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 이었다
북극한파 일기에 다문화청년의 왜소한 차림이 눈에 띄었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지 다문화 청년을 보는 일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돈 벌겠다고 먼 타국에 와서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생각하니 안쓰러워 보였다.
매서운 추위에 혼자 외로이 서 있는 모습이 자꾸만 눈길이 갔다. 정오를 넘긴 점심시간인데 따뜻한 밥이나 먹고 다니는 것일까. 따뜻한 밥 한 끼를 그 청년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 불현 듯 떠 올랐지만 낯선 사람에게 무작정 다가가서 호의를 베푼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예기치 않은 반응으로 당황하며 불편할 수도 있을 수도 있는데 용기를 내어 보기로 했다. 가방지퍼를 열고 지갑을 들여다본다. 작은 손지갑에는 현금보다 지역상품권만 보인다.
상품권을 꺼내어 청년에게 다가가 주머니에 찔러 넣어주면서 “점심 안 먹었죠? 밥 한 끼 따뜻하게 사 드세요.~ 이것은 지역에서만 사용하면 되요.~”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곧 무슨 의미인지 알아챈 듯 호의를 받아 주었다.
그리곤 난 깜짝 놀랐다. 그 청년의 무표정하게 굳어있던 얼굴이 환한 미소로 번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치 예수님의 입가에 번진 환한 미소처럼 말이다.
‘열심히 일하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당신도 행복하게 잘 사실 거예요.’ 뒤돌아서면서 다문화 청년의 앞날을 빌어주는 따스한 기도 한 줄 마음으로 전해 주었다.
마침 다가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참 잘 한 것 같아’ 라는 뿌듯한 마음에 자꾸 행복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
12월의 크리스마스 자선냄비 역할을 하게 된 것 같아 가난한 이웃에게 전한 예수님의 사랑의 기쁨을 느끼며 오히려 받는 것보다 기쁨이 두 배가 된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단체에 가입하여 후원도 하고는 있지만 소박한 마음으로 용기 내어 손을 내밀기만 하면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2) 다문화 청년들이 3명이 교중미사에 왔다. 겨울옷이 아니어서 추워 보였지만 그들은 깨끗한 옷차림으로 예의를 차리기 위한 것처럼 보였기에 미사예절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미사 후 성탄 구유 앞에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미사 후 성가대 연습을 한다하여 자리를 뜨지 못하고 내려다보며 그들에게 작은 연민이 느껴졌다. 그들은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그리운 가족들에게 잘 있으니 걱정 하지 말라는 모습으로 안심도 주고 싶은 사진이라는 것 짐작해 보았다.
성당 입구에서 성모 회 에서 떡국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한 봉지라도 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어르신 형제님이 떡국을 두 봉지 손에 들고 잰 걸음으로 다가가 그들에게 건네주면서 돈까지 쥐어 주시는 것을 훈훈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예수님 마음을 가진 그분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고향과 가족을 떠나서 낯선 나라에서 지내는 그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나누는 것도 예수님의 가난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해주는 일이 곧 예수님께 해 드리는 것이라 하지 않았는가.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곧 하늘나라의 가난한 사랑을 행하는 것이리라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