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춘천 마라톤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세운 그는 “해마다 한두 개의 대회에서는 기록을 위해 뛰어 보기도 하는데, 기록에 도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며 마라톤에 참가하는 많은 달림이들에게 “기록도 중요하지만 마라톤 그 자체를 즐기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철저한 펀런주의자이다. 달리는 이유를 물어봐도 "달리면 그저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12년 동안 부상 한번 당하지 않고 달리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 “기록 욕심 버린 펀런주의자” -
그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달리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저는 달리기 자체를 즐기는 펀런주의자입니다. 기록에 욕심을 내다보면 빨리 달리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빨리 달리다 보면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거든요.”
일 년에 수많은 대회에 참가하면서도 12년 동안 부상 한번 당하지 않고 달리기를 할 수 있었던 노하우는 다름 아닌 펀런이었던 것이다.
달림이들은 마라톤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며 달릴까? 이 원장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생각이 달라진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필자도 그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달림이들도 그럴 것이다. 다만 한 번도 달려보지 못한 불쌍한(?) 영혼들만이 그것이 궁금할 뿐.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 직접 체험해 보았다.
이 원장은 가끔 잠원동 주민들을 위한 봉사도 한다. 잠원동 주민들과 함께 저녁 6시에 한남대교에서 함께 달리는 것이다. 그와 함께 꾸준히 달리고 있다는 민금옥(43)씨는 “예전에는 병원을 내 집 드나들듯이 자주 다녔는데, 원장님과 함께 달린 후로는 병원에 가본 일이 거의 없다”며 달리기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특히 소화가 안 돼 불편했던 속이 말끔히 치료돼 하루하루가 살맛 난다”며 “함께 달리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병원에 갈 일이 없어져 원장님에게는 손해(?)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의료비는 줄고 행복 지수는 높아져가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느냐?”라며 환하게 웃었다.
계속되는 인터뷰를 위해 잠시 이 원장의 집을 방문했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행복이 가득한 집’이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았다. 필자와 마찬가지로 이 원장은 부인 제혜숙씨와 2살 차이다. 세심한 성격 때문인지 아직도 프러포즈한 날을 기억하고 있다. 1976년 2월 1일 청혼했는데, 그때만 해도 용기가 없어서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3일 뒤에 답장이 왔는데, 부인 역시 그동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부인은 같은 대학의 간호학과 출신이며, 슬하에 2남1녀(유진-상철-상일)의 자녀를 두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잠시 들른 것이지만, 그는 마라톤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행복을 이끄는 모범적인 가장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달리는 의사들에서는 매년 뜻 깊은 행사를 개최한다. 올해엔 4월 30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펼쳐지는 ‘소아암 환우 돕기 희망 마라톤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로 3회째인 희망 마라톤대회는 달리기를 통해 암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이벤트이다. 대회를 통한 수익금 전액은 소아암 환우들에게 기부되는데, 의미 있는 행사에 많은 달림이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