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학은 예술적인 것속에서만 살아간다. 올바르게 이해된 영학은 우리의 인식활동에 어떤 장애도 되지 않고 올바른 예술의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색채의 본질, 2016, 96)."
슈타이너 당시 발도르프 학교에서 가르치기 위해 많은 교사들이 발도르프 학교 교사 세미나 과정에 참여했다. 슈타이너는 거기에서 역사 교사나 언어교사 등 과목교사를 보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미술교사를 보고 많이 놀랐다고 한다. 슈타이너에 따르면 "미술교사인데 예술감각은 조금도 없는 기술을 자랑합니다. 예술감각이 전혀 없습니다. <.....> 그들은 비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서가 메마른 사람들입니다(7-14세를 위한 교육예술, 2022, 249)." 미술은 다른 과목과 달리 예술을 직접 다루는 과목인데, 다른 과목들보다도 더 예술감각이 없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면서 필자의 옛날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중학교 1학년 미술 첫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미술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 오셨는데, 선생님과 눈이 마주 친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당시 선생님의 의아하다는 표정이 지금도 생각나지만, 이후로 지금까지 미술에 대한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물론 당시는 그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고, 슈타이너를 공부함으로써 비로소 알게 되었다. 미술 선생님의 정서, 영혼상태가 선생님을 쳐다볼 수 없었을 만큼 메말랐던 것이다.
참 신기한 것이 당시 중학교 1학년생이 선생님의 영혼상태를 어떻게 알았을까? 이것을 아는 존재는 아이들(인간)의 아스트랄체이다. 아이들의 아스트랄체는 교사들이 어떤 마음가짐인지, 영혼상태가 어떤지를 감지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교사가 자신이 정리한 공책을 들고 수업을 하면 아이들의 아스트랄체가 금새 알아차리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공책에 쓴 것을 보고 하는 수업은,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선생님도 잘 모르는데, 자신들이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필자가 한 이런 경험의 예이다. 당시는 그랬는데 지금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나이가 많은 여교사들은 초등 5-6학년 아이들의 담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인데, 아이들이 왜 나이가 많은 여교사들을 좋아하지 않는지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다. 하지만 현장에 있으면서 고학년 아이들을 만나야 했었기 때문에 곰곰이 생각해서 나름 대처방법을 정했다. 첫째, 수업을 할 때에는 필자의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다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 지니기로 하였다. 그런데 어떤 방법에도 반응이 없던 아이들, 떠들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딴 짓을 하던 아이들이 필자가 마음을 내려놓은 만큼, 아이들을 사랑한 마음을 낸만큼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였다.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지만 신기했던 경험은 지금도 기억한다. 그래서 이런 정서를 점차 증폭시켜서 수업을 하였다.
둘째 필자가 완전히 파악한 수업내용은 아이들이 귀를 기울여 들었다. 아이들이 교사가 수업내용을 완전히 파악한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셋째, 여기에서 인간의 발달단계에 따른 수업내용을 적용했을 떄는 아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은은히 떠올랐다. 예를 들어 수학시간에 수 개념을 설명하는데 1에서 2,3,4 등을 도출했을 떄 아이들의 눈이 빛났다. 그 이유는 아이들의 정신세계에서 가지고 온 내용과 일치했기 떄문이다.
정신세계에서 인간은 현재 우리가 지니는 외부와 내부의 구별이 없다. 그러므로 모든 존재가 같은 존재이고, 자신과 연관되어 존재한다. (부처님의 연기법과 같다) 즉 인간이 육체를 얻음으로써 내부와 외부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신세계의 속성은 인간이 자아를 인지하고 자신과 다른 존재를 파악했을 떄이고, 그 전에는 정신세계의 속성에 맞아야 아이들이 받아들인다. 즉 자신과 모든 존재 특히 인간과 연계해서 설명해야 아이들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발달단계에서의 정신이 모든 존재가 연계되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슈타이너가 말하기를 아이들이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고 하였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이런 수업이 아이들의 내부에 외부를 연결시켜주어서 훗날 자신의 진로가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아이들이 자신의 정신을 활용하기 떄문이다.
