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토요일. 상하이 비. 서울 흐림.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방문.
오늘은 상하이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하는 날이고, 그 방문한 후에 시간이 있으면 인민광장에 있다는 박물관을 볼 생각으로 호텔을 나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 일정은 야외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우리는 지하철로 움직이는 것은 완전히 익숙해졌다. 목적지를 단번에 찾았으나 임시정부청사 문 앞에 붙은 푯말이 문제였다.
11시 30분 ~ 13시 30분까지 점심식사 시간이라서 방문이 불허되었고, 모두 문이 닫혀있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인증사진만을 찍고서 모두 떠나갔으나 아영이는 인민광장에 가서 박물관을 보고 와서 임시정부청사를 꼭 보아야 되겠다고 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박물관에 들렸다가 그냥 나온다면 몰라도 박물관을 관람하려면 적어도 3시간은 소요될 것인데, 출국 시간이 문제가 된다고 내가 말했고,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할 것인지 박물관을 볼 것인지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자 아영이는 임시정부청사 탐방을 선택했다.
우리는 다시 돌아와서 임시정부 청사 근처에 음식이 잘 할 만 한 식당을 찾아 나섰고, 겨우 한 곳을 찾았는데, 다녀본 중에서 가장 음식 맛이 좋았다. 식당은 임시정부청사 건너편에 새롭게 건축한 건물 1층 모퉁이에 있고, 음식을 보고서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임시정부청사 접수처(중앙에 있는 문), 입구(촤측)
[계관과 폐관 시간 안내 표시판]
[임시정부 유적지 표시판]
임시정부청사는 북유럽 식으로 건축된 연립주택 한 채를 사용한 것처럼 보인다. 4차로 도로에서 폭이 4m가 안 된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연립주택이 3층으로 지어져 있어서 1919년 당시에는 몰라도 지금의 개념으로는 매우 열악한 주택이 아닐 수 없다.
[임시정부 청사 입장권]
[임시정부 청사 입구 – 두 연립주택 사이에 우측에 있음.]
그리고 이 주택은 1층에서 3층을 한 세대가 살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데, 내부계단을 거쳐서 위층으로 올라가도록 되었기에 계단 역시 가파르고 매우 좁은 편이다.
임시정부청사의 방문자 접수처는 큰길가에 있는 건물 1층을 빌려서 쓰고 있는데, 접수처가 매우 비좁아 슬픔을 느꼈고, 아내 역시 이곳을 정비해서 방문자로 하여금 좀 편히 방문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방문자에게 접수처에서 20위안을 받았다. 우리 돈으로 3,700원 쯤 된다.
[임시정부 청사 입구에서]
[임시정부청사 골목길]
임시정부청사 입구는 실제로 임시정부에서 쓰던 곳으로 들어가서 나올 때에는 옥상에 설치된 간이시설 통해서 옆집으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방문자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방명록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옆에 모금함이 있었는데, 방명록 작성자에게 모금에 참여하도록 권장하고 있기에 내가 방명록에 간단하게 어디에서 온 사람이라고 기록하고, 방문날짜와 방문자 성명을 썼다. 그러자 아영이가 옆에서 모금함에 돈을 넣었다.
뒤에 쓴 사람은 큰 글씨로 쓰는 것을 보았다. 마치 TV에서 나온 외국 정상이 쓴 것처럼 쓰고 있었는데, 자신이 이곳에 방문한 것을 자랑삼아 쓴 것 같았다. 참으로 낯 뜨거웠다.
그 열악한 상황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생명을 바치신 분들을 뵈려온 후손들이 일필휘지로 휘갈기는 행위는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
우리는 한동안 그 장소를 떠나지 못했다.
임시정부청사 명사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그 때 이 비좁은 곳에서 청사 직원이 쓰는 곳은 단 5평 남짓한 곳이고, 책상 역시 아주 작은 책상 달랑 3개가 놓여있는데,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지금에 와서도 초라하게 자리 잡고 있는 저 모습을 그냥 두고 가야하나 하는 생각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내가 멍하니 임시정부청사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아내와 아영이도 울음을 참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다행히 중국 정부에서 그 청사가 있는 블록은 개발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바람에 주변은 현대식으로 모두 개발이 끝나 있지만, 그곳은 100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내가 반드시 다시 이곳에 와서 그 아픈 역사 앞에 서리라 다짐했다.
첫댓글 구한말에 우리나라 지도층들이 잘못하여
나라까지 뺏기고 남의 나라에서 어렵게 독립운동하신 현장을 보셨군요
마음은 아프지만 자랑스런 독립투사들입니다
지금 보아도 가슴 아픈데, 그 암울했던 시기에 그 장소에 계신 분들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그곳에 서면 자연적으로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한층 올라감을 느낍니다.
이렇게 상세하게 설명해주시고 보여주시니 본 것과 다름없고 느낌 또한 가슴저려 오네요
여행을 뜻 깊게 하셨습니다 .... 이런자료 꼭 보관 하셔요
이번주에는 뵙게 된다니 기쁩니다.
8년 전에 상하이 임시정부청사를 찾은 적이 있지만 느낀 감흥을 신사님 처럼 글로 쓴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었지요. 뒤늦게 나마 가슴으로 느끼면서 읽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뿌리 , 그 위대한 역사의 현장에 서서 참으로 감회가 깊었을듯 합니다
현명한 따님의 선택으로 아주 소중한 현장 학습을 체험했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