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7코스
17코스는 제주시 도심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강을 따라 숲길을 만끽하고, 강과 바다가 만나는 물길을 지나 긴 해안도로 코스를 이어가다가 공항을 지나며 제주시 도심으로 들어선다. 자연의 호젓함과 인간사의 북적임을 모두 느낄 수 있으니 재미있다. 도심에 숨어 있는 제주 역사의 흔적을 발견하는 묘미도 있다.
봄이면 도로 양쪽으로 벚꽃이 흩날리는 광령1리사무소에서 시작하여 광령교를 건너 오른쪽 무수천 트멍(틈새)길로 들어선다. 무수천은 복잡한 인간사의 근심을 없애준다는 뜻의 이름인데, 때로는 물이 없는 건천이라 하여 무수천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라산 장구목 서복계곡에서 시작한 강줄기가 광령천과 만나 외도동 앞바다까지 흘러나간다. 대로에서 그저 한 걸음 들어왔을 뿐인데 광령천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은 어느새 깊고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숲 너머 왼쪽 아래로 보이는 강의 기암절벽과 작은 폭포, 맑은 호수가 절경을 이루고 해골바위 등 기묘한 갖가지 형상의 바위들이 눈길을 끈다. 커다란 바위가 강물에 패인 구멍에 또다시 작은 자갈들이 쌓여 돌을 깎아내면서 독특한 모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강을 따라 작은 오솔길, 다리, 숲길 등이 번갈아 이어져 가다 창오교로 광령천을 건너 외도동 마을길로 들어선다. 밭길은 축구장 옆에서 다시 광령천을 만나고 곧 옛 선비들이 달빛 아래 풍류를 즐겼다는 외도 월대에 이른다. 광령천은 규모가 커서 다른 제주의 강들처럼 큰 비가 올 때 물이 마르는 건천 구간도 있지만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구간이 길기 때문에 예부터 사람들이 강 가까이에 마을을 이루고 살기에 좋은 터전이 되었다.
외도 월대는 도근천 하류가 광령천과 만나는 곳에 자리잡은 누대이다. 예부터 밝은 달이 뜰 때 물 위에 비치는 달빛이 아름다워 달그림자를 구경하던 곳이었는데, 수백 년 된 팽나무와 소나무가 강을 향해 휘늘어져 있어 운치를 더한다. 새들도 강물 위를 표표히 헤엄치다 날아간다. 예부터 은어와 뱀장어가 많이 잡혔다는데, 이곳에서 나는 은어는 임금진상품이어서 보통 사람들은 함부로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도근천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조공물을 실어 날랐다 하여 조공천이라고도 부른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휴식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어 여름철이면 물놀이를 하는 가족들이 많이 찾는다. 팽나무 그늘 아래 한숨 쉬어가면 좋다.
월대를 지나면 광령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을 외도교로 건넌다. 바닷바람도 세고 강폭이 넓고 다리 아래로 물살도 거센 터라 바다 위를 건너는 기분이 색다르다. 이제 작지(조약돌)들이 재잘거리는 내도 알작지해안. 이곳이 내도바당길의 시작이다. 내도동의 알작지는 반질반질하고 둥근 먹돌로 이루어진 해안으로 바닷물이 들고 날 때 먹돌에 사르르 고운 소리를 낸다. 작지는 조약돌이나 작은 자갈을 일컫는 제주어로, 알작지는 마을 아래에 있는 자갈 해안이라는 뜻이다. 이 자갈층은 약 50만년 전에 외도동 일대에 있던 큰 하천이 만들어 낸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제주시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바당올레의 끝에 체육공원을 끼고 언덕을 올라 높은 지대의 밭길로 들어서는데 봄이면 푸르른 청보리밭 돌담 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풍경이 망망하면서도 색다르다. 원장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서 다리를 건너면 해안도로가 이호테우해변으로 이끈다.
