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구수영/시인
디카시_정백락/시인
늦봄 얘기
골목 깊숙이 숨겨져 있던 내 향그런 소년
이 울컥 덮칠 때가 있습니다
_ 정백락
사람들은 누구나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특정한 시기나 장소를 그리워하며 산다.
우리는 이것을 향수(鄕愁) 또는 노스탤지어(Nostalgia)라고 말한다.
그리움의 대상이 된 시기나 장소, 이미지는 재편집이 되기도 하는데 유년의 기억은 특히 그렇다.
나는 어린 시절 부산과 창녕에서 살았다.
내 기억 속의 부산과 창녕의 모습은 오로지 나 혼자만의 도시며 왕국이다.
왕국에는 아주 긴 탱자나무 울타리 골목이 있다.
그 울타리를 따라 긴 시간 걸어 학교에 갔고 울타리를 돌아 외갓집에 갔었다.
울타리를 따라 퇴근해오는 아버지의 자전거
그리고 골목 초입에 있던 작은 점빵에서 비스킷이나 사탕을 외상으로 먹었다.
아지랑이가 올라오면 탱자꽃을 따 냄새를 맡거나 가시를 따 골목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얼마 전 우연한 장소에서 탱자나무를 만났다.
순간 나는 그 시절 나와, 외상으로 사탕을 주던 점빵 할머니,
세상 떠나신 지 이십 년도 더 지난 외할머니를 불러내 행복한 기억 놀이를 했다.
오늘 디카시 ‘늦봄 얘기’를 보자.
시인은 남평 문씨 세거지가 고향이다.
계절마다 흙돌담을 장식하는 매화, 능소화, 찔레 등이 아름다운 대구 인흥마을 골목,
“골목 깊숙이 숨겨져 있던 내 향기로운 소년이 울컥 덮칠 때가 있습니다”
시인은 골목 풍경을 찍으며 오래전 향기로운 소년을 불러냈다.
오늘 당신의 기억 속 흙돌담길과 흐드러지게 핀 찔레꽃 속으로 가보자.
그곳 어디 꽃향기에 묻혀있을 그 소년과 소녀를 큰 소리로 불러보자.
어디쯤 와 있는 걸까 가던 길 뒤돌아본다.
저 멀리 두고 온 기억들이 나의 가슴에 말을 걸어온다.
오래전 내 그리움에게 가만히 안부를 묻는다.
다시 내게 불어온 바람 잘 지낸다는 대답이려나...(이문세 ‘슬픔도 지나고 나면’ 중에서)
정백락 시인 이력
* 시사모. 한국디카시학회 회원
* ‘한국디카시학’ 디카시 등단, ‘모던포엠’ 시 등단, ‘시조시학’ 시조 등단
* 한국시조시인협회, 열린시학회, 모던포엠작가회, 대륜문학회 회원
* 디카시집 ‘수壽’, ‘성城’, 시집 ‘달빛을 줍는 시인들’, ‘나비의 짧은 입맞춤’ 등 공저
* 경북대학교 전임 외래교수
구수영 시인 이력
* 2018년 계간 ‘시와편견’에 신달자 시인 추천 등단
*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흙의 연대기’
* 동인지 ‘베라, 나는 아직도 울지 않네’ 외 다수
*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운영위원
* 시편 작가회 회원
* 제1회‘한국자유시문학상’ 수상
출처 : 경남도민신문(http://www.gn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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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