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강사(2)

스마트 강사(2)김정호 ‘똑딱!’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도착 알림 소리가 경쾌하다. 기다리던 소식이 드디어 왔나 보다.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메시지를 확인한다.“교수님. 안녕하세요! 희망나눔재단 송현준 팀장입니다. 2015년 5월 교육일정을 보내 드립니다. 강의가 가능하신 일정에 체크해주시면 교수님들께 배정해 드릴 예정입니다.” 이번 달에는 전국적으로 103개 학교에서 신청을 하였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10여 개 학교 14시간을 선정하여 강의 신청을 한다. 며칠 후면 재단에서 강의할 학교를 배정하여 보내줄 것이고 나는 거기에 맞추어 강의하겠지. 어릴 때의 꿈이 학교 선생이 되는 것이었다. 소년의 꿈은 단지 꿈일 뿐이었다. 꿈은 잊은 채 어쩌다 보니 체신부 기술직 공무원이 되었고 회사가 한국통신(KT)으로 전환되면서 KT 직원이 되었다. 35년의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직장에서 보냈다. 때가 되어 2003년에 퇴직을 하고 10여 년 동안을 화려한 백수로 살아왔다. 선생이 되겠다던 생각은 잊은 지 오래되었고 나에게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되고 말았다. 백수로 10년을 보내고 있을 때 꿈 같이 찾아온 행운이었다. 2013년 봄 KT그룹 희망나눔재단에서 KT동우회의 협조를 얻어 KT 퇴직 사원을 대상으로 재능기부사업인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강사 즉, 정보통신기술 역기능 강사 모집이 있었다. 전국에서 많은 퇴직 사원들이 응시하였다. 나 역시 망설임 없이 응시하였고 1, 2차 교육에 이어 강의 테스트까지 받고 난 후에 어렵게 강사 자격을 취득하였다. 그리고 드림티쳐라는 강사의 길이 시작되었다. 학교의 정규직 선생님은 아니지만 각 초, 중, 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역기능 및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강의를 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다. 2013년 첫해에 18개 초, 중, 고등학교와 단체를 대상으로 강의하였다. 나름대로 성과가 좋았다. 2014년부터 스마트강사로 바뀌었다. 또 한 해를 부지런하게도 다녔다. 16개 학교와 단체를 대상으로 강의하였다. 새로운 것을 받아드리려고 잠시도 눈길을 놓지 않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어느 학교에서는 전교생을 강당에 모아놓고 강의를 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10여 명도 채 안 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였다. 수강생이 많든 적든 상관이 없다, 단 한 사람이라도 강사가 전해주는 매시지를 올바르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대구 대청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을 찾아갔다. 외손자 두 녀석이 다니는 학교다. 교감 선생님께 강의에 대한 취지를 설명해 드렸다. 흔쾌히 6학년 두 개 반씩 묶어 3시간, 5학년 두 개 반을 묶어 1시간 강의를 신청해 주셨다. 두 번째 날부터 큰 외손자인 황인기 외할아버지가 강의를 한다고 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하였고 외손자 녀석들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리고 년 말에는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우수 재능기부 학부모로서의 감사장도 받았다. 모든 일이 순조롭기 만한 것은 아니었다. 왜관 중앙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가 있었다. 강당에 4백여 명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였다. 교장 선생님도 직접 참관을 하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큰 일이 나고 말았다. USB는 정상적으로 가동하여 PC까지는 화면이 잘 나오는데 빔프로젝트가 말썽을 부린다. 파워포인트로 전송되는 화면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정보 담당선생님들이 우왕좌왕 동분서주 해보지만 도저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3년에도 한차례 강의를 한 적이 있는 학교인데 도저히 손 쓸 방법이 없다. 오히려 교장 선생님이 더 미안해하신다. 그렇다고 강의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조그마한 노트북 하나 켜 놓고 육성으로 강의를 하는 길밖에 도리가 없다. 그 후에도 대구문인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교장, 교감 선생님들께 부탁을 드려서 몇몇 학교에 강의 섭외를 하기도 하였다. 이때까지는 면대면 강의를 하였다. 지난해 9월 대구 안심중학교에 강의 일정이 잡혔다. 담당 선생님과 통화를 하니 방송으로 강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난생 처음 방송강의를 하게 되는 것이다. 드디어 카메라 앞에서 섰다. 긴장감에 심장을 멎을 것만 같다. 한편으로는 멋쩍기도 하다. 좁은 방송실에 혼자 앉아 강의를 한다는 것에 온몸의 신경이 바짝 긴장하고 입은 왜 이리도 바짝 바짝 말라오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방송 강의를 무사히 마쳤다. 하늘이라도 날아가고픈 심정이다. 마치 방송국의 유명한 아나운서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교장 선생님도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휴! 살았다. 지난해 말에는 경남 창원의 상남중학교와 부산 구포 삼정고등학교까지 강의 영역을 넓히게 되었다. 대구, 경북 지역은 그런대로 지형에 익숙하여 학교를 찾아가는 길이 어렵지는 않았다. 허나 창원과 부산은 차원이 달랐다. 처음 찾아가는 낯선 도시다. 나름대로 시간을 넉넉하게 출발하였으나 예상외로 많은 시간이 소비되어 하마터면 강의 시간을 맞추지 못할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당해내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늘그막에 학생들 앞에 서는 강사가 되었지만, 사전에 준비된 교안을 몇 번이고 다시 보고 담당선생님과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사전 연락을 취한다. 비록 4~50분 강의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지하철을 공짜로 탄다는 지공선사가 된 지도 어언 3년. 황혼의 나이에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내 강의 한 마디라도 기억하고 올바르게 자라나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다. 스마트강사의 길이 언제까지일지는 알 수가 없지만, 마지막 열정을 다하고 싶다. 내일은 경남 거창군 웅양면 웅양초등학교에서 강의하기 위해 오늘도 노트북과 카메라 USB 등을 챙긴다. 멋지게 하고 와야지. 아자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