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350) 시 합평의 실제 1 - ⑤ 유성관의 ‘거시기’/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1
티스토리 http://culturelive.tistory.com/15952442/ 거시기(송세림)
⑤ 유성관의 ‘거시기’
원작
거시기/ 윤성관
막힐 때 쓰면 통하는 말이다
늙수그레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듣는 사람이 알아듣는 말이다 세 번 듣고도 모르면 듣는 사람이 문제인 말이다
감칠맛에 반하는 말이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다른 말이다
성적(性的)인 농담을 할 때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가 만족하는 말이다
어느 품사(品詞)로 써도 되는 말이다
시어(詩語)로 매력이 있으나 시에 쓰기는 거시기한 말이다
황산벌 싸움에서, 백제가 말할 때마다 신라 병사는 어마무시한 두려움에 쌓였다는 전설을 믿게 하는 말이다
그는 아우 머시기와 함께
그날이 올 때까지
거시기 하려고 한다.
< 합평작 >
거시기/ 윤성관
막힐 때 쓰면 통하는 말이다
늙수그레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듣는 사람이 알아듣는 말이다
세 번 듣고도 모르면 듣는 사람이 문제인 말이다
감칠맛에 반하는 말이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다른 말이다
성적(性的)인 농담을 할 때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가 만족하는 말이다
어느 품사(品詞)로 써도 되는 말이다
시어(詩語)로 매력이 있으나 시에 쓰기는 거시기한 말이다
황산벌 싸움에서, 백제 병사가 말할 때마다
신라 병사는 어마무시한 두려움에 쌓였다는
전설을 믿게 하는 말이다.
그는 아우 머시기와 함께
그날이 올 때까지
거시기 하려고 한다.
< 시작노트 >
지난주 시는 어두운 주제여서
이번에는 재미있는 시를 보냅니다.
시는 다시 보면 볼수록,
1) 쓸데없는 표현이 너무 많고
2) 연과 행의 구분이나 순서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수정하여 줄였습니다.
며칠 전,
한국에서 20년쯤 살아온 독일인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분이 우리말 중에서 ‘거시기’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부분을 보고
‘거시기’라는 제목으로 한 번 써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퇴고한 후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황지우 시인의 「거시기」가 있었습니다.
거시기,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 합평노트 >
‘거시기’는 이름이 바로 생각나지 않거나 직접 말하기 곤란한 사람을 대신하여 쓰일 때는 ‘인칭대명사’가 되고,
이름이 바로 생각나지 않거나 직접 말하기 곤란한 사물을 대신하여 쓰일 때는 ‘지시대명사’가 되며,
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말하기 거북할 때 쓰면 ‘감탄사’가 됩니다.
다양한 품사로 기능하는 ‘거시기’는 말하다가 막힐 때 아무 곳에나 넣어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게 해주는 우리말입니다.
시인은 이러한 ‘거시기’의 특징을 나열함으로써 시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거시기’를 설명하는 재미와 함께 ‘어마무시한’,
‘머시기’를 등장시킴으로써 감칠맛 나는 우리말 사투리의 해학성을 부각시키기도 했습니다.
연 가름 또한 아주 잘 했습니다.
제1연은 ‘거시기’에 대한 설명이며,
제2연은 그 쓰임새를 실제로 보여주는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2연에서 ‘머시기’는 ‘무엇’의 방언인데,
이 작품에서는 ‘누구’를 뜻하는 인칭대명사로 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의 소재는 사방에 널려 있고, 소재가 안 되는 자연물은 없습니다.
시의 형식을 갖추기 전의 시정신,
즉 소재를 포착하는 능력은 전적으로 시인의 철학과 세계관의 향방에 따라 좌우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2. 8. 8.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350) 시 합평의 실제 1 - ⑤ 유성관의 ‘거시기’/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