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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에 강당에 줄넘기 하러 갔다. 1시에 뮤직플러스 샘이 와서 줄넘기를 못 했다. 다행이다. 줄넘기는 정리하기는 쉬운데 처음에 풀기가 너무 어렵다. (2018년 6월) |
→ 줄넘기를 묶어서 정리해 두면 스스로 풀어서 해야 되는데 줄넘기 푸는 게 너무 어렵단다. 줄넘기는 재밌는데 줄넘기 푸는 게 너무 싫단다. 선생님이 시간 착각하셔서 줄넘기 하러 강당 갔다가 취소된 게 그렇게 다행스럽고 좋았단다.
점심 먹고 놀이터에서 윤민이가 자꾸 동생들이 자기가 만든 모 래성을 부순다고 화를 낸다. 이상하다. 아기들이 다 그렇지 그냥 다시 만들면 되지 왜 화를 내지? (2018년 6월) |
→ 남의 행동은 이상하고 내가 하는 건 괜찮나 보다. 동생이 자기가 만든 거 망가뜨리면 자기도 화내면서…
자유놀이 시간에 난 강승모랑 놀고 싶은데 자꾸 이윤민이 자기 하고만 놀자고 해서 마음이 힘들었어. 그래도 씩씩하게 승모랑 놀고 다음에 놀 자고 했어. (2018년 6월) |
→ 1년 내내 윤민이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 윤민이랑 친하고 잘 노는데 윤민이가 너무 우리 아이하고만 놀려고 해서 놔주질 않는다고 한다. 처음엔 같이 놀자고 하는 걸 거절하지 못해 엄청 스트레스 받았다. 뒤엔 선생님께 말씀도 드리고 용기 내서 다른 친구하고 놀고 싶다고 거절도 했는데 윤민이가 같이 놀려고 해서 또 힘들었단다.
현충일이라 내일 견학간대 알아 너무 슬퍼 왜? 아무 준비물이 없는 견학이야. 준비물이 있어야 소풍인데 이건 너무 슬퍼 (2018. 6. 5.) |
→ 어린이집에서 가는 견학과 소풍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았다. 역시 도시락, 간식, 음료수가 있어야 즐거운 소풍이다.
오늘은 친구들이 말을 안 들어서 너무 힘 들었어. 샘도 무섭고 색종이로 만든 건 내가 만든 게 아닌데 아무도 안 가져가서 샘이 화를 내서 내가 그냥 가져와 버렸어. 반에 아무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2018년 7월) |
→ 아이가 다니는 반에는 남자애들이 많아서 다소 산만하고 선생님한테 혼나는 일이 많나보다. 근데 그걸 너무 힘들어한다. 자기가 잘못해서 혼나는 게 아니라도 반 전체 혼이 나거나 다른 친구들이 혼나는 걸 보는 것도 너무 힘들단다. 그날도 부채를 만들고 색종이로 부채를 만들었는데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단다. 선생님이 색종이 부채 주인이 찾아가라고 했는데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한다. 분명 만든 사람이 있을 텐데. 또 전체로 꾸중 들을까봐 자기 게 아닌데 주워서 들어왔다고 했다.
자기 전 베갯머리에서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지만 주로 단순 일과만 반복해서 들려준다. 아침 간식 먹고 주말 지낸 이야기 하고 자유 선택하고 점심 먹고 놀이터 갔다가 영어 하고 체육 하고 오후 간식 먹고 가방 챙기고 왔어. 뭐가 재밌고 기억에 남느냐고 물으면 가끔 얘기하기도 하고 별로 없단다. 그리고 가끔 아이 생각이 들어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잘 때 들은 거라 아침엔 내가 기억이 하나도 안 났다. 그래서 방법을 조금 바꾸었다.
우선 아이 공책을 만들었다. 본문 앞쪽에 나오는 아이의 글들을 출력해서 공책 첫 부분에 붙였다. 예전에 자기가 했던 말이라고 하니 관심 가지면서 읽어본다. 기억이 난다며 좋아하고 그 상황을 한 번 더 얘기해 준다.
“이건 영준이 이야기 공책인데 아빠가 이야기 들으면 잊어버려서 여기에 적어둘게. 영준이가 하고 싶은 말이나 생각을 짧게 적은 걸 시라고 하는데 이제 이 공책에 쭉 적을 거야. 영준이가 좋아하는 ‘왜 국에다 밥 말았어 싫다 말이야…….’ ‘오늘은 해님 안 떠요. 비 오는 날이에요.’ 이런 게 다 시야.”
