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묵돌입니다.
저는 요즘 살이 엄청나게 많이 쪘습니다. 원래도 아주 슬림한 편은 아니었지만
요즘은 인생에서 가장 무거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큰 식사며 작은 군것질들을 먹어댈 때는 느끼지 못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하나 군살로 쌓여 후덕해진 내 모습이 보이는데요.
책 읽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읽을 때는 이걸 왜 읽나 언제 다 읽나 하다가도
계속 읽다보면 마지막 장과 뒷표지를 덮게 되고, 마음 속 살도 좀 찌고 그런 것이죠.
세번째 모임 공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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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주의 묵픽 (Muk's pick) ::
「평범한 인생」 (카렐 차페크, 체코)
:: Comment ::
소개라고는 해도 으레 알만한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카렐 차페크는 체코의 작가이고, 지금도 널리 쓰이는 '로봇Robot'이라는 단어를
자신의 소설작품 속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데요. (단어 자체는 화가인 형이 만들었음)
사실 한국에서는 체코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모른다는 분위기입니다.
수도인 프라하가 아름답기로 유명해서 유럽여행 할 때 한 번씩 들러보는 정도일까요.
반면 체코가 어떤 나라이고 어떤 역사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한 느낌이죠. 저도 별다를 건 없지만.
하지만 체코는 유럽 내에서도 여러모로 기구한 역사를 가졌던 나라이고,
그 때문인지 훌륭한 작가와 문학작품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변신>으로 유명한 카프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쓴 쿤데라도 체코 출신이죠.
이 <평범한 인생>을 쓴 카렐 차페크는 체코의 국민작가 반열에 든 인물입니다.
지난 모임에서 얘기한 부분이지만, 저는 직업상 책을 습관적으로 많이 읽는 편인데
그 중에는 좋은 책도 많긴 하지만 정말정말 개좋은 책은 아주 가끔씩만 읽게 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제가 근 1,2년 동안 읽었던 책들 중에서도 가장 좋았다고 해야할까요.
어차피 제 개인적인 기준일 뿐이지만. 일종의 보증이라고 생각해주시고
생소한 나라와 작가와 소설에 대해 약간의 용기를 내어주시길 희망합니다.
: TIP ::
- 열린책들 기준 244쪽으로, 장편소설 치고는 상당히 가벼운 분량입니다. 작가가 워낙에 글을 잘 썼고, 번역도 무난한 편이라 문장도 어렵지 않게 읽힙니다. 그런데 이런 코멘트를 남기면 '하루이틀 남았을 때 급하게 읽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숙제가 아닌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는만큼, 시간 여유를 충분히 두고 읽으시길 권장합니다.
- 여기서 체코의 기구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잠깐 체코라는 나라가 어디 붙어있는지 봐야겠네요.
- 체코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군사력을 지닌 독일과 딱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좋든 싫든 역사적으로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는데. 20세기들어 주변국 점령에 대한 열망으로 혈안이 돼있던 독일은 1933년 아돌프 히틀러를 총리로 선출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 <평범한 인생>은 1934년에 쓰였죠.
- 카렐 차페크가 체코의 국민작가로 여겨지는 이유에는 글을 워낙에 잘 써서도 있지만, 누구보다 체코라는 나라를 사랑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1930년대 후반, 오스트리아를 병합한 독일은 곧 체코를 점령할 작정이었습니다. 나치독일에게 있어 차페크는 민족지식인으로 분류되어서, 나치가 들이닥치면 가장 먼저 고문을 받고 숙청을 당할 인물이었죠. 그러나 차페크는 아무데도 가지 않았습니다. 영국으로 망명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체코에 남아서 목숨을 거뒀습니다. 다행히 그의 죽음은 나치의 탄압이 아닌 병으로 인한 것이었지만요.
- 나치독일이 패망하고 2차대전이 끝난 뒤에도 체코의 수난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나치에게서 해방시켜준 소련이 새주인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입니다. 체코는 스탈린의 주도하에 공산화가 됐고, 계속된 억압을 견디다못해 혁명을 일으킵니다. 그것이 바로 1968년에 일어난 '프라하의 봄'입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체코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고, 소련은 군대와 장갑차를 보내 혁명을 무력으로 진압했죠. 이후 소련의 노선 변화로 체코는 해방되긴 했지만. 국내정서가 반으로 나뉘면서 체코와 슬로바키아라는 두 개의 나라로 분리되기에 이릅니다. 어째 남일 같지가 않지 않나요?
- 흔히 우리는 일제강점기 치하의 조선에서 태어났다면, 친일파가 되었을지 독립운동가가 되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고는 합니다. 한 쪽은 교활한 악당의 삶이고, 나머지 한 쪽은 비극적인 영웅의 삶이죠. 하지만 인생이란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악당과 영웅이라는 거대한 두갈래 길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조국의 슬픈 현실 속에서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은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할까요?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떤 것들이 평범한 삶을 구성할까요?
- 우리는 어떤 사람의 속성을 하나로 정의내리고 판단해버리기를 좋아하지만. 한 사람의 내부에는 끝을 알 수 없는 혼돈이 있습니다. 그래서 살다보면 자신이 가진 수많은 일면들을 마주하고 때때로 밖으로 드러내게 되죠. 이것이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주장인데, <평범한 인생>에는 융의 영향을 받은듯한 서술이 핵심적인 내용으로 등장합니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지 몰라 이쯤하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번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원류를 제공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웃음)
:: 모임장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카페 <공상온도>
- 홍대입구역 1,2 번 출구 6분 거리
:: 일시 ::
2023년 3월 24일 금요일. 오후 8시 ~ 오후 11시
* 3시간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 시간에 맞춰 참석해주세요.
* 카페 <공상온도>의 방침상, 기존 고객 퇴장 및 대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오후 7시 20~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숙제 ::
「평범한 인생」 (카렐 차페크) 완독
구매링크 (YES24)
- 사실 국내에서는 그렇게 유명한 책이 아니라서, 도서관이나 일반 서점에 구비돼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터넷 구매를 통해 보는 것이 제가 아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 기타 ::
첫댓글 하루이틀 남았을 때 급하게 읽어도 된다는 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