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묵돌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고민을 했었습니다.
마감이 이렇게나 밀려있는데 묵클럽을 해도 되나 싶었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이 앞섰었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그 걱정은 정말 일리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묵클럽이 너무 즐거웠던 나머지, 제가 마감을 밀리고 있고
그래서 시시각각으로 좆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가고 있더라고요.
망각은 특권입니다.
어떤 시간과 장소 그리고 사람들에게 완전히 몰입해있을 때는
전세대출계약 연장이나 출판사와의 약속 같이 중요한 걱정조차 떠오르지 않으니까요.
저는 제게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에게도 묵클럽이 무언가를 잊을 수 있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걱정과 염려를 망각하고
모종의 용기를 획득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모임 공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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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주의 묵픽 (Muk's pick) ::
「바람이 분다」 (미야자키 하야오, 일본)
:: Comment ::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묵클럽에서 다룬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사실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이라고 하면, 작품 속의 세계관이라든가 연출이라든가
그 특유의 감수성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저 역시 지브리의 감수성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감수성 그 자체가 열띤 토론의 소재로 쓰이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물론 그게 좋으냐 싫으냐 정도의 얘기는 할 수 있겠지만요.
<바람이 분다>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나온 작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며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역시 이 작품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작업하고 연출한 애니에이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후술할 배경때문에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갈리기도 했고
국내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홍보가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지브리를 좋아하는 한국 팬들도 이 작품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모양입니다.
글쎄요. 저도 이 영화를 여러분이 좋아할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좀 논란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제가 아는 묵클럽은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모임이니까요. (웃음)
:: TIP ::
-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마녀 배달부 키키>, <이웃집 토토로> 처럼 잘 알려진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의 특징은 바로 '초현실적인 세계관'을 주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언뜻 현실과 연결되어있는듯 하면서도 비현실적이거나 동화적인 요소가 포함돼있어서, 관객들은 잠시나마 현실을 떠나 '지브리적 세계'에서의 연출을 만끽할 수 있죠.
- 그래서 <바람이 분다>는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이질적인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바람이 분다>에는 하늘을 나는 빗자루도, 증기를 내뿜으며 걸어다니는 기계장치의 성도, 눈으로 불을 밝히며 밤길을 내달리는 고양이 버스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과거의 우리가 살았던 세계입니다.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제국주의의 종말을 향해 가던 시기의 이야기죠.
- 우리나라는 당시 일제치하 조선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지만, 이 작품에서 딱히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애초에 군국주의나 제국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전쟁과 국가, 그리고 운명적 재난에 의해 깃발처럼 나부끼는 인간의 삶을 다뤘다고 해야할까요. 작품속에 등장하는 말처럼 '바람은 불지만' 인간은 '살아야 합니다'. <바람이 분다>는 결국 바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엇을 바람으로 정의할지는 보는 사람들의 몫이겠지요.
- 미야자키 하야오의 비행체, 특히 비행기 사랑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붉은 돼지>에서도 그랬지만. 애초에 비행기가 상당히 중요한 토픽으로 등장하기도 하고요. 하늘을 향한 인간의 열망이며, 그 단순명료한 꿈을 위해 흐드러지는 삶들의 대비가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킵니다. 그것은 감동이라 표현하기에는 조금 복잡하고, 슬픔이라 단언해버리기에는 꽤나 덤덤합니다. 저는 죽고 싶을 때 이 <바람이 분다>를 보았고, 그 뒤로 몇 번이나 더 보았습니다만, 결코 작품 속에서 답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바람이 분다>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가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일과 꼭 닮았습니다.
:: 모임장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카페 <공상온도>
- 홍대입구역 1,2 번 출구 6분 거리
* 마지막 모임 특전으로, 친구나 지인 초대 비용을 받지 않습니다.
회원 1명당 2명까지 초대할 수 있으니, 부담없이 데려와주세요.
:: 일시 ::
2023년 3월 31일 금요일. 오후 8시 ~ 오후 11시
* 3시간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 시간에 맞춰 참석해주세요.
* 카페 <공상온도>의 방침상, 기존 고객 퇴장 및 대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오후 7시 20~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숙제 ::
「바람이 분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상
- 넷플릭스 및 IPTV 서비스 등에서 시청가능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