일단 자기 공책이고 자기 이야기를 담는다고 하니 관심을 보이고 좋아한다. 공책을 펴서 혼자서 자동차 이야기를 한 바닥 적더니 공책 제목도 부릉이책으로 적었다.(장난감을 보고 적었다고 한다.) 공책은 수시로 필요할 때 내가 적거나 영준이가 하고 싶은 말은 직접 적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자기 전엔 잠자리 곁에 두고 필요한 내용은 적었다. 공책 앞에 붙여 놓은 글 중에서 ‘오늘은 친구들이 말을 안 들어서 너무 힘들었다…….’로 시작하는 글을 줄을 죽죽 긋더니 이건 빼서 던져버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속상해서 말했는데 막상 글로 보니 부끄러운가 보다.
다음으로 내가 이야기 하는 방식을 바꿔서 매일 반복되는 일은 빼고 마음속에 남은 한두 가지 일만 조금 자세하게 들려주려고 노력했다. 아래는 아이와 나의 베갯머리 이야기 일부분이다. 아이 이야기는 모두 간식-자유선택-영어-체육-교구놀이-오후 간식-가방 챙기기 등 반복되는 일과 이야기는 빼고 아이 마음이나 생각이 잘 드러나는 내용만 공책에 적어두었다.
윤민이 땜에 진짜 힘들었다. 선생님이 한 번 논 친구랑은 놀지 말라 했는데 난 다른 애랑 놀고 싶은데 자꾸 당기고 귀찮게 하고 자기 하고만 놀자고 한다. (2018. 9. 14.) |
→ 아빠 : 오늘도 진짜 속상하고 힘들었겠네. 전에 아빠랑 키즈카페 갔을 때 부모님이 바쁘다고 혼자 놀고 있는 7살짜리 친구 기억나나? 응. 그때 같은 나이라고 어울려서 놀기도 하고 아빠랑 셋이 술래잡기도 했잖아. 한참 놀다 우리가 공놀이 한다고 하니까 자기랑 술래잡기 계속 하자고 니 허리 잡고 계속 땡겼잖아. 니는 공놀이 계속 하고 싶다하고 아빠도 좀 있다 같이 놀아준다 해도 그 애가 니 허리 안 놔줬잖아. 뭔 말을 해도 안 듣고 니 잡아 당기고 차기도 하고 아빠 다리도 차고. 아빠도 나중에 화가 났었는데 그 애가 힘들어? 윤민이가 자기하고만 놀자는 게 힘들어?
영준 : 윤민이가 더 힘들어.
아빠 : 니가 그래서 스트레스 받고 어린이집 한 번씩 안 간다 했구나. 윤민이가 니를 좀만 덜 좋아하면 좋을 텐데…
모노레일
어지럽고 안개가 있어서 싫고 올라갈 땐 시시하고 내려갈 땐 무섭고 그래서 다시는 안 타고 싶다. (2018. 9. 16.) |
→ 아빠도 처음 타봐서 어떤가 싶었는데 생각보다 진짜 느리게 가더라. 올라갈 때 안개가 있어서 숲이 더 예쁘고 좋아보였는데 니는 맑은 날을 좋아하니 갑갑했겠다. 너무 느려서 지루한지 우리 뒤에 커플은 자더라. 꼭대기에서 바다가 보였으면 더 좋았을긴데 아쉽다.
아빠 병원 가서 치료받는데 밖에서 기다렸다. 화장실 갔다오고 유리 틈으로 아빠 보고 책 보고 천까지 한 번 셌는데 아빠가 안 나와서 눈물이 났어. (2018. 9. 17.) |
→ 아빠 : 오늘은 영준이가 어린이집 안 가서 일과가 똑같다. 그자? 아빠 허리 치료 받는데 1시간이나 밖에 의자에서 기다린다고 엄청 고생했다. 치료실 안에 물건 놓은 작은 침대에 니가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오늘 손님이 너무 많아서 밖에서 기다려야 된다 하길래 엄청 걱정했는데 그래도 잘 참고 기다렸네. 아빠는 치료 받는다고 엎드려서 다리 벌리고 허리랑 다리 스트레칭 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위에서 맛사지 하는데 자꾸 방귀가 나올라고 해서 참는다고 엄청 고생했다. 누워 있었으면 그래도 좀 괜찮았을 텐데 샘 얼굴이 왔다갔다 하는데 방귀가 나올라니 넘 힘들대. 그래서 엉덩이 힘을 주면 샘이 계속 힘 빼라고 힘을 빼야 치료가 된다고...아우 겨우 넘기긴 했는데 넘 힘들었어.
아빠 : 근데 니 천까지 셀 줄 아나? 백까지는 들어봤는데 언제 천까지 세는 걸 알았는데?
영준 : 백까지 세고, 백 하나 이백 하나 삼백 사백 오백 육백 칠백 팔백 구백 천. 이렇게 셌는데.
아빠 : 아이고 고생했다. 오늘 어린이집 갔으면 더 재밌었을 텐데 안 간 거 후회 안 되나?