이호테우해변은 제주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이다. 얼핏 들으면 외국의 지명 같기도 한 이 이름은 이호동과 테우를 합친 것이다. 해변은 거무스름한 모래와 자갈로 덮여 있는데, 삼양검은모래해변과 더불어 모래찜질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해안의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그리 깊지 않아 어린이들과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해변 뒤쪽으로는 소나무 숲이 자리잡고 있는데 숲속에 야영장과 산책로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이호테우해변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교통이 편리하고 제주 시내의 야경을 볼 수 있어 밤 정취를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많다. 방파제 끝에 제주 조랑말의 모양을 딴 빨간색과 흰색의 등대가 이색적인 볼거리다.
넓고 번화한 도두추억애거리를 걸으면 인도 한가운데에서 전통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발견하고 깜작 놀란다. 자세히 보면 인형으로 만든 조형물이다. 주변에 식당가가 조성되어 있다. 이 거리를 지나면 오래물이 솟는 자그마한 도두항이 나타난다. 오래물은 도두동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로 마을을 상징하는 명물이다. 무더운 여름에는 얼음처럼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해 예부터 마을 사람들이 식수와 생활용수로 요긴하게 사용해왔고, 여름마다 도두물을 주제로 마을축제를 연다.
횟집들이 모여 있는 도두항에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바로 도두봉(표고 65.3m)오르는 길이다. 목제테크 길이 오름 사면을 따라 바다를 향해 있다.도두봉은 둥글고 나지막한 오름이지만 도두항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해질 무렵 정상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일품이다. 한라산과 제주시, 공항도 한눈에 들어온다. 도도리산, 도도리악, 도원봉 등으로 불리다가 마을이름이 도두리로 정착되면서 도두봉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제 용두암까지는 조금 심심한 해안도로길이 쭉 이어진다. 공항과 가까워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해안도로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바다를 바라보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용수해변 동쪽의 동한두기에서 길은 내륙으로 꺽어 제주시내를 향한다. 고성터인 무근성과 조선시대 제주의 최고 행정관청이던 제주목관아의 관덕정 등을 지나면 복잡한 제주 시내에서 들어선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가장 번화한 제주시 도심을 지나는 길이라 한낮에도 복작거리기 마련이다. 표식을 따라 골목길에 접어들면 올레길에서 만나던 간세 여러 마리가 입구를 향하고 있는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꼬닥꼬닥 올레길을 걷는 올레꾼들이 쉬어가는 공간. 간세라운지다. 간세라운지는 제주여행 정보는 물론 제주시 트레일 푸드 및 음료를 판매하고, 짐 보관을 할 수 있는 코인락커, 제주올레 기념품과 제주 마을 상품들도 만날 수 있다. 간세인형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간세라운지에서 유유자적 쉬다가 길을 나서면 과거로 타임머신을 탄 듯 호젓한 오현단(제주특별자치도기념물 제1호)에 이른다. 조선시대 제주에 유배되었거나 방어사로 부임하여 지역 발전에 공헌한 김정, 송인수, 김상헌, 정온, 송시열 등 5인을 기리는 비석이 있다. 이제 길은 다시 북적거리는 제주사람들의 생활을 실감하는 전통재래시장 동문시장이다. 해방 이후 제주상업의 근거지를 이루던 상설시장으로 지금은 현대화하여 제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길 안내 리본은 시장 안으로 이어져 구석구석 재미있게 돌아보도록 길을 이끈다. 감귤과 한라봉에서부터 생선과 채소, 공산품과 맛있는 간식거리들까지 없는 게 없는 시장에서 속도를 늦추어 쇼핑의 즐거움도 누려볼 만하다. 시장 구경을 푸짐하게 하고 나오면 동문로터리 산지천 마당에서 17코스가 마무리된다.
◎일시 : 2017. 12. 10(일)
◎코스 : 광령1리사무소←<2.4km>→무수천 숲길←<3.0km>→외도월대←<2.2km>→이호테우해변←<2.4km>→도두봉←<4.5km>→레포츠공원←<1.1km>→용두암←<2.3km>→관덕정←<1.3km>→간세라운지
◎도상거리 : 16.57km, 이동거리 : 16.69km
◎소요시간 : 5시간53분(11시3분~16시5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