넷째,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의 내부와 외부가 연결되도록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럴려면 아이들의 영혼 상태를 교사가 파악해야 한다. 슈타이너는 모든 강의에서 청중들의 영혼상태를 감지하고, 거기에 따른 강의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한 강의가 글로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조건이 반드시 구어체 그대로 나갈 것, 그리고 이런 점을 책을 읽는 독자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럴려면 아이들의 영혼 상태를 교사가 파악해야 한다. 크게는 정신세계의 속성에 따르는 것이다. 이것이 교사의 영혼, 정신의 상태이기 때문에 교사의 영혼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는 자신의 영혼 상태를 늘 점검하고 정신세계의 속성을 놓치지 않아아 한다. 그것은 언제나 되풀이 해도 지나치지 않는 '사랑'이다. 현실세계에서의 사랑이 아니고 정신세계, 즉 무의식 세계의 사랑이다. 이런 사랑이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간절하면 무의식세계의 상황을 촉진시키는 역할 정도는 한다고 한다. 슈타이너에 따르면 인간이 죽어서 가지고 간다면 무엇을 가지고 갈까가 궁금한데, 이런 사랑이 영혼에 새겨져서 죽어서 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의 자아가 외부와 내부를 분별하지 못하는 시기(7- 14세 사이)에는 이런 사랑이 중요하다. 교사를 통해서 자신의 내부를 외부와 연결하는데, 이런 사랑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떄문이다.
두 번째, 인간의 발달단계를 파악해야 한다. 육체의 관점도 이해해야 하지만, 정신의 관점에서도 이해해야 한다. 정신은 영혼의 성장과 발달이다. 그리고 이런 영혼의 발달은 예술의 속성에 그대로 부합한다. 그래서 7-1세 사이 교육은 반드시 에술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필자가 정신을 탐구하고 연구한 결과 얻은 결론이다. 왜냐하면 필자가 정신을 탐구한 방법은 예술, 그중에서도 음악이었고, 음악을 통해서 정신세계에 조금이나마 입문했다고 생각하기 떄문이다. 요컨대 정신세계를 표현할 수있는 방법이 음악이었고, 음악이 그대로 필자의 영혼을 통해서 드러났다는 생각이 조금은 든 때문이다.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은 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그렇게 될 수가 있는 것도, 그들이 정신세계에 입문하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필자는 정신세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음악의 정서를 거의 표현하지 못했다. 표현한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던 것이다. 이제는 필자가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를 때 음악의 정서가 표현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우주의 음악이고 천체음악인 그 음악의 정서가 이해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예술은 정신세계를 파악해야, 정신세계에 입문해야만 그 음악의 정서를 표현한다. 그래서 슈타이너가 말한 위 문장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정신은 체험해야 이해하기 때문에 어쩔 수는 없지만, 만약 예술을 공부한다면, -예술을 통하여- 정신세계에 들어가야만 예술가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들어가는지가 중요하다. 그 방법이 7-14세 사이 음악을 통해서 들어가는 것이다. 7-14세 사이는 에테르체가 탄생해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고, 아스트랄체가 탄생하기 위해서 준비 작업을 하는 시기이다. 아스트랄체는 인간의 바깥에서 인간을 구름처럼 싸고 있다가 이 시기에 서서히 인간의 몸 안으로 진입한다. 인간의 호흡을 통해서 인간 몸 안의 신경다발을 타고 진밉한다. 이 방법이 아스트랄체가 마치 인간의 신경다발을 바이올린의 현을 연주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가 되새김질을 할때의 모습과도 같다고 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 아이들이 악기를 불면 아이들의 아스트랄체가 호흡을 타고 부는 악기로 이동한다. 이를 경험해야 후일 악기 연주나 노래를 할 떼에도 자신의 아스트랄체를 이동시킬 것이다. 이렇게 아스트랄체가 이동해서 음악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가곡, 비목을 부른다면 비목의 정서가 노래를 통해서 나오는데 이것이 아스트랄체이다.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인간이, 자신의 자아를 인지하는 시기 3세에서 4세 무렵에 자아가 우주 천체음악에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원래 우주 정신세계에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3세 전에는 자신의 자아를 인지하지 못하므로 우주에 연결된 상태를 감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아를 스스로 인지하는 시기에 음악을 들려주면 자아가 이를 감지, 천체음악을 기억해서 후일 연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음악은 어릴 때 하거나, 음악적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 음악을 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이다.
결론은 누구라도 정신세계에 들어가야 예술을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정신세계에 들어가는 그 과정이 예술이기도 하고, 또 정신세계에 들어가면 누구나 예술가가 되기 떄문이다. 요컨대 정신세계에 들어가야 자아가 에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