영준 : 그래도 집에 있는 게 더 좋은데…
윤민이가 손비누 한 통을 다 썼어. 지구가 오염될 것 같아. 선생님이 화장실에서 혼내는 거 다 들었 어. (2018. 9. 18.) |
→ 손비누 눌러서 한 통 다 쓰려면 엄청 오래 걸릴 텐데 언제 그걸 다 썼대? 윤슬이처럼 세면대에 물비누로 장난치고 그랬나보다.
가을이라서 아빠는 대청소를 했어. 니랑 윤슬이랑 감기도 안 떨어지고 비염도 있는 게 먼지 탓인가 싶어서 물건도 좀 버리고 구석구석 먼지 다 털었다. 안방이랑 거실 밖에 못했는데 둘이 금방 와 버렸어. 아빠가 하루 종일 치웠는데 니 둘이서 10분 만에 원래대로 만들어 버려서 조금 허탈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어.
오후 간식은 콘프라이트라고 식당 표에 있었는데 초코볼이 나았어.(나왔어) 근데 지난 번에도 딸기가 나오다고(나온다고) 했는데 포도가 나았어.(나왔어.) 이상하다. (2018. 9. 18.) |
→ 이건 영준이가 직접 공책에 써 놓았다. 한 번씩 어린이집 사정에 의해 식단이 조금씩 바뀔 텐데 자기가 볼 땐 너무 이상한가 보다.
전통놀이 체험을 갔는데 개줄당기기, 격파, 딱지치기, 활쏘기가 재 밌었어. 놀이터에서 점심 먹는데 하필 비가 와서 간식은 어린이집 와서 먹었어. (2018. 9. 19.) |
→ 엄청 재밌는 거 많이 했네? 개줄당기기는 이름이 너무 웃기다. 낮에 비올 때 밥 먹었구나. 아빠도 그 시간에 우산 없이 은행 갔다오다 비 쫄딱 맞았는데...
아빠는 원래 요리 배우는 날인데 이제 끊었다. 어제부터 수영을 배웠는데 오늘은 발차기 연습했다. 아빠가 눈이 안 좋아서 안경 벗고 수영장 가니까 강사님도 잘 안 보이고 사람들도 안 보여서 엄청 갑갑했어. 그래도 슝 슝 발차기 해서 왔다갔다 하니까 엄청 시원하고 재밌었어. 아빠가 물을 요래 좋아하는지 몰랐다.
운동회 연습이 제일 재밌었어. 줄넘기 하는데 달려가서 넘고 (줄넘기) 아래로도 뛰어가고 너무 빨리가다 넘어져서 다리가(무릎) 아 프고 빨개졌어. (2018. 9. 20.) |
→ 낮에 한 번씩 다리가 아프다 하더만 넘어져서 그랬는갑네. 아빠가 한 번 더 주물러 줄게. 요새 운동회 연습 많이 하네.
안경점에 주문한 수경이 도착했어. 이건 아빠 눈에 맞춘 거라 안경처럼 엄청 잘 보인다. 수영장이 새롭게 보였어. 근데 천장에 녹이 있는 것도 보였어. 옆 레인 사람들 얼굴도 이제 보이고 수영장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어. 수영 잘하는 사람들 보면 엄청 부럽다. 아빠는 초보라 오늘 헤엄쳐 가다 코로 물도 들어오고 물도 마셨어. 몸에서 락스 냄새 나는 거 같다.
줄넘기 한 번 실패하고 두 번 성공했어. 한 명씩 들어가서 뛰어. (2018. 9. 21.) |
→ 아빠 : 선생님이 니가 첨엔 잘 안 돼서 속상해 했는데 연습해서 계속 성공했다고 칭찬 많이 해주래. 저건 혼자 줄넘기 하는 거야?
영준 : 아니 긴줄넘기로 한 명씩 들어가는 넘는 거야.
아빠 : 아빠는 무지개동산 가서 장난감이랑 책 빌려왔는데 오늘 빌려온 거 윤슬이도 좋아하고 니도 좋아해서 기분이 좋네. 오후에 갔더니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 기타 수업 있는 날이라 갔는데 이번 주 연습을 많이 못해서 많이 버벅거렸어. 그래서 수업 시간에 엄청 열심히 했더니 손가락이 지금도 아프다. 이제 더 열심히 해서 잘하는 모둠으로 올라가야겠어. 그래야 젊은 사람들하고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를 할 수 있어. 지금은 너무 옛날 노래들만 연습해서 노래가 좀 재미가 없다.
집에서 놀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자기 생각이나 마음이 드러난 이야기는 보통 하원할 때, 그리고 잠자리에서 이야기다. 하원할 땐 아이 둘이 경쟁적으로 이야기를 쏟아내서 한 명에게 집중하기 힘들고 밤에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다. 공책에 자기 말들을 적어두니 꺼내서 다시 읽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이걸 적어두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베갯머리 이야기를 통해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하고 아이가 건강하기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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