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양원의 Y할머님은 올해 87세이십니다.
서울 모재림교회 신실한 여집사님의 어머님이십니다.
유할머님은 따님과는 달리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십니다.
그런데 치매가 와서 집에서 모시지 못하고 작년에 요양원에 모셨습니다.
Y할머님은 집에 계실 때, 온종일 파지(破紙)를 주우러 손수레를 끌고
온동네를 다니시면서 주차된 차들을 손수레로 이리저리 부딪쳐 흠집을
내거나 파손 시키는 바람에 가족들이 수백만원을 수리비로 물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말리고 아무리 읍소해도 소용이 없고 매일 온종일 그렇게 하셨습니다.
치매가 오셔서 정신이 사나워지시고 고집스러워지셨으나 그래도 걸으실
힘이 남아 있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온종일 밖에 다니시고 그러시던 분이 요양원에 오시니 갑갑하고 답답하기도 하지요.
할머님은 저를 보시면 "목사님 나는 올해 죽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도,
나의 작은 엄마도 모두 87세에 죽었는데 나도 올해가 87세입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나만 보면 집안 내력이라면서 올해는 반드시 죽는다고 강조하십니다. ^^
할머님은 새벽 3시면 일어나셔서 천주교회 기도경을 소리내어 읽으시는데
함께 방을 쓰시는 할머님께서 그 소리에 잠을 깨시고 새벽 3부터 불을 환하게
켜놓는 통에 잠을 못 이루셔서 내가 여러번 간곡히 기도경을 읽으시려면
복도에 나오셔서 한켠에 있는 테이블에서 혼자 열심히 하시고 타인에게
부담을 드리지 말도록 말씀드렸지만 할머님은 반드시 방에서, 그것도
당신의 침대에서만 하시겠다고 하여 할 수 없이 Y할머님을 다른 방으로
옮겨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치매라는 병이 수십가지로 그 유형이 다릅니다.
어떤 분은 아예 깡그리 다 망각하여 이것도 저것도 모르는 치매도 있고,
어떤 분은 과거는 다 기억하시는데 현재가 전혀 입력이 안 되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과거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시는데 현재 상황은 파악하는 분이 있고,
어떤 분은 먹는 것에 집착하여 온 종일 먹는 것 안 준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보는 사람마다 '나 밥 안 먹었다'고 '먹을 것 좀 달라'고 하고,
또 어떤 분은 물건에 집착하여 괜한 사람들을 지목하여 "저 놈, 저 년이
내 옷 훔쳐갔다"며 "당장 내 놓으라"고 발악하면서 온 갖 욕을 다하기도 하고,
또 어떤 어르신은 온 종일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지 갈기갈기 찢어 놓고,
그래서 실제로 우리 요양원 한 층은 거실부터 온 방마다 벽지와 장판,
옷 장이며 TV 대이며 심지어 벽와 벽 사이 포인트를 준 부분들까지
한 할머님이 다 찢어 놓고 다 망가뜨려 놓아서....엉망진창입니다.
어떤 어르신은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으셔서 똥을 손으로 반죽하여 벽에
방바닥에 온통 칠해 놓고 뿌려 놓는 통에 요양보호사들이 죽을 맛이고,
어떤 할머님, 할아버지들은 차고 있어야 할 기저귀를 모두 빼서 오물을
온 통 뒤집어 쓰기도 하고, 어떤 분은 온 종일 허공을 향해 노래 부르고
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욕설도 하고 주절거리기도 하시고.......
어떤 할머님들은 시기와 질투심이 얼마나 강하신지 원장이 다른 병실에
조금만 오래 머물러도 당장 쫓아와서 눈을 흘기고 혼자 중얼중얼 욕을 하십니다.
어떤 어르신들은 와상환자로 걷지도 못하시는데 무조건 침대에서 내려
오시려고 발버둥 치시고 그러시다 낙상하여 뼈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정부가 허용한 법대로 가족의 동의를 얻어
허리띠나 결박대로 고정해 놓기도 하고 양손에 벙어리 장갑 모양의
보호장구를 채워 놓아야만 치매 어르신들의 증상들을 제어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매일 병실을 라운딩할 때마다 이러저러한 분들을 뵐 때마다
"아이구 하나님...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라고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우리 인생이 이게 뭔가?"라는 회한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희한하게도 이 모든 치매 어르신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좋은 것은 다 잊어버려도 나쁜 것만은 안 잊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치매라고 하면 '망각'을 첫째로 생각하는데,
잊어버릴려면 나쁜 것도 좀 잊어 버리면 좋으련만.... 왜 좋은 것들은
하나도 기억 안 하시고 나쁜 것들, 못된 것들만 그대로 남아 있는지.....
Y할머님의 경우, 그냥 이야기 해 보면 멀쩡해 보입니다.
그런데 대화를 조금 더 해 보면 금방 '정체'(?)가 드러납니다.^^
처음에 요양원에 오셔서 양쪽 옆구리쪽을 두 손으로 감싸시면서
나만 보면 움찔움찍하시며 갈비뼈가 부러지셨다고 하소연을 하셔서
병원에 모시고 가서 엑스레이를 찌고 정밀 검사 등을 다 해 보니
노환으로 척추뼈가 협착이 되어 신경을 눌러서 그런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약처방을 받고 왔지만 할머님은 날마다 나만 보면 척추가 아니라,
당신이 넘어지는 바람에 갈비뼈가 부러진 것이라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난리를 치셔서 그 후에도 두 세 번 더 모시고 가서 그냥 주사도 놔 드리고
약도 더 처방 받아 왔지만 볼 때마다 아우성이십니다.
