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393) 시 합평의 실제 2 - ⑤ 윤성관의 ‘신문(新聞)’/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2
티스토리 http://dailylife-photostory4284.tistory.com/199/ 종이 신문, 혹은 신문지(新聞紙)
⑤ 윤성관의 ‘신문(新聞)’
<원작>
신문(新聞)/ 윤성관
아는 사람의 부탁에 못 이겨
신문을 본지 일년이 되어간다
젊었을 때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믿음과
진실을 찾고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신문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요즘은 신문에 찍힌 활자를 볼 때마다
구역질이 올라오고 오장육부가 뒤틀려
거친 말과 함께 신문을 구석에 던지고 만다
어머니는, 옷장에 넣어두면 옷이 여름 내내 까슬까슬하다
미나리 냉이 파 다듬을 때나 김치 담을 때나 허드렛일 할 때나
신문만큼 좋은 종이가 어디 있냐며
혹시 신문을 끊을까 봐 구시렁구시렁 댄다
어머니 계실 동안은
효자가 되어야지, 쓰린 마음을 삭인다
<합평작>
신문(新聞)/ 윤성관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신문을 본 지 일 년이 되어간다
젊을 때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믿음과
진실을 밝히고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신문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요즘은 활자를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나오고 오장육부가 뒤틀려
거친 말과 함께 구석에 내던진다
어머니는, 옷장에 넣어두면 옷이 여름 내내 까슬까슬하다
미나리, 냉이, 파를 다듬을 때나 김치를 담글 때
이보다 좋은 종이가 어디 있냐며
신문을 끊을까봐 구시렁대신다
어머니 계실 동안은 효자가 되어야지,
쓰린 속을 다독인다.
<시작노트>
시는 참 어렵습니다.
며칠 있다가 읽어보면
오탈자나 잘못 쓴 문장이 눈에 띄고
고치고 나서 보면 또 그렇고…….
여러 가지 의문을 지닌 채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자세히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교수님의 가르침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합평노트>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시의 소재가 되죠.
다만, 서사의 나열이 아니라 정서적, 미적 감동을 주어야 하는 것이 자명하지만요.
이 시에서 감동적인 부분은 마지막 연입니다.
신문에 대한 불신이 있더라도 어머니가 좋아하므로 끊지 않겠다고 표현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행의 배열을
“어머니 계실 동안은 효자가 되어야지,/ 쓰린 속을 다독인다.”라고 수정합니다.
이렇게 수정함으로써 이미지를 명징하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1연의
‘본지 일년’에서 ‘지’가 문제입니다.
‘지’ 다음에 시간성을 의미하는 어휘가 오면 띄어 써야 하는데,
‘일 년’은 한 해 두 해라는 시간을 나타내기 때문에 ‘본 지’라고 띄어 써야 합니다.
그리고 한글로 ‘일 년’이라고 표기하면 띄어 써야 하고,
아라비아 숫자로 ‘1년’이라고 표기하면 붙여 씁니다.
그렇다면 “본 지 일 년”은 모두 띄어 써야겠지요?
이러한 문제는 오프라인 강의 때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또한 김치나 간장, 된장 등을 제조하는 행위는 ‘담그다’라고 표기해야 합니다.
‘김치를 담다’라고 하면 어떤 용기에 김치를 채워 넣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약간의 수정한 부분은 원작과 대조해보시기 바랍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2.11.27.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393) 시 합평의 실제 2 - ⑤ 윤성관의 ‘신문(新聞)’/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