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347) 시 합평의 실제 1 - ② 권경호의 ‘거리두기’/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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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권경호의 ‘거리두기’
< 원작 >
거리두기/ 권경호
할아버지 식사는 밥상 위에서
할머니는 부엌바닥이 식탁이었다
남자 교육은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서
여자는 살림밑천이었다
남아 탄생은 종족 보존 행위였고
여아는 탄식의 기준이었다
장남은 유산상속의 기둥이었고
막내는 귀염둥이였을 뿐,
사랑방은 남정네들의 놀이터,
안방은 부녀자들의 활동무대였다
아내와 식탁에서 말이 없는 것은
사회적 거리인가
마음의 거리두기인가
< 합평작 >
거리두기/ 권경호
아내와 식탁에서 말이 없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인가, 마음의 거리두기인가
< 시작노트 >
오랫동안 같이 살다보니
내가 아내인 듯, 아내가 나인 듯
무심할 정도로 말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상황에 기대어
아내와의 거리를 형성해보고 싶었습니다.
< 합평노트 >
제목의 ‘거리두기’에 초점을 맞추려면, 제5연까지를 삭제하고 마지막 연만 살려야 합니다.
제5연까지는 유교사상이 지배하던 전통사회에서의 남녀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을 뿐,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맥락이 닿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를 쓸 때 주제가 무엇인지 날카롭게 천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 행, 한 연이라도 주제에서 벗어나면 구심력은 흐트러지고 맙니다.
합평한 작품에서처럼 두 연이자 두 행으로 정리했을 때,
짧은 시가 주는 여운이 훨씬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거리두기’라는 말은 코로나19 상황에서의 행동 지침을 의미하는데,
그 용어를 부부간의 거리에 도입한 것은 매우 탁월한 발상입니다.
야릇한 슬픔을 동반하면서 삶 전반을 돌아보도록 추통해주기 때문입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2. 8. 5.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347) 시 합평의 실제 1 - ② 권경호의 ‘거리두기’/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