평생 천주교회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미사 등을 다니신 할머님은
이제 우리 교회를 다니시라고 한 나의 권고에 처음에는 '천주교회만이
진짜 교회이고 개신교는 작은 집'이라면서 거절하시다가 나의 계속된
권고를 받아들이시고 지금은 화, 금요일 저녁은 물로 매 안식일마다
열심히 교회에 출석도 하고 계십니다.
몇 번 병원에 가셔도 안되고 약을 먹어도 옆구리쪽이 자꾸 아프시니
할머님은 나에게 몇 달전부터 "목사님, 나 이 아픈 것은 넘어져서
그런 것인데 이건 옻닭 한마리만 먹으면 금방 나을테니 나 좀
휴가 좀 주셔서 며칠만 저 고향에 내려가 사촌 동생 집에 가서
옻닭 한마리만 먹고 금방 오겠다"면서 볼 때마다 지긋지긋하게 조르십니다.^^
아무리 설명하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무조건 나만 보면 "옻 닭! 옻 닭 한마리!!"하고 소리치시고
그 소원 하나 못 들어주는 목사라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십니다.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어머님, 아니.... 87세 올해 반드시 죽으신다면서요?
그런데 왜 옻 닭은 기어이 잡수시려고 하세요?"라고 농담조로 말씀 드리니
"아이구 목사님, 죽어도 먹고는 죽어야지요"라고 받으치신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 까짓 것.... 하고 옻 닭집을 검색해 보니
우리 요양원에서 약 20킬로 정도 되는 곳에 옻 닭집이 있었습니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요양원도 전면 면회 금지이고 외출도 삼가고 있는데
할머님이 하도 이러시니 무조건 여자 봉사자 한명 대동하고 모시고 갔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식당에는 거의 손님도 없었고... 그래서 소원대로 옻닭을
시켜 드리고 동행한 여자 봉사자를 위해서는 옻닭이 아닌 삼계탕 하나를
시켜 주었는데... 할머님이 간절히 손기도 하고 드시는데 국물만 몇 수저
드시고는 입맛이 없으시다면서 정작 고기는 손도 안 대시고 일어나십니다......
할 수 없이 그 옻닭은 통채로 싸 달라고 하고 오는 길에 할머님 답답증을
풀어 드릴겸해서 인근 저주지로 모시고 가서 30여분 드라이브도 시켜 드리고.
요양원에 와서 나머지를 요양보호사님께 부탁하고 몇 번 나누어 드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님은 요양원에 와서도 그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 점심에 나누어 드린
옻닭을 고기는 손도 안 대고 역시 국물만 몇 수저씩 드셔서 할 수 없이
남은 고기 등을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저를 보시더니만, "목사님, 목사님이 사 주신 옻 닭을 나는
모가지만 조금 주고 저 것들이(요양보호사들) 다 처먹었다"면서.....
욕을 해대는데.... 아무리 설명하고 설명하고 내가 본 그대로를 말씀드리고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할머님이 국물만 드시고 남기셔서 버렸다고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오히려 더욱 더 화를 내시면서 소리를 지르십니다.
내가 잘 설명을 드리니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면서 "목사님 하나님이
지금 내려다 보고 있어요!!!! 왜 목사님이 거짓말을 해요!!!!!"라고 하시면서
두 눈을 부릅뜨고 악을 쓰시면서 나를 나무라신다..... ㅎㅎㅎ
사실 할머님 따님이 최근 유방암 수술을 두 번 하시고 굉장히 어려운
처지라서 옻 닭도 내가 사 드리고 그날 왕복 백리를 갔다가 왔는데.....
좋은 일 하고도 결과가 이러니... 차라리 옻 닭 사달라고 조르는 것이
나을 뻔 했다는 생각만 듭니다... 지금도 볼 때마다 '저것들이
내 옻 닭 다 훔쳐 먹었다"고 어제도 아우성입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지요... 당신이 손도 안대고 버린 것은 다 잊어버리고.
잊어버리려면 옻 닭 드신 것도 잊어 버려야 정상일텐데....
나와 옻 닭 먹으로 갔다 온 일은 보름이 지나도 안 잊이 버리고
당신이 먹지 않고 버린 것은 거꾸로 남이 훔쳐 먹었다고 하니....
그래도 올해 5월에 우리 교회 창립 30주년 침례식 때 침례를 받으시겠다고 나하고
약속한 그것 때문에 내가 할머님 한 번 더 모시고 옻 닭 집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까짓 것 침례 받으시고 천국 가시겠다는데 그까짓 옻 닭 한마리 더가 별수랴?........
첫댓글 요즘에야 뇌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그렇다고 다들 이해를 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치매에 걸리면 망령이 들었다고해서 구박하면서 얼른 죽으라고 저주를 했지요. 치매는 생노병사와 흥망성쇠가 존재하는 이 자연세계에서는 피할수 없는 질병입니다. 그 어떤 질병보다도 골치아픈 질병이지요.
치매도 여러가지가 있다는데 제가 파악하기로는 체내에 탄수화물이 축적되고 미네랄이 고갈되면서 오는 증상으로 봅니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좋은 연소영양제를 쓰고 미네랄을 보충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