 전고 1,085mm에 휠베이스 1,420mm로 비슷한 배기량의 CB650R과 아주 약간씩의 차이만을 보이는 정도다. 외관에 어울리는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주려면 무게도 가벼워야 하는데, CB750 호넷은 190kg으로, 200kg이 넘던 이전 호넷보다 10kg이나 가벼우니 이 점은 다행이지 싶다.
핸들바는 넓은 바 타입이어서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편안한 포지션은 물론이고 스포티한 주행에서의 공격적인 포지션까지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계기판은 5인치 풀컬러 TFT 스크린으로 최근의 혼다 고배기량 모델에 탑재되는 것과 동일한 구성이고, 좌측 핸들바에 마련된 버튼으로 주행모드 변경은 물론이고 각자의 취향에 따른 세밀한 차량 설정까지 가능하다. 운전자는 엔진 출력 특성, 엔진 브레이크, 혼다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HSTC, 트랙션 컨트롤)을 임의대로 조절할 수 있고, 라이딩 모드 변경으로 한꺼번에 바꿀 수도 있다.
차량을 살펴봤으니 이젠 성능을 테스트할 차례다. 시동을 걸자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배기음이 들려온다. 신형 엔진에 270° 위상 크랭크를 적용해 직렬 2기통이지만 V트윈 엔진과 같은 감각을 느끼도록 하는 동시에 엔진에서의 진동을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혼다측의 설명이다. 출발을 위해 클러치 레버를 놓아주니 어시스트 앤 슬리퍼 클러치 덕분에 출발이 부드럽다.
조금 넓은 국도로 합류하며 조금씩 속도를 올려붙이기 시작하자 시원스럽게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부드럽지만 예상 범위 내라서 안심하고 달리다 문득 계기판을 확인하니 현재의 주행 모드는 노멀. 스포츠와 노멀, 레인 3개의 기본 주행 모드가 제공된다는 점을 떠올리고 레인으로 바꿔주자 출력이 조금은 답답해지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속도가 치솟는다. 노면이 젖어있지만 아직 빗물이 고인 수준은 아닌지라 조금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맛보기라는 생각으로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스로틀을 레인 때처럼 열어젖히자 예상보다 훨씬 빠른 가속력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다. 이렇게나 강력하다고? 2기통인데? 물론 수치적인 면에서 예상할 수는 있었다. 755cc 수랭 2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91.7마력/9,500rpm, 최대토크 75Nm/7,250rpm의 성능을 낸다. 2기통이어서 성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번 신형은 역대 호넷 중 가장 강력한 모델로, CB600F는 물론이고 CB900F보다도 출력이 우수하다. 여기에 4기통이 따라오지 못하는 190kg의 무게까지 더하면 동급 최저 수준인 2.09kg/ps의 마력 당 무게비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전의 호넷은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물론 이런 수치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실제 체감하는 성능은 더욱 강력해 스로틀을 섬세하게 조작하지 않으면 과격하다 싶을 만큼 거친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배기량의 NC 시리즈에 탑재된 엔진도 755cc인데, 과거 NC750X 같은 모델을 시승했을 때를 떠올리면 이렇게 다른 특성으로 엔진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이 엔진이 NC 시리즈와 같은 엔진인 것은 아니다. CB750 호넷의 엔진은 완전히 새로 개발된 것으로, 차량의 특성에 어울리는 엔진을 만들기 위한 여러 노력이 들어갔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실린더에 적용된 니켈-실리콘 카바이드 도금이다. 일반적인 코팅 처리라고 보기엔 너무 과소평가인 것이, 이 기술이 적용된 다른 모델이 온로드 최강 모델인 CBR1000RR-R, 오프로드 최강 모델인 CRF450R이기 때문. 각각의 영역에서 강력한 성능을 보여줘야 하는 모델이고, 이를 위해 이런 고급 도금 기술을 적용해 마찰을 감소시키고 피스톤의 소형화 및 크랭크 샤프트 경량화 등을 이뤄내 고출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흡배기를 담당하는 밸브로, 일반적으로 DOHC를 많이 사용하지만 호넷에는 유니캠 방식을 사용했다. 이 방식은 일반적인 DOHC 방식 대비 엔진을 경량화, 소형화할 수 있고, OHC 대비 고회전, 고출력을 끌어낼 수 있다고. 즉, 엔진이 가벼워지는 만큼 차량 전반의 경량화에도 기여하는 것이고, 작아진 만큼 차량 역시 컴팩트한 디자인이 가능하다. 이 또한 아프리카 트윈이나 CRF450R 등에 적용되는 것인데 이번 호넷에도 탑재했다는 점은 혼다에서 그동안의 명성에 걸맞은, 아니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음을 느낄 수 있다.
발놀림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경쾌하다. 이보다 더 낮은 배기량의 모델이 아닐까 싶을 만큼 빠르고 민첩하다. 한정된 시간에서의 시승이다보니 온로드에서 진행됐지만, 서킷에서 시승이 진행됐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스포티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날씨가 조금 더 좋았으면 와인딩에서 좀 더 밀어붙여 볼 수 있겠다는 하는 아쉬움이 들 만큼 스포츠 성능은 발군이다. 이는 가벼운 프레임과 서스펜션의 조합도 한몫했는데, 특히 오랫동안 혼다 제품에 채용되고 있는 쇼와의 41mm SFF-BP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가 적용된 만큼 스포츠 주행을 즐기고 싶다면 자신에게 맞는 세팅을 적용한 후 더욱 즐겁게 라이딩 해볼 것을 추천한다.
브레이크는 니신제로, 앞은 296mm 디스크와 4피스톤 캘리퍼가 좌우 양쪽으로, 뒤는 240mm 디스크와 1피스톤 캘리퍼를 한쪽에만 적용해놓았고, 2채널 ABS를 더한 구성이다. 제동력이 조금 더 높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차체가 가볍다보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고, 이보다 고사양의 제품은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된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급제동 시 후행 차량에 위험을 알려주는 긴급 제동 신호 기능, 방향 전환 시 자동으로 지시등을 꺼주는 오토 윙커 캔슬 기능 등 안전성과 편의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여기에 ‘혼다’가 ‘혼다’했다. CB750 호넷의 가격은 1,053만 원으로, 국내보다 시장이 큰 유럽과도 크게 차이나지 않을 만큼, 환율에 따라선 유럽보다 저렴하다. 이 정도의 가격은 이미 출시된, 그리고 앞으로 출시될 경쟁모델들이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될 것이다. 이런 가격표에는 여러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물론 기본적으로 모델 자체가 가격을 낮추기 위한 구성인 2기통 엔진이 적용된 것도 있지만, 여기에 국내 출시 가격까지도 이렇게 끌어내린 것은 그동안 국내에서 약세를 보였던 미들급 시장에서 혼다가 다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혼다에서 호넷을 부활시킨 자신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호넷이라는 이름을 이어받기에 충분한, 아니 역대 호넷들을 뛰어넘는 성능과 민첩함을 보유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그러면서도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좋은 가격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고배기량에 입문하려는 초심자부터 다재다능한 모델을 찾는 숙련자까지,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모델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설명했는데도 4기통이 아니라서 별로라고? 가까운 딜러를 방문해 시승해본 이후에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탈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전문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