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혜영 사모의 교우단상 ◈
세상의 어느 교회에서도 똑같이 필요한 달란트
모태신앙(?)인으로 아버지가 장로님이시고, 목포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제법 큰 교회에서 반주자로 봉사하며 신앙생활을 했었다는 분이 어느 날 스쳐 지나듯 내게 교회 등록을 어디로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님께서 주신 좋은 달란트가 있으니 기왕이면 반주자가 필요한 교회에서 봉사하면 주님이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마침내 등록하고 싶은 교회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노라고 달뜬 목소리로 전해주었다.
신도심에 있는 7,8층 높이의 교회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본당에 올라가고, 교회 안의 부대시설이 환상이라며, 너무 맘에 들어서 등록한 첫날 남편이랑 망설임 없이 십일조까지(?) 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러세요~!' 난 겉으로 표현은 안했지만 잘 선택한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그 분에게 어정쩡하게 웃으면서 말을 아꼈다. 우리교회를 안 나오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어찌 내 마음이 편치 않았던지... 아마 난 그에게서 외적인 것 보다는 내면의 가치를 볼 줄 아는 신앙을 가진 사람을 기대했기 때문이리라.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제대로 쓰임 받게 해달라고 좀 더 기도하면서 시간을 갖고 찾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에, 반주자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시는 이 땅의 목회자들과 내 남편이 순간 겹쳐 지나갔다.
보다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어서 자신에게 부족함 없이 줄 수 있는 교회를 선택한 사람들을 탓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시대의 편안함에 신앙마저 물들이려는 그리스도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정말 선한 달란트가 그저 피아노를 칠 줄 아는 또 한사람의 교인으로 묻혀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는 종종 우리 아이들에게
‘생일도의 작은 교회에선 반주자가 없어서 어쩌다가 조율 안 된 낡은 피아노 소리라도 울리면 얼마나 교인들이 신명나게 찬양하디? 그리 능란하지 않은 기타로 반주하며 저녁집회를 인도하던 집사님이 기억나지 않니? 그러니 들고 다니면서 어디서나 찬양할 수 있는 작은 악기를 연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야!
언제까지나 함께 교회를 섬기면 좋겠지만 혹시 엄마, 아빠 곁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가정을 꾸리고 살게 되더라도 너희들은 초라한 실력이나마 너희들의 그것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교회를 섬기거라!' 하고 세뇌(?)를 시킨다.
하나님에게 있어서 진정한 달란트는 쓰임 받고, 쓰여지는